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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약과 하나님나라에 담긴 사회정의를 말하다

[서평] <언약과 하나님나라>(새물결플러스)

크리스찬북뉴스   기사승인 2018.01.22  16: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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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차일즈 이후 성경은 비평이 아닌 정경학적 입장에서 완성된 성경 자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 집중한다. 이것은 옳은 일이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한 일이다. 성경을 읽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만큼 중요한 주제는 없다. 언약을 빼고 성경을 논할 수 없고, 하나님의 나라 개념을 등한시한 상태에서 성경은 읽을 수 없다.

학술적 의미는 약하지만 2002년 번역 출간한 팔머 로버트슨의 <언약이란 무엇인가>(그리심)는 언약신학을 이해하는 기초 저술이다. 이후 한국 성서학은 언약신학에 매몰되다시피 매달리는 경향이 보였다. 부흥과개혁사는 2009년 마이클 호튼의 <언약신학>(백금산 역)을 출간한다. 2017년에는 마이클 브라운, 자크 킬의 <언약신학으로의 초대>(조호산 역)와 김진수 교수의 <다윗 언약>을 출간한다. 기독교문서선교회는 2003년 윌리엄 J. 덤브렐의 <새 언약과 새 창조>(장세훈 역)와 2011년 윌리엄 J. 덤브렐의 <언약신학과 종말론>(장세훈 역)을 출간하지만, 기존 언약신학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더 많은 책이 있지만 피의 맹세로서 구약적 언약과 학자적 저술로서 학문적 깊이를 주는 책은 거의 출간되지 않았다.

이러한 출간을 보면, 언약신학이 일반 목회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지만 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팔머 로벗슨 이후 '언약(베리트)'이 성서학적 바탕으로 번역되거나, 국내 신학자가 저술한 경우는 하나도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언약신학> 저자 마이클 호튼이 성서학자가 아닌 변증학과 조직신학자라는 점은 이 부분을 더 분명하게 한다. 리젠트칼리지 구약학 교수 윌리엄 덤브렐의 경우, 구약에 나타난 언약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마이클 브라운과 자크 킬의 <언약신학으로의 초대> 외에는 구약의 성경신학에 뿌리를 둔 언약 서적은 없다. 어쩌면 식상한 주제가 되어 버린 '언약‘이지만, 한 번도 깊게 다루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 그러므로 이 책은 피터 J. 젠트리라는 구약학자와 스티븐 J. 웰럼이라는 조직신학자의 만남을 통해 기존 언약의 의미를 확장하고 언약을 새롭게 보여 주기에 환영할 만하다.

<언약과 하나님나라> / 피터 J. 젠트리, 스티븐 J. 웰럼 지음 / 김귀탁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1160쪽 / 5만 5000원

제목을 <언약과 하나님의 나라>(새물결플러스)로 정했지만 영어 원제는 <Kingdom through Covenant>이다. 원제를 따라 책의 성격을 살펴본다면, '언약을 통해서 본 하나님의 나라'가 될 것이다. 저자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협력했다. 하나는 조직신학은 철저히 성경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성경신학은 그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직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은 것이다.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은 별개가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성경신학자와 조직신학자가 서로 조우하여 만들어 낸 특별한 성경 읽기의 결과물이다. 1000쪽이 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걱정하며 읽기 시작하지만 의외로 술술 읽힌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목차에 근거해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 보자. 이 책은 총 17장이다. 1부는 1~3장이며, 스티븐 웰럼이 조직신학자 관점으로 저술한다. 3부 16~17장은 조직신학 관점에서 성경의 언약이 말하는 뼈대들을 제공한다. 2부에서는 피터 젠트리가 성서학 관점에서 성경 속 언약을 파헤친다. 2부의 종결에 해당하는 15장을 제외한 4~14장은 구약 속 언약을 충실하게 탐색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젠트리는 2부 4장에서 성경과 고대 근동의 언약을 비교 연구한다. 특이하게 곧장 창조 언약이 아닌 노아 언약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창세기 1-3장의 창조 언약으로 회귀한다. 창세기 1-11장은 고대 역사에 속하기 때문에 창조 언약으로 묶는 것은 합당해 보인다. 창조 언약을 바탕으로 젠트리는 아브라함과 언약을 두 차례로 나누어 살피고, 다시 모세 언약을 출애굽기와 신명기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후 곧장 다윗 언약을 탐색한다. 이후 두 장에 걸쳐 이사야서와 에스겔서, 예레미야서를 살핌으로 구약 속에서 신약적 언약을 통찰한다. 14장은 특이하게 다니엘서에서 '일흔 이레 본문에 나타난 새 언약' 사상을 분석한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내 번역서까지 합쳐도 단 한 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언약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의 독특한 면은 세대주의신학과 언약신학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했다는 점이다.

1부 서론의 정경학에 대한 비평과 역사는 제외하고, 마지막 결론 부분인 3장으로 곧장 들어가 보자. 저자는 여기서 성경의 다양한 언약들을 '하나로 종합할 때' 나타나는 해석학적 문제들을 다룬다. 그럼에도 성경은 종합될 수 있고, 해야 된다. 이유를 들어 보자. 먼저 성경은 자체적 권위로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증명한다.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그 말씀을 기록한 것이 성경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항상 말씀하신다. 즉 성경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이것으로 "성경은 하나님에게서 유래했고, 그래서 완전하게 권위가 있고 충분하며, 신뢰할 수 있음을 그 자체가 증언하고 제시"(119쪽)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한 화자이신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종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신구약 성경은 "종합적 통일성과 일관성"(120쪽)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여기서 말-행위로서의 성경으로 귀착한다.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며, 그 말씀이 행위를 유발한다면 당연히 성경은 다양성에도 '인류의 구속'이라는 행위를 일으킨다. 이것은 다시 '점진적 계시로서의 성경'으로 확장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성경은 인류를 향한 구속의 역사, 구속사인 것이다. 구속사는 필연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고난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복음'에 천착한다. 우리는 아래 문장으로 1부를 결론지을 수 있다.

"성경은 구속의 드라마에 대한 하나의 구성과 줄거리 그리고 신적 해석을 앞에 펼치기 때문이다. 이때 핵심은 종말론적이고, 초점은 기독론에 있으며,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우리의 성경 해석과 우리의 신학적 결론은 이것을 반영한다. 호튼이 말하는 구속사적 방법은 성경이 '말씀', '행위', '말씀(해석)'을 통해 신적 계획의 집행을 유기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성경 스스로 내용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131쪽)

2부 본론은 책의 목적이자 결론이다. 3부는 1·2부를 요약한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2부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라"(840쪽)이다. 에베소서 4장 15장 말씀으로 언약을 정리한다. 저자의 이러한 결론은 앞서 말한 구약의 언약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특별한 예가 아닌 한 화자인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4장에서 피터 젠트리는 성경과 고대 근동 언약이 가지는 특징을 살펴본 다음 이렇게 결론 내린다. 먼저 언약이 성경 전체 이야기의 "뼈대를 구성한다는 것"(199쪽)이다. 즉 언약을 이해하지 않고 성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하나님은 평등한 입장이 강한 계약이 아니라 충성을 요구하시는 '언약'을 맺으신다. 언약의 목적은 "사랑"(210쪽)이다. 언약이 가지는 세 가지 특징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언약 해석의 전제가 될 것이다.

노아 언약은 창조 언약과 다르지 않으며 대개 '보존 언약'으로 부른다. 일차적으로 노아의 언약은 아담의 언약을 계승한다. 즉 노아가 받은 명령은 하나님이 "아담에게 주신 것"(239쪽)이다. 이것은 다시 아담을 보존하는 동시에 폐기한다. 그렇지 않다면 노아에게 다시 언약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노아의홍수는 심판을 넘어 '새 창조'(234쪽)로 소개한다. 또한 노아는 '새 아담'(236쪽)이다. 노아의 언약은 창조 언약과 새 언약이 공존하는 함축적 언약이라 볼 수 있다. 젠트리는 노아의홍수에서 다시 창세기 1-3장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그 이유를 "이스라엘의 구원 교리가 창조 교리에 기초하기 때문"(321쪽)이라고 밝힌다. 구원은 에덴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창세기의 에덴이 아닌 '새 에덴'이다. 아브라함의 언약은 창세기 안에서 읽어야 한다. 즉 아브라함은 "새 창조"(325쪽)의 산물이다. 아브라함의 언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작된다. 아브라함은 '고향'을 떠남으로 언약을 성실히 이행한다. 고향은 구에덴을 상징한다. 가나안은 새 고향이 될 것이다. 아브라함의 여정은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여정과 출애굽한 하나님의 백성들 여정을 예표한다. 아브라함의 언약 속에는 '고이(나라)'가 존재한다. 드디어 아브라함에게서 보편적 존재가 아닌 특별한 '나라' 개념으로 발전한다. 젠트리는 "언약이라는 수단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갖는다"(353쪽)고 주장한다.

아브라함 이후 이어지는 이스라엘, 즉 모세 언약은 아브라함 언약의 현시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이스라엘은 내 아들 내 장자라"(출 4:22)고 부른다. 민족이며 나라이지만 한 명으로 호칭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호칭은 왕국을 형성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호세아를 통해 다시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냈거늘"(호 11:1)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의미는 더 확장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내 소유"(455쪽)가 되고, "제사장 나라"(459쪽), "거룩한 백성"(467쪽)이 된다. 이러한 정체성들은 열 가지 재앙으로 "애굽의 모든 신을 내가 심판"(출 12:12)하신 것을 확신하게 한다. 젠트리는 출애굽기에 나타난 모세 언약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 가운데서 자신이 왕으로 다스리기를 바라신다. 그분은 자기 백성의 삶과 생활방식을 인도하고 지도하며 가르치시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그분은 사랑과 충성 그리고 신뢰의 관계라는 배경에서 그런 것들을 하고자 하신다." (513쪽)

징계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법과 다르게 하나님의 언약은 관계적 측면에서 재고해야 한다. 즉 하나님의 계명은 전인격적 사귐을 목적으로 하며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백성 됨의 삶을 살아가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이사야 15장 6절의 의도 속에서 '정의-공의'로 표현된 사회정의 개념을 "토라의 요약"(829쪽)으로 보고 있으며, 이사야서는 사회정의를 구현할 왕의 출현을 예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언약의 관점으로 본 율법에는 죄를 저지하기 위한 장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공의로의 요청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의 사회정의를 새 언약 공동체에 명령하고,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하는 것"(840쪽)은 사회정의의 실천을 말한다.

젠트리는 예레미야서에 나타난 새 언약 속에서 '새 마음'을 강조한다. 예레미야서는 하나님의 징계 배경 속에서 하나님께 돌이키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의 완악함"(720쪽)이 강조된다. 마음의 완악함은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불러온다. 그들은 사회정의를 실현할 계명은 있으나 마음이 없는 것이다. 이제 새 언약은 육신적 이스라엘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 언약은 "하나님의 교훈(토라)은 내면화되어 인간 삶의 중심인 마음 즉 사람이 추론하고 느끼며 결심하고 계획하는 내적 인간에 기록될 것이다."(724쪽) 이러한 젠트리의 통찰은 시작하면서 언급했던 점진적 구속사의 발전사와 맥을 같이한다.

결론을 내려 보자. 이 책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성경신학적으로 치밀하다. 둘째, 정경 신학적 관점에서 성경을 통일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보면서 시대에 다양하게 나타난 언약의 특징을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론에서 언약을 신약의 새로운 공동체의 '사회정의' 개념으로 가지고 온 뒤 하나님나라 개념으로 끌고 들어온다. 성경신학자와 조직신학자가 서로 공유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작업이다. 마지막 하나는 세대주의적 관점과 비교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얻은 점이다. 세대주의에 대한 무의식적 거부감을 상당히 해소시켰으며, 세대주의가 가지는 긍정적 측면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에레츠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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