[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활동비'를 원안대로 비과세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연 1회 세무서에 제출하는 지급 명세서 제출 항목에 추가하기로 했다. 종교계 반발을 고려해 비과세를 유지하되, 국세청이 각 교회 종교 활동비 지급 규모는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재부는 12월 21일 이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시행령 입법 예고안을 추가 발표했다. 기재부는 "종교 활동비는 개인의 생활비가 아닌 사회적 약자 구제 및 교리 연구 등 종교 본연의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해 비과세를 유지했다"고 했다. 다만 일반 납세자처럼 비과세소득도 신고할 수 있도록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최영록 세제실장은 12월 21일 긴급 브리핑을 열어, "종교인 소득 과세의 실효성이 약화한다는 우려가 있으나, 신고를 통해 규모를 파악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만에 과세의 첫걸음을 뗀다는 의의가 있는 만큼, 종교계와 국민들의 이해 및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인 세무조사 금지에 대해서는 "종교 활동비는 세무조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종교 활동과 관련해 지출 비용을 구분한 장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최 세제실장은,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종교 종사자에 지급된 금액과 종교 단체 활동 지출 비용을 구분할 경우를 말한 것"이라고 했다. 종교 종사자에게 지급한 돈은 '종교 활동비'라 하더라도 조사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기재부는 이번 수정안이 국무총리 발언을 반영한 것이며, 총리실과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12월 22일 차관회의 후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에 종교 활동비 비과세 유지와 폐지를 주장하는 쪽 모두 반발하고 있다. 종교 활동비 비과세를 주장하는 보수 교계는, 신고를 의무화해 세무 당국이 세무조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보고 있다. 세무 당국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만큼 추후 종교 활동비에 딴지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종교 활동비 비과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12월 21일 '특혜 조항인 종교 활동비 비과세를 폐지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의당은 21일 최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정안을 '양두구육'이라고 칭하고, "종교 활동비 비과세는 탈세의 뒷문을 열어 준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의당은 "종교 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은 주로 대형 교회들이라는 점을 볼 때, 이들에서 비롯된 모종의 압력이나 암묵적인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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