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계가 '성 평등'에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성 평등은 성소수자를 포함한다며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양성평등'이란 성별에 따른 차별·편견·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을 말한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1항에 나오는 내용이다. 개인의 존엄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최근 여기에 보수 개신교가 열을 올리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8~2022년 '2차 양성평등 정책 기본 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본 계획에 나오는 '양성평등' 용어를 '성 평등'으로 대체하고자 했다. 양성평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녀를 대립적으로 비추는 의미가 강하고, 일각에서 양성평등이 성별을 남녀로만 나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용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을 성 평등으로 바꾼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양성평등에서 성 평등으로 변경할 경우, 동성애자를 포함 성소수자까지 인정해야 한다며 결사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국민연합(동반연)은 12월 1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여성가족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폭설에도 제주·광주·포항·부산·울산·대전 등에서 1,000여 명이 집결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 청소년들도 있었다.

집회에는 개신교인이 많이 참석했다. 관광버스를 대절하거나, 교회 버스를 이용해 온 곳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홍 아무개 목사는 "남녀를 제외한 성을 인정하면 사회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떤 남자가 본인의 성을 부인하고, 여자라면서 여탕에 들어가려 한다고 해 봐라.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양성평등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양성평등 찬성! 성 평등 절대 반대', '동성애 교육 조장, 여가부 폐지', '급진 페미니스트 온상 여성가족부 폐지', '성 평등?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 평등!'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임했다.

여성가족부는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번역하면 '성 평등', '양성평등'이라며 사실상 의미가 다르지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동반연은, 여가부의 해명이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길원평 교수는 "성 평등은 양성평등과 같지 않다. 성 평등은 성소수자를 포함한다. 여가부가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성 평등에 기반한 '2차 양성평등 정책 기본 계획'을 중단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양성평등의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라"고 외쳤다.

무대에 선 인사들은 여가부 정현백 장관의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 냈다.

"성 평등으로 바뀌면, 도시락 폭탄 들고 (여가부에) 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성 평등 반대한다",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건 성 평등이 아니다. 여가부는 해체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정현백 장관을 해임하라", "낙태방지법 폐지, 동성애법 허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은 각성하라", "저출산 문제는 해결 못 하고 가족 붕괴시키고, 남녀 이간질하는 여가부는 해체하라."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주요셉 목사의 발언은 극에 달했다. 주 목사는 "우리나라 여권 신장이 얼마나 (많이) 됐는가. 여성들이 기죽고 사나? (오히려) 남성들의 기가 죽었다. 여성들이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하고 있다. 여성들도 군대 가야 한다. 저기(여가부) 안에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기만하고 이용하고 있다. 여가부는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맞습니다!"라며 맞장구쳤다.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까지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참가자들은 정부종합청사에서 청운동사무소까지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시위에 앞서 "동성애 조장하는 사탄의 앞잡이 문재인 정부는 각성하라", "여가부는 독버섯이다", "여성 눈물 흘리게 하는 여가부장관 사퇴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보수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에 여가부는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여가부 관계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현행 양성평등기본법상 용어를 혼용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반대 측이) 100% 양성평등을 쓰라고 하는데, 의미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한쪽 용어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 법적으로는 양성평등을 쓰되, 필요에 따라 성 평등도 쓰려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과 성 평등을 혼용해 사용해 오고 있다.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갈무리
동반연이 주최한 반대 국민 대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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