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 묵상을 준비하면서 에스겔서 16장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때 놀라운 구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죄악이 소돔의 죄악보다 훨씬 극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입니다. 소돔의 죄악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다. 소돔과 그의 딸들은 교만하였다. 또 양식이 많아서 배부르고 한가하여 평안하게 살면서도,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교만하였으며, 내 눈앞에서 역겨운 일을 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그것을 보고는, 그들을 없애 버렸다." (겔 16:48-50, 표준새번역)

이 구절만 놓고 본다면 소돔의 멸망이 동성애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창세기 19장 말씀도 다시금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동성애만 부각돼 있는 듯했습니다. 다만 동성애가 다는 아니었지요.

창세기 19장에는 롯이 천사 곧 나그네를 대접하는 장면(1-3절), 소돔 사람들이 그들과 성관계를 갖겠다고 하고 눈이 멀게 된 장면(4-14절), 그들이 롯의 가족을 이끌고 나간 장면(15-29절), 롯의 두 딸이 롯을 통해 모압과 암몬 조상을 낳는 장면(30-38절)이 순차적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소돔의 동성애와 심판 장면은 창세기 19장의 일부분에 해당됩니다.

또한 창세기 19장은 창세기 18장에 등장하는 아브라함과 그 천사들 이야기에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18장에는 아브라함이 천사를 대접하는 장면(1-15절), 소돔성에 대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장면(16-33절)이 나오지요. 그리고 19장으로 넘어가 롯이 천사를 대접하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동성애에 관해서는 레위기 18장 22절과 20장 13절을 보면 '둘 다 죽이도록' 명령하고 있지요. 왜 그런 율법을 제정하셨을까요. 애굽 땅에 430년간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족속은 애굽의 동성애 문화, 다시 말해 고대 근동의 퇴폐적인 성적 문화를 본받아 왔던 것이지요. 그런 이스라엘 족속을 언약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께서는 절대로 그런 성적 문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지요. 그래서 당신의 율례와 법도로 '동성애자들 쳐 죽이도록 명령하신' 것이었습니다.

그 율례와 법도에 관한 조항이 613가지가 되고, 그것을 압축하면 10계명이 되지요. 그 십계명은 위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아래로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계명으로 구분하고 있지요. 예수님께서 강조점을 두신 것도 그런 차원이었고요.

율례와 법도를 제정하신 근본 취지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지요. 여태까지 애굽 땅에서 행하고 있는 각종 신들에 대한 우상숭배를 차단하면서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하고 경배하는 모습을 갖출 것, 억압과 굴종과 약탈이라는 힘의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애굽의 인간 사회 법질서를 새롭게 구축하여 진정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하신 것 말입니다. 그 속에 동성애자에 관한 규례와 처벌 조항을 넣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약성경은 소돔의 멸망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유다서 1장 7절에서도 동성애는 소돔과 고모라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도시들도 다 동성애가 판을 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마태복음(마 11:24)과 누가복음(눅 17:29)에서는 소돔 멸망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동성애 때문에 심판받았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베드로후서 2장 7절에서는 "무법한 자들의 방탕한 행동 때문에" 심판했다고 말씀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소돔은 왜 불과 유황으로 멸망당했을까요.

무엇보다도 소돔 멸망은 동성애가 아니라, 에스겔서에서 지적하는 그 죄악 때문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그 말씀을 되뇌이면 아래와 같습니다.

"소돔의 죄악은 이러하다. 소돔과 그의 딸들은 교만하였다. 또 양식이 많아서 배부르고 한가하여 평안하게 살면서도, 가난하고 못사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교만하였으며, 내 눈앞에서 역겨운 일을 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그것을 보고는, 그들을 없애 버렸다." (겔 16:48-50)

사실 사해 바다 남쪽 만에 위치한 '소돔'(Sodom City)은 창세기 13장 10절 말씀처럼 당시에 부요하고 풍부한 도시였습니다. 멸망 직전의 소돔과 고모라에 대해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은" 곳이었다고 일러 주고 있지요. 그만큼 그 도시 사람들은 풍족한 가운데 살았기 때문에 가난하고 굶주린 자들, 곧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를 어떻게 대하며 살아야 할지, 그 공동체성을 어떻게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통해 지침을 내려 주셨지요.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 (출 23:9)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 두라." (신 24:21)

"셋째 해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 네 성읍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신 26:12)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 (시 41:1)

이상과 같이 모세의 율법과 다른 구약성경을 통해 볼 때, 소돔이 멸망한 직접적 원인은 동성애가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자' 곧 '나그네'를 돌보지 않았던 것,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본질적 소돔의 죄악이고, 마지막에 나오는 "내 눈앞에서 역겨운 일" 곧 개역개정판의 "가증스러운 죄악"이 부차적 죄악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복술과 길흉을 점치는 무당을 좇는 행위, 이방 신상 앞에 자녀를 드리는 인신 제사 행위, 부정한 짐승을 먹는 행위, 그리고 동성애 행위 등이지요.

그래서 창세기 18장과 19장으로 다시 돌아가서 그 상황을 생각한다면, 소돔 멸망에 대한 답은 명확해질 것 같습니다. 아브라함이 천사, 곧 천사인 줄 몰랐던 '그 나그네들'을 대접하는 행위는 모세의 율법에 비춰 보면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가난한 이들'을 대접한 일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브라함은 그렇게 나그네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하나님 관점에 따라 극진히 대접했는데, 창세기 19장 롯도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나그네들 곧 '가난한 이들'을 대접했지요. 하지만 소돔 성읍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풍족함과 경제력과 힘을 동원해 나그네들을 억압하고 무시하는 심보로 성관계를 갖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런 소돔 성읍의 악한 자들 때문에, 바꿔 말해 그렇게 가난한 이들을 긍휼히 여기는 의인 10명이 없었던 까닭에, 하나님께서 본보기로 그 성읍을 불과 유황으로 심판하셨던 것이지요.

이상이 내가 새롭게 깨달은 소돔성의 멸망 원인입니다. 그렇다고 '소돔식 동성애자들'을 옹호하고 합법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 동성애자들은 로마서 1장 26-27절을 통해 이미 심판 아래 있다고 말씀하기 때문입니다.

권성권 / 목포 자유로교회 담임목사, <100인의 책마을> 공동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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