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목사님 중에서도 '신학'과 '목회'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을 만나게 된다. 나 또한 과거에 그러한 생각을 잠시 했던 적이 있다. 지금에 와서 과거 신학 불용(不用)을 주장[무용(無用)이 아니다]하던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면, '바른' 목회보다는 '빠른' 목회에 집중했기 때문에 그렇게 주장했다고 생각된다.

솔직히 나는 부목사 시절에 철저하게 '목회 성공'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내 목회 성공이 곧 하나님의 성공이라는 당위적 믿음 가운데 있었다. 그래서 목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신학, 때로는 목회 성공을 방해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신학은 불필요했고, 그래서 신학 무용(無用)에 가까운 불용(不用)적 사상을 갖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교회(조직)를 복음의 대상으로 봤던 것이다.

<신학 공부 - 하나님과 세계> / 김진혁 지음 / 예책 펴냄 / 292쪽 / 1만 5,000원

신학적 질문들을 다루는 책

저자가 밝히듯이 본서는 신학 내용을 직접 다루는, 전문 신학 내용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학적 질문들에 대한 대답 방식을 취하고 있는 신학적 책이다.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질문'이다. 목사님 설교나, 성경 공부의 가르침에 대한 도전적 '질문'은 '금기'다. 그 교회 출석하고 있는 신자들은 모두 그 교회의 담임목사와 똑같은 신앙적 사상과 생각을 갖고 있어야 건강하고 믿음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위 믿음 좋은 분을 만나면, 두드러지는 특징이 믿는 것이 중요하고 질문은 불경건하거나 도전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질문도 없다. 그래서 신학적 질문의 방식을 취해서 기획한 이 책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자들을 위한 신학 훈련서

사실 오래전부터 현재 담임하고 있는 교회 신자들에게 어떻게 신학을 훈련시킬 수 있을지 부단히 고심하고 여러 시도를 하는 중에 있었다(필자가 추구하는 신학은 특정 교리가 아니다. 다양한 교리를 통합할 수 있는 신학적 사고와 신앙 훈련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함께 읽어 왔지만,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에게 맞춰진 체계적 신학 훈련 교재가 필요하다는 갈망이 늘 있었다. 현재 필자의 갈망에 이 책이 가장 근접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책은, 신앙이 있는 신자들이 큰 저항이나 부담 없이 신학 훈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그 목적과 특징으로 삼는다. 그동안 봐 왔던 대부분 책이 특정 교리를 주입하거나 특정 신학을 설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는데, 이 책은 교리적 신앙에 근거하거나 교리적 신앙을 주입하지 않는다. 신학의 근본적 정의와 목적, 그 출발점을 탁월한 부드러움으로 안내하고 있다. 전문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 책에도 편향된 전제가 있지만, 이미 특정 신앙을 가진 신자들을 특정 교리가 아닌 신학으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립적이다.

신학을 한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가상 독자들을 매우 의식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이가 너무 충격받지 않게, 다른 오해를 낳지 않게, 그동안 묻어 두었던 의문을 다시 질문으로 고민할 수 있게 불러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신학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에 대하여, 하나님을 향하여, 지금 일어나고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하여 '질문'하는 것이다. 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믿지만, 그 계시는 우리 인간의 인식과 체험(경험)의 깨달음 과정과 그 범주들을 통해 주어진다는 분명한 전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교리를 공부할 수는 있겠으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완벽한 교리는 없다. 그러므로 특정한 교리를 기준으로 신앙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교리들을 통합할 수 있는 신학적 신앙 훈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이 책은 필자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신학적 작업을 위한 단계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탁월한 입문서가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웠다. 현재 함께 읽고 있는 존 스토트의 글을 끝나면, 본서를 신자들과 함께 읽을 계획이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강도헌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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