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에 나선 김근주 교수는 "명성교회는 세습을 물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신학자들도 동참했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 김근주·배덕만 교수가 11월 27일, 서울 종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총회 회관 앞에서 시위를 했다. 두 교수는 교회 세습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김하나 목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근주 교수는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목회 세습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비신자조차 교회 세습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세상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을 저지르면, 빛과 소금이 아닌 암덩어리로 상징될 것이다. 명성교회 때문에 예장통합 소속 다른 교회가 줄지어 세습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총회가 징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세습을 옹호하는 이들 중에는 구약의 제사장 제도를 들며, 오늘날 가족 간 목회 승계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구약학자 김근주 교수는 이에 대해 얼토당토않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 구약성서에 나온 말씀대로 무슨 일이든 다 똑같이 할 건가. 큰일 날 일이다. 제사장은 목사와 상관없다. 제사장 제도와 목회 세습을 연계하는 해석은 문제가 있다. 적용할 수 없다. 개신교는 만인제사장으로 출발했다. 교역자나 교인이나 모두 하나님의 종으로 '성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명성교회는 교회 안정을 위해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선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세습한 명성교회는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교회들은 싸잡혀 욕먹게 된다. 명성교회는 편안할지 몰라도, 사람들은 한국교회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 명성교회 교인들부터 여기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명성교회는 지금이라도 세습을 무르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예장통합 총회는 명성교회를 징계하든지 쫓아내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덕만 교수는 "수많은 목회자·신학자·신학생이 목소리를 낸다면 명성교회가 세습을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덕만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을 '신성모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를 추구해야 하는데, 명성교회가 이 정신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배 교수는 "명성교회 세습은 개교회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문제이기도 하다. 교회는 특정인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만 문제가 아니다. 시대적·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교인들도 문제다. 배 교수는 "명성교회 교인들이 사태를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시대와 사회, 국가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우리 교회는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거나, 외부의 건전한 비판을 자신들을 향한 공격으로 이해하면 망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 세습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했다. 배 교수는 "끊임없이 있었다. 중세 시대 때 가톨릭에서 문제가 심해지니까, (사제의) 결혼을 금지하지 않았는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개신교가 전철을 밟고 있다. 세습하는 교회와 사람에게는 유익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교회가 망하는 길이다. 남들도 했으니까 우리도 괜찮다고 하지 말라. 남들이 강도짓했으니, 우리도 해도 괜찮다고 하는 건 궤변이다. 범법자의 논리일 뿐"이라고 했다.

배 교수는 김하나 목사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김하나 목사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 할 수 있다. 김 목사가 마음을 품고 파국에 빠진 한국교회의 방향을 뒤집는 데 결단해 달라. 아버지와 교회를 설득하면 전화위복되지 않겠는가. 세습을 철회하면 정말 '명성' 있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1인 시위에는 정성문 집사(강서교회)도 참여했다. 정 집사는 "대형 교회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니 여러 교회가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전도가 안 된다. 전단지조차 받으려 하지 않는다. 성경 가르침에 위배되는 교회 세습은 하면 안 된다. 남의 교회 일에 참견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교회는 누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이다. 이 땅의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현재까지 신청자만 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참가 신청은 세반연이 운영하는 '릴레이 1인 시위 참여' 사이트에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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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세습 철회 촉구 1인 시위에 참가한 강서교회 정성문 집사.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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