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을 규탄하는 성명 15개와 1,062명의 서명을 명성교회 사무장에게 전달했다.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인근 카페에 목사 6명이 모였다. 올해 안수받은 목사, 인도네시아 선교사, 직전 노회장 목사, 중형 교회 담임목사, 기관 사역 목사 등 하는 일은 저마다 달랐다. 30~60대로 연령대도 다양했다.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는 목사들이 11월 28일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교단 헌법을 무시하고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과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명성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신학교 학생과 동문은 지금까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15회 발표했다. 목회자와 신학생 1,062명이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예장통합목회자연대'는 11월 23일 명성교회에 성명과 서명을 직접 전달하고, 김삼환-김하나 목사를 면담하고 싶다는 공문을 보냈다. 명성교회는 답변을 주지 않았지만, 목사들은 예고한 대로 성명과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모였다.

목사들은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명성교회 세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부(富)'와 권력을 들었다. 홍 목사는 "단순히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준 게 문제가 아니다. 맘몬에 굴복한 게 문제다. 그 아들이 가난의 십자가를 지고 간다면, 아무도 안 가는 교회에 간다고 하면 나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우리가 문제 삼는 건 부와 권력 세습이다. 이런 차원에서 명성교회 세습은 우리의 신앙 양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부와 권력의 세습을 옳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식 목사(낮은예수마을교회)는 "네이밍을 잘해야 한다. 명성교회는 '부의 세습'이 문제인 거다. 사회가 지탄하는 것도 부의 세습이다"고 말했다. 이경재 목사(함께하는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잘못 판단했다. 본인은 '머슴'이라고 고백하면서 아들에게 3만 명 넘게 출석하는 초대형 교회를 그대로 넘겨줬다. 이 자체가 모순이다. 본인 입으로 (세습) 안 하겠다고 해 놓고 아들에게 물려줬다. 앞으로 한국교회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 주변 모든 사람이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사로 사역 중인 이규대 목사는 "명성교회는 교인 투표 등 절차를 밟았으니 문제없다고 말한다. 김삼환 목사가 공동의회가 열리던 날 교인들에게 어떻게 했는가. '하나님 뜻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교인들이 거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김삼환 목사는 올해 3월 19일 공동의회가 열린 날 교인들에게 "교인에게는 3대 중심이 있다. 하나님, 교회, 담임목사. 운동선수가 감독의 코치를 받듯 교인은 결정할 때 목사 말을 잘 따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예장통합 목사들이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항의 방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목사들이 성명과 서명문을 전달하기 위해 예배당에 도착하자, 명성교회 사무장 권효기 장로가 입구에 나와 있었다. 홍인식 목사는 "지금까지 규합한 성명 15개와 서명 1,062명개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 (김삼환-김하나 목사를) 직접 만나 뵙고, 정중하게 전달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장로는 "힘들다. 지금 (교회에) 안 계신다. 성명을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내부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세습에 대한) 역사적·사회적 인식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달라 했다. 권 장로는 "교인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경재 목사도 한마디 보탰다. 이 목사는 "명성교회 교인은 3만 명인데, 예장통합 전체 교인은 300만 명 정도 된다. (명성교회보다) 더 많은 교인이 이 문제로 괴로워하며 무거운 짐을 안고 있다. 당회가 이번 사안을 무겁게 다뤄 주면 좋겠다. 이 일이 종결할 때까지 감당하려 한다. 장로님들이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명성교회 또 다른 장로는 "성명은 정중히 전달하겠다. 가장 중요한 건 기도하고 기도하는 명성교회가 아니겠는가. 양해해 달라"고 했다.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반대하는 성명과 서명은 전달했지만, 김삼환-김하나 목사 면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김삼환-김하나 목사에게) 공문을 전달했고, 내용도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바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로교회는 교인이 우선이다. (김하나 목사 청빙은) 74% 넘게 찬성했다. 우리 자체적으로 택했으니, 서로 존중해 줘야 한다. 우리 교인들은 바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예장통합목회자연대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홍인식 목사는 김하나 목사를 향해 "하나님의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만두고 잠깐의 실수였다고 하면 끝이다. 간단하게 결정하면 될 일이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은 부와 권력에 대한 세습이기도 하다. 예장통합 목사들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문제 삼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