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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도 페미니즘 배워야 하는 이유

[인터뷰] 교회서 페미니즘 책 모임 시도한 나연수 목사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12.01  17: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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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회는 한국 사회 다양한 집단 중 성차별이 심한 곳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등 몇몇 교단은 아직도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전체 남녀 교인 비율을 보면 여성이 더 많지만 리더십에서 남녀 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여성 목사 안수 거부 외에도 한국교회에는 남녀 차별이 만연해 있다. 강남순 교수(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신학대학원)가 <페미니즘과 기독교>(동녘)에서 지적했듯이,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남성우월주의와 한국 문화 속 유교가 합쳐져, 한국교회에 강력한 가부장제가 형성됐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전통 교회 환경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교회 청년들과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운영한 나연수 목사(성덕중앙교회)의 시도는 여러 의미가 있다. 예장합동 목회자가 먼저 페미니즘 공부를 하기도 어렵고, 페미니즘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도 부목사 신분으로 교회에서 이런 모임을 열기는 쉽지 않다.

나연수 목사는 2016년 한 해 동안 교회에서 청년들과 페미니즘 책 모임을 진행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인 예장합동의 목사가 어쩌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11월 30일, 교회 사무실 인근 한 카페에서 나연수 목사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아 인터뷰를 고사하려다가, 그래도 한국교회 상황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이후 바뀐 신앙관
'이웃'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생각하다 페미니즘에 관심

-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멀리 봐서 일차적인 계기를 따지면, 세월호 참사까지 올라간다. 세월호 사건을 기점으로 신앙관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교회는 분명히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이야기했는데, 이웃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잘 안 했다. 구체화하더라도 교회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세월호 이후에 보니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을, 너무 뜬구름 잡는 것처럼 알고 있었더라.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와 조금 다른 신앙관을 가진 이들을 찾았다.

청어람ARMC를 알게 돼 거기서 하는 강연도 들으러 가고, 소개하는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나와 다른 신앙 색깔을 가진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신앙관을 배우면서 주위를 보는 눈이 조금씩 변했다. 그렇게 조금씩 지평이 넓어져 페미니즘까지 닿게 됐다.

- 페미니즘에 발을 들이게 된 결정적 동기가 있다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책을 읽는데 너무 내 얘기 같았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게 '(남자는) 기저귀 갈아 주면서 칭찬받으려 한다'는 부분과 '오빠와 여동생 혹은 누나와 남동생이 함께 있으면 남자가 먹을 라면은 여자가 끓여 줘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아들만 셋인데, 첫째 키울 때는 신대원 기숙사에 사느라 육아를 전혀 돕지 못했고, 둘째 키울 때 처음 기저귀를 갈아 봤다. 그나마 똥 묻은 기저귀는 셋째 때에서야 갈았다. 그것도 아내가 할 상황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저귀 갈 때마다 생색을 냈다.(웃음)

또 한 가지는 우리 어머니인데, 어머니도 아들만 위하는 가정에서 자라셨다. 어머니가 외할머니한테, 왜 아들들만 챙기고 딸은 신경 쓰지 않느냐고 아쉬운 소리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정작 어머니가 우리에게 똑같이 하고 계셨다. 나와 여동생이 있으면 어머니는 나조차 민망할 정도로 나에게만 잘해 주셨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두 가지가 눈에 확 띄었다. 그 책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가 쓴 책이었는데,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이게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와닿으니까 자꾸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행동하고 지냈는지 궁금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아내와 여동생에게 물어봤더니, 그 둘은 내 행동, 남성들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제서야 알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늦게 깨달았던 거다.

- 본인이 깨달았다 해도 교회에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청년·장년 여성 교인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을 만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든 게 있느냐'고 물었는데 사례가 엄청 많았다. 교인들 이야기를 들은 뒤, 들었던 이야기를 염두에 두며 일상을 살다 보니까, 그 사례들은 내 아내, 여동생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었다.

예를 들면, 한번은 아내가 운전대를 잡고 내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신호가 떨어지지 않아 잠깐 대기하고 있었는데 뒤에 서 있던 차는 그걸 못 기다렸다. 몇 번 경적을 울리다가 화가 났는지 차에서 내려 갑자기 우리 차 운전석쪽 문을 확 열더라. 그런데 내가 그 옆에 앉아 있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문을 닫고 그냥 자기 차로 돌아갔다. 만약 내가 없었으면 아내는 폭력을 당했을 것 같았다.

강남역 살인 사건도 그즈음 일어났다. 사건 이후에 교회 청년들에게 물어보니까 다들 자기 일처럼 느끼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물론이고 바깥에서 화장실 갈 때 한 번 더 보게 된다고 하고. 실생활에 제약이 들어오는 모습을 나누면서 주제가 확장되고 청년들과 만남이 깊어졌다.

상반기에 운영한 책 모임은 나 목사를 제외하고 전부 여성이었다. 백소영 교수와 함께 모임을 마치고 찍은 사진. 사진 제공 나연수

-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나.

2016년 한 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진행했다. 상반기에는 주로 책을 읽으면서 공부하고, 책 읽고 느낀점 등을 정말 많이 나눴다. 하반기가 되면서는 논의의 깊이를 더하고자 남자 청년도 3~4명 초청했다. 그 사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주제로 스킷 드라마도 연습해서 교인들 앞에 선보였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던 여성 청년이 몇 명 있었다. 교회 열심히 다니는 청년들이라 해도, 페미니즘을 주제로 같이 모임 하기도 힘들고, 교회에서 이런 것을 해도 되나 싶었던 것 같다. 아예 교회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니까 책도 더 적극적으로 읽어 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 친구들은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임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을 많이 위로했다.

내가 누구를 가르치거나 할 형편이 안 됐다. 일단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평생 남자로 여성이 어떤 불편을 겪으면서 사는지 전혀 모르며 지냈다. 불과 1~2년 사이에 뭔가 잘못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정도였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같이 배우고 나눈 정도다.

- 페미니즘 모임을 놓고 교회 내에서 반발은 없었나.

모임 내부에서는 크게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게 편견이 많은 분야라, 외부자 시선으로 봤을 때 좀 우려스러웠나 보다. 책 모임만 했는데 "너무 센 거 아니냐", "교회인데 복음을 먼저 전해야지. 페미니즘은 후순위 아니냐"는 말을 듣긴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설교에서 페미니즘을 조금 언급했다고 해서 직접 와서 뭐라고 하는 분까지는 없었다. 당시 담임목사님도 우리가 하는 걸 완벽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모임을 지속할 수 있게 뒤에서 감싸 줬다.

사회에서 당한 차별
서로 나누는 것만으로
이미 힐링은 시작

- 목사였기 때문에 목회 현장에서 페미니즘 이야기를 하기로 결심한 것 같은데.

맞다. 목회라는 건 교인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필요를 채울 수 있으면 채우고, 그게 안 되면 함께 기도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청년에게 뭘 가르친다기보다는 우선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시작했다. 1기 때 7~8명이 모여서 했는데 그냥 서로 하는 이야기 듣고 자기 이야기 쏟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속에 쌓아 놨던 것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더라.

'봇물 터지듯'이라는 표현이 맞다. 연애·취업·학교·집 등 일상에서 겪는 일들과 부모님·오빠·남자친구·선생님·상사 등 다양한 사람에게 당한 이야기였다. 그들이 쏟아 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모임에서 나 혼자 남자였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었다. 팀원들이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적나라한 현실을 들으면서 속상하기도 하고 너무 몰랐다 싶기도 했다. 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그런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 페미니즘을 공부하면 질문이 늘어난다. 특히 성차별이 만연한 교회는 왜 이런 모습인지 궁금해하는 청년들에게 어느 정도 답을 줘야 하는 입장이 아니었나.

한국교회 안에 여성은 많지만 권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건 남성이다. 결정적으로 우리 교단만 놓고 보면 남자만 목사를 할 수 있다. 또 그동안 한국교회에서는 설교 등에서 여성 비하, 차별 발언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묻는 일이 많았다.

나도 배우는 중이었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여성주의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그동안 교회에서 잘못 가르쳤던 것들을 지적하는 부분은 받아들였다. 특히 여성 안수 같은 경우 지금은 찬성한다고 말한다. 그런 부분은 교회의 나쁜 전통이라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 교회에서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목사로서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지.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보면 뭔가 갈망하는 게 있어서 스스로 공부를 한다. 교회 페미니즘 모임에도 참석하고, 교회 밖에서는 더 많이 배울 거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면 결국에는 현재 교회 내에서 부딪치는 부분들을 참을 수 없게 될 텐데, 그 부분이 걱정된다. 교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페미니즘을 공부한 친구들이 전통적인 성서 해석 등을 듣고 있기가 굉장히 힘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회가 가진 전통적인 남녀 차별, 역할 구분 이런 것들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나연수 목사는 함께 공부한 청년들과 함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스킷 드라마를 만들어 교회에 선보였다. 성덕중앙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데 이것은 페미니즘 문제에만 국한한다고 보지 않는다. 사실 청년들이 여러 방면에서 답답해할 수 있다. 이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을 과연 교회가 알아챌 수 있을까 걱정된다.

청년 목회를 하면서 청년들에게 배우는 게 많았다. 한 청년이 "교회가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훨씬 세밀하게 조직·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친구가 수험생 기도회를 예로 들더라. 사실 수험생 기도회는 수험생이 있는 거의 모든 교회가 한다. 수험생과 그 가족이 위로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같은 나이인데 수험생이 아닌 사람도 분명히 있다. 교회라면 이런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좀 알고 그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배려해서 기도회를 진행하면 좋겠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면 이것만 그런 게 아니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많은 프로그램이 소수자보다는 사회 주류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많다. 12주짜리 '행복한 가정을 위한 세미나' 같은 건 누가 대상일까. 중산층 가정을 초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메시지가 나간다. 청년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끼고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 사실 교회 주류는 장년 여성이다. 남녀 차별을 오랜 기간 내면화한 여성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게 어려울 것 같다.

잘못된 것을 말씀으로 가르치고 같이 변해 가는 과정이 목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포기할 수는 없다. 그분들이 그렇게 살아오신 과정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그렇게 내면화한 차별로 우리 자녀들을 억압할 수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 드려야 한다. 본인과 자녀를 위해서도 바꿔 나가야 하는 거니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그분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방법론에 있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워낙 유교의 가르침과 성경 내용이 구분 없이 뒤섞여 있는데, 이것들을 예리하게 분별하고 잘 전달하기 위해 또 다른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성학도 알아봤는데 여자만 받는다고 해서 다른 걸 찾고 있다.

페미니즘은 현실적 문제
관심 있다면 먼저 들어야

- 페미니즘을 배우고 싶어하는 목사가 있다면,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일단 들었으면 좋겠다. 교인들 이야기를 먼저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 문제 관련해서는 '여자이기 때문에 실제 삶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느냐'라는 굉장히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면 좋겠다. 듣는 교인들은 분명히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실 거다. 장년층은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가 참고 사랑으로 견뎠다"는 얘기를 더 많이 하시겠지만….

그럼에도 "밤거리가 무섭다", "새벽 예배 나올 때 솔직히 걱정된다",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면 정말 무섭다" 등 평소 느낀 점 그대로 말해 주실 것이다. 남자 교인 중에 그런 말씀하시는 분은 없다. 여성이 운전할 때 손가락질당하고 욕먹은 경험은 정말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가면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상처받은 이야기도 있더라. 남자가 아니면 낙태하던 시기, 여자아이 낳았다고 괄시하던 시기를 지나왔으니까. 여자라서 당해야 했던 일이 정말 많다는 걸 목사들이 우선 잘 들었으면 좋겠다.

듣고 난 뒤에는 이게 왜 학문으로 정립될 정도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 주는 좋은 책이 많다. 배우려는 자세로 책을 읽으면서 기독교적인 생각으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잘 모르는 분야니까 넓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도 더 넓은 공부가 더 필요하다. 임신중절, 성소수자 문제 등은 내 기존 생각으로는 아직 온전히 동의할 수 없는 면이 분명히 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내 생각은 그것과 달라"라고 판단하면서 한계를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페미니즘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그동안 기독교가 가르쳐 왔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은데, 먼저 재단하다 보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가 없게 될 거다. 본인이 틀렸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결국 페미니즘은 잘못됐다는 결론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나 목사는 어떻게 하면 페미니즘을 사역에 접목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백소영 교수를 초청해 젊은 엄마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 제공 나연수

- 목회자가 페미니즘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은 정말 현실 문제이기 때문에 목회에도 꼭 필요하다. 여성 문제는 배울 게 많다. 교회에서 이런 걸 많이 다루면 좋겠다.

한국교회는 남성 목회자가 절대다수니까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교인들이 더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고 더 깊이 있게 적용하려면 말씀으로 지도받고 싶어 한다. 목사가 나서서 성경적 권고도 같이 찾고,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하면 교인들에게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청년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성경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그들의 갈급함에 확실한 대답을 주지 못할 때 제일 미안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청년도 분명히 자기 신앙을 인정받고, 성경적으로도 자기 생각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 한다. 목사는 성경을 풀어서 해석하고 설명하는 일을 하는데, 이 부분은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임하면 좋겠다.

- 페미니즘과 기독교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하는 남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잘못한 게 많다.(웃음) 페미니즘 공부하면서 실제로 남자 청년들에게 왜 역차별당하는 이야기는 다루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 페미니즘은 남녀가 똑같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페미니즘, 여성 문제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 너무 크다. 그래도 남성들이 들어 보는 게 먼저다.

남자들이 강남역 살인 사건을 남녀 대결로 몰아가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여자들은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남자들은 싸움으로 보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잘못된 시각인가.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닌가. 아프다는 건 도와 달라는 거다. 누군가 쓰러져 있으면 사마리아인처럼 가서 도와야 하는데, 자기들이 가진 편견 때문에 아픈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성경의 가르침도 아니고, 성경에서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 앞으로도 페미니즘 공부는 계속되는가.

페미니즘의 특징은 여성에게만 시선이 머무는 게 아니더라.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에게 눈길이 간다. 같이 공부한 청년들은 미혼모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미혼모 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올해는 교구를 맡았다. 최근에는 혼자 육아하는 엄마들과 백소영 교수의 <엄마 되기, 힐링과 킬링 사이>(대한기독교서회)를 함께 읽었다. 육아도 함께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내년에는 교회가 육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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