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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은 교회 기업화의 절정"

세습 철회와 공정 재판 위한 연합 기도회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12.19  09: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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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예장통합 총회 회관 앞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가 대신 사과 말씀드립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안수집사의 발언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총회 공정 재판 촉구를 위한 연합 기도회가 열린 12월 18일 서울 종로 여전도회관. 예장통합 신학생·목회자·교수와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 300여 명이 참석한 기도회에 명성교회 김경혁 집사가 증언자로 나섰다.

마른침으로 목을 다듬은 김 집사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세습 철회 안 할 것으로 봅니다."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기도회에 찬물을 끼얹는 말일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발언을 제지하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300여 명이 숨죽여 김 집사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솔직히 명성교회는 맘몬에 휩싸여 있고, 무너뜨릴 방법에 대해서도 압니다. 다만 그건 하나님의 방법은 아니라고 봅니다. (명성)교회 안에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많습니다. 그것 때문에 눈물이 흐릅니다. 성도가 아니라 목사님들이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데… 총회가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잘못했다는 걸 밝혀 주길 바랍니다. 또 어떤 일을 하든 그 안에 연약한 초신자가 많다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이 일로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실족해서 영원히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경혁 집사의 모습은 전날과 대조적이었다. 17일 명성교회 공동의회에서 김 집사는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교회 청년들을 향해 "공개 질의를 한다고 들었다. 마이크도 설치됐으니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라"고 말한 뒤 자리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공동의회에서 질의한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김 집사는 기도회에서 "겁이 나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저도 겁이 났습니다. 명성교회 청년과 초신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연합 기도회에 참석한 이들은 김 집사의 요청에 따라 통성으로 기도했다. 김 집사의 발언은 기도회를 달궜다. 한 목사는 "마음이 너무 뜨겁고, 은혜가 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목사는 김 집사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 기도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세습을 규탄하고, 공교회성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명성교회가 돌이킬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명성교회 조병길 집사는 "명성교회 세습으로 작은 교회들마저 힘들어 하고 있다. 주님의 뜻이라면 명성교회가 돌아서게 해 달라"고 했다.

장신대 박상진 교수는, 명성교회 예배당에서 세습금지법이 통과됐는데 어떻게 백주에 세습이 이뤄질 수 있느냐고 탄식했다. 박 교수는 "총회 재판국이 모든 재판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살아계심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해 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신학생·목회자·교수 한목소리로 세습 규탄
홍인식 목사 "세습 핵심은 물신과 돈에 대한 욕망, 
세습에 맞서 기도하고 행동하자"

설교는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가 전했다. '그 첫날부터'(단 10:12-14)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그는 세습을 반대하는 이유로 물신과 돈에 대한 욕망을 들었다. 홍 목사는 "교회 안정, 목회 대물림 등 아무리 아름다운 수식어로 (세습을) 장식해도 우상숭배임을 확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성교회 세습 이전에도 수많은 교회가 세습을 해 왔다. 다른 교회에 비해 명성교회 세습을 바라보는 시선은 특히 차갑다. 홍 목사는 "신앙의 상업화·상품화로 인한 교회의 기업화 현상이 정점에 서 있는 상황이다. 그 정점에 명성교회가 서 있기 때문에 교단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 목사는 힘들더라도 기도하고 행동하자고 했다. 다니엘의 기도처럼, 종국에는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벽이 무너질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홍인식 목사는 세습의 본질은 물신과 돈에 대한 욕망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배 후에는 증언과 기도가 이어졌다. 서울동남노회비대위 이용혁 목사가 '명성교회 불법 세습 사태'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종운 변호사(법무법인 하민)가 총회 재판과 관련해 발언했다.

박 변호사는 "98회 예장통합 총회 때 세습금지법이 결의됐다. 이후로 변한 건 없다. 세습을 하지 않겠다던 아버지와 아들 목사의 뜻만 변했다. 교단의 규칙과 헌법을 위반하고, 세습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공은 총회 재판국으로 넘어갔다. 박 변호사는 "기독 법률가로서 세상 법정에 가기 전에 명성교회 재판이 교단 법정에서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기도한다. (총회 재판국이) 세상 법정보다 엄격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장신대 임희국 교수는 신학적으로 세습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임 교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유화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왜 다른 사람들이 상관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때도 있다. 임 교수는 "모든 교회는 공교회다. 사도신경에서 성령을 고백하고, 거룩한 공교회를 고백한다. 온 세상에 흩어진 교회가 하나의 네트워킹을 하는 거다. 왜 상관하느냐고 하는 건 반사도신경적이다"고 했다. 임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그리스도의 몸을 회복하고, 맘모니즘에서 해방되도록 교회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이날 연합 기도회는 촛불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여전도회관에서 나온 이들은 촛불을 들고, 예장통합 총회 회관까지 100m 정도 행진했다. 총회 회관에 모인 이들은 성명을 낭독했다.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교단 산하 신학대학 교수와 학생들은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자정과 개혁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행동할 것을 다짐합니다."

예장통합 교단 안에서도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기도회가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참석자들은 총회 재판국이 공정 재판을 하고, 서울동남노회를 정상화해 달라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다음은 성명서 전문.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총회 공정 재판을 촉구'하기 위해 연합 기도회로 모인 우리 신앙인들은 금번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 사건이 우리로 다시 깨어나 개혁 교회 후예임을 자임하게 하는 명령으로 알아차리고 그 부름에 겸손히 응답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명성교회는 지난 11월 12일 김삼환 목사의 뒤를 이어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웠습니다. 김삼환 목사의 은퇴를 2년이나 미루었던 교회는 결국 아들 목사에게 불법과 변칙이라는 명성의 '우림과 둠밈'(출 28:30, 빛과 완전함)이 새겨진 흉패를 입혀 강단에 세웠습니다.

김하나 목사는 김삼환 목사의 아들 이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종으로 누구보다 하나님의 뜻과 말씀에 순종할 의무가 있는 목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이 아닌 아버지 김삼환 목사를 따랐고, 한국교회와 총회가 아닌 명성교회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그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명성교회를 이끌어야 하는 목자가 아닌 아버지와 교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의 머리가 되어 하나님을 대신할 것입니다. 명성교회라는 메가 처치(megachurch)와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개인과 단체 그리고 교회는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사욕이나 교회의 비정상은 단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공범자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힘없고 약한 이들은 이런 구조에 노출되어 개인적으로는 항거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여 절망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노끈과 채찍을 드시고 책망하시던 예루살렘 성전과 그곳에 속한 종교인들, 그들과 결탁한 상인들처럼 명성교회라는 이름으로 맘몬화 된 교회를 더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명성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전체와 부분이 분리되지 않듯이 명성의 버려짐은 한국교회의 버려짐이요, 명성의 타락은 한국교회 전체의 타락을 의미합니다. 한국교회가 성장제일주의 신화와 성공주의에 도취된 나머지 이렇게 참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명성교회 불법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는 온 교회가 회개하고 반성하며 마음을 찢고 재를 뒤집어쓰는 각오로 새롭게 변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내 형제의 불의가 결코 형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방관자로서 동조자로서 묵인하며 협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연합 기도회에 참석한 우리 모두는 다음과 같이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 첫째, 우리는 공교회가 정한 법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위법 행위는 단지 개인이나 교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노회와 총회, 나아가서는 사회 근간을 허무는 것입니다. 준법정신을 새롭게 하며 건강한 교회를 위해 앞장서 실천하겠습니다.

- 둘째, 우리는 개교회주의와 물신화 된 교회를 과감히 개혁하여 교회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교회의 회복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앞당기는 하나님나라 일꾼으로 거듭나겠습니다.

- 셋째,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여 추한 욕망과 이기심에 빠지지 않도록 복음의 빛에 따라 성화된 삶을 살겠습니다. 또한 성령의 인도하심을 믿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명성교회와 총회, 한국교회 앞에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촉구하며 다짐합니다.

- 첫째,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성경의 기준과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것은 물론 법적으로나 사회 일반의 상식적인 기준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명성교회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그리고 한국사회 앞에서 잘못을 고백하고 회개하면서 담임목사 청빙을 즉각 철회하고 모든 면에서 새롭게 출발할 것을 촉구합니다.

- 둘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는 신속하고 공정한 법적 판단을 통하여 명성교회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 엄중하게 지적하고, 파행된 노회가 정상을 되찾고 노회로 하여금 교회의 권위를 올바르게 세워가도록 지도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 셋째,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교단 산하 신학대학 교수와 학생들은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자정과 개혁을 위하여 다양한 형태로 행동할 것을 다짐합니다.

2017년 12월 18일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총회 공정 재판을 촉구' 연합 기도회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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