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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 분열로 얼룩진 교계

한기총·한교연·한교총 통합 무산, "자기반성 없는 통합, 무용지물"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7.12.13  17: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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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전명구·정서영·김선규 목사(사진 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성희·전명구·김선규 목사는 한교총 출범을 주도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보수 개신교 연합 기관이 또 분열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정치적·신학적으로 보수를 대변한 단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였다. 한기총은 통일과 민주화, 인권 운동에 헌신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에 대한 반동으로 1980년대 후반에 생긴 후 20여 년간 보수 개신교계를 대표했다.

보수적인 신자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한국교회 상황에서, 한기총은 거대 교단과 대형 교회 참여로 입지를 다졌다. 지나치게 보수 정권과 유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많았지만, 한국교회 보수를 대표하는 기구는 한기총이었다. 반면, 진보적인 교회협은 점점 영향력을 잃어 갔다. 한기총은 '보수 개신교'가 아니라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돼 버렸다.

그러나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던 시대는 2011년 금권 선거 의혹이 터지면서 막을 내렸다. 몇몇 목사가 당시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의 금권 선거를 폭로한 데 이어, 직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 역시 대표회장 선거에서 돈을 뿌렸다고 자백했다. 한기총 안팎에서 파장이 일었다. 내부에서는 비리 인사들과 함께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외부에서는 한기총 해체 운동이 전개됐다.

이듬해 한기총을 탈퇴한 예장통합, 예장대신, 기성 등 21개 교단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세웠다. 한교연은 스스로를 '개혁 단체'를 자처했다. 한기총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홍재철 대표회장 당시, 이단 해제 문제로 중심을 잡고 있던 예장합동마저 뛰쳐나갔다.

곧 망할 줄 알았던 한기총은 꾸역꾸역 살아남았다. 교계 연합 기구는 진보 진영의 교회협, 그리고 보수 진영의 한기총, 한교연으로 재편됐다. 한기총은 홍재철 목사가 물러나고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서, 한교연과 해빙 분위기를 조성했다. 중간중간 한기총·한교연 통합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한기총·한교연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던 2016년 3월경, 주요 교단장 모임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나섰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만큼 한기총·한교연을 포함해 모든 교회를 하나로 만들자고 선언했다. 당시 교단장 이성희(예장통합)·김선규(예장합동)·전명구(감리회)·이영훈(기하성) 목사가 앞장섰다.

교단장회의는 올해 1월,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출범했다.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하고, 한국교회의 '빅 텐트'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크고 작은 교단을 향해 한교총으로 '헤쳐 모여'라고 주문했다. 교계 연합 기구를 통합한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자칫 잘못할 경우 제4의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교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올해 초 성명에서 "한국교회 대표로서 연합 운동의 성공과 실패를 통감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나뉘어 각각 속한 단체의 목적만을 주장해 온 현실을 회개한다. 가슴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단 중심의 연합 단체 복원을 추진해 왔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기총·한교연 통합 결렬
한교총, 한교연과 선통합 후결별

한교총 출범 이후 한기총·한교연 통합 논의는 진전을 보였다. 이영훈(한기총)·정서영(한교연) 대표회장은 4월 12일, 양 단체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통합이 가시권에 접어든 듯했지만, 이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교연은 한기총에 다락방 류광수 목사가 소속된 예장개혁 교단을 탈퇴시키라고 요구했지만, 한기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교총은 한기총·한교연 통합이 이뤄지지 않자, 한교연과 먼저 통합을 추진했다. 8월 16일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출범했다. 두 단체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한국교회 연합 운동을 개혁하게 됨은 오직 하나님의 섭리임을 고백한다. 과도한 선거열로 인한 문제 등의 그릇된 관행을 혁파하고, 공교회성을 고양하며, 이단·사이비 올무에서 벗어난 바른 연합 운동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장황한 출범 선언에 비해 현실은 초라했다. 공동대표회장직을 놓고 한교총과 한교연은 이견을 보였다. 한교총은 현직 총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한교연은 현직 대표회장은 바쁘니 총회장을 지낸 인사로 세우자고 맞섰다. '자리다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결국 통합은 무산됐다. 한기연으로 이름을 바꾼 한교연은 11월 29일 한교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아병적 이기심', '패거리 정치', '줄 세우기', '저급한 갑질', '자만' 등 과격한 표현을 써 가며 "대교단이 주도하는 연합 단체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한교총은 독자 노선을 택했다. 12월 5일 제1회 정기총회를 열고, 최기학(예장통합)·전계헌(예장합동)·전명구(감리회)·이영훈(기하성) 목사를 공동대표회장으로 세웠다. 한교총은 "한국교회 연합 운동은 교단장들이 대표성을 갖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한기총, 한교연은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단 문제로 통합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결과적으로 한기총·한교연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고, 우려대로 제4의 단체가 생겨났다. 한교연 이름만 한기연으로 바뀌었다. '통합'과 '하나 됨'을 강조했는데, 분열로 이어졌다.

연합 기구의 분열은 '대표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를 묻는 말에 목회자 39%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연합 기구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12.8%나 됐다. 한기총(18.2%), 한교연(18%), 교회협(11.5%), 교단장회의(6.7%), 한기연(3.5%) 순으로 지지율 차이도 크지 않다.

앞으로 또 연합 기구 통합 이야기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엄기호 대표회장(한기총)은 "그 단체가 한교연과 한기총을 합치려는 들러리 역할을 했는데, 마치 중매자가 신랑과 신부를 차지하려는 격이 됐다. 그 단체는 현재 사설 단체나 마찬가지다. (교계 연합 기구가) 잠정적으로 하나가 돼야겠지만, 한기총만의 정체성도 있고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분열은 또 다른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기연 한 관계자는 "한기총·한기연·한교총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한교총이 가세하면서 교계에 보수 성향 단체만 3개나 됐다. 앞으로 유사한 단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중구난방 속에서 한국교회에 비전을 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교총은 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변인 변창배 사무총장(예장통합)은 "우리는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특정 단체의 이기심으로 좌절됐다. 제4의 단체라는 비난도 얼마든지 수용할 용의가 있다. 다만 우리 공식 입장은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대통합을 이뤄 나가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목회자 3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자료 제공 한국기독교언론포럼

'공신력' '대표성' 없는 연합 기구
기구들 간 불필요한 경쟁 우려
아래로부터의 요구 적극 반영해야

저마다 이해관계로 다투고 분열하고 있다. 연합 단체에 연관된 인사들은 이런 걸 굉장한 일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일반 교인들의 신앙생활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신자들을 대표하지도 않고 대표할 수도 없는데, 연합 기관들은 이따금씩 '한국교회 1,000만 성도', '범기독교계'라는 말을 써서 불을 지른다.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새로운 단체가 떴다고 해서 해산하려는 기구는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나 더 늘어난 셈인데, (연합 기구가) 서로 협조적이지도 않다. 일종의 성명서 경쟁 또는 연합 사업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교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경쟁이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무조건적 통합에 앞서 자기반성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학교, 교단 등 성한 데가 없는데, 교계 연합 기구는 자정 운동을 하지 않는다. 동성애 때문에 한국교회가 망한다는 식으로 바깥 탓만 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기존의 연합 기구가 무슨 일을 해 왔는지 냉철한 평가를 한 다음 통합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자기반성 없는 통합은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연합 기구는 견제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인들 의식과 괴리된 입장을 발표해 한국교회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양 대표는 "연합 기구를 여러 개 만드는 방식보다 교인의 의사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는, 자발적인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호 실장(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도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 연합 기관들은 그런 당위적 요소가 없다. 공신력도 없이, '우리가 대표성을 가질 테니 다 모여'라고 하는 게 무슨 정당성이 있는가. 한국 기독교가 결속돼 있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 단체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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