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걱정하시는 것은 성경의 2,000구절에 걸쳐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마태복음 25장 35절을 읽겠다. '너희는 내가 주릴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목회자 11명이 워싱턴D.C.에 위치한 하트상원빌딩(Hart Senate Office Building) 로비에서 성경 구절을 소리 내 읽다가 체포됐다. 일렬로 늘어선 목회자들이 낭독한 성경 구절은 모두 '가난한 자'에 관한 것이었다. 이들은 해산명령을 내리는 의회 경찰의 경고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은 세 차례 구두로 경고한 뒤, 목회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수갑을 채웠다.

개신교 사회정의 구현 단체 '소저너스'(Sojourners) 창립자 짐 월리스(Jim Wallis), 신학자이자 흑인 인권 운동가 바버라 윌리엄스-스키너(Barbara Williams-Skinner) 등 목회자 11명은 11월 30일, 공화당이 준비하고 있는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기 위해 상원의원 사무실이 있는 하트빌딩을 찾았다. 베를 잘라 만든 스톨을 목에 두르고 손에 성경을 들고 있었다.

11월 30일, 목회자 11명은 가난한 자들의 혜택을 박탈하는 공화당의 세제개편안에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소저너스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목회자 11명이 선 자리 앞에는 이사야서 10장 1-2절이 적힌 플래카드가 놓여 있었다. 체포되는 순간에도 목회자들은 성경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짐 월리스는 "우리는 말 그대로 '성경을 읽는 중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모두 체포되고 윌리엄-스키너만 남았을 때, 한 남성이 다가와 노래를 시작했다. 누가복음 1장 46-56절에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였다. 경찰은 윌리엄-스키너와 함께 이 남성도 체포했다. 경찰이 이날 체포한 사람은 총 12명이었다.

부자 배 불리는 세제 개편안
"성경 논리에 맞지 않다"

목회자들이 우려하는 세제 개편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다. '감세 및 일자리 법'(Tax Cut and Job Act)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11월 16일, 세제 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연간 3만 달러(한화 약 3,249만 원) 이상 소득자는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는 반면, 1만 달러(한화 약 1,083만 원) 이하 소득자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편안이 통과되면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이들은 연간 10만 달러(한화 약 1억 828만 원) 이상 소득자다.

기업가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기업에 유리한 감세 혜택을 세제 개편안에 포함했다. 예를 들면, 존 코닌 의원(텍사스)은 자신의 지역구에 밀집된 석유·가스 회사들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개편안을 냈다. 댄 설리번 의원(알래스카)은 알래스카 지역에 많은 크루즈 노선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친기업형 세제 개편안이 가난한 사람들의 혜택을 박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법안이 통과하면 가난한 이들은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던 건강보험 혜택을 덜 받게 된다"라고 11월 26일 보도했다. 기업과 고소득자에게는 법인세·소득세의 감면 혜택을 주고, 부족한 부분은 가난한 이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을 줄이면서 메꾼다는 것이다.

의회 경찰은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은 목회자들을 현장에서 체포, 연행했다. 소저너스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짐 월리스는 공화당의 '감세 및 일자리 법'이 성경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체포됐다 풀려난 다음 날 발표한 팟캐스트에서 "11월 29일, 세제 개편안을 반대하는 종교 지도자 2,400명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음에도 입법자들이 듣지 않았기 때문에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했다. 성경이 말하는 논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성경이 말하는 바를 전한 것이다. 상원의원 91%가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스톨 위에 베를 두른 것은 법안이 통과할 경우 고통받을 가난한 자들을 상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짐 월리스는 "베는 성경에서 회개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고난의 상징이기도 하다. 베는 이 법으로 공격받을 사람들의 고난을 상징하기도 한다. 세제 개편안은 이 고난을 상징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의회는 12월 4일(현지 시각) 오전 11시, 세제 개편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