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100일 동안 갇혀 있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하나님이 살아 계시기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고, 전혀 억울하지 않다. 저보다 더 후회할 만한 죄인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중략)

피해자 부모님이 얼마나 화가 날지 이해가 된다. 다만 제 실명과 얼굴이 인터넷에 다 도배됐다. (중략) 법적으로는 무죄라고 변호사님이 말씀해 주셔서 뻔뻔하게도 이렇게… 빨리 나가서 저 때문에 욕먹는 가족 대신 제가 욕먹고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문대식 씨(전 기독교대한감리회 늘기쁜교회 담임목사)가 울먹이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문 씨는 11월 16일 열린 공판에서 위와 같이 최후 변론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검찰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문대식 씨를 올해 8월 14일 기소했다. 이후 수차례 공판에서는 피해자 대질신문 등이 있었다. 검찰은 이날 문 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문대식 씨에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법정에서 문대식 씨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문 씨가 피해자들과 모두 '연인 사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씨에게 이단성이 있고, 담임목사와 교인, 나이 많은 유부남과 미성년자 사이의 특수한 관계여서 저항하기 어려웠다는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늘기쁜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일반적인 교회다. 특별한 교리를 내세우지도 않고 일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을 신도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과연 문대식 목사가 운영하던 교회가 특수한 교회인지, 그래서 피해자들이 정신적인 지배를 받아 저항할 수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변호인은 문대식 씨가 교단에서 면직돼 다시는 목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목회도 할 수 없는데, 피고인 가족들은 지방에 내려가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연예인인 피고인 동생도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씨 동생의 연예계 활동이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문대식 씨가 종교적·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죗값을 받아야 하지만, 과연 그것이 법적으로 유죄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증거를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며 변호를 마쳤다.

변호인이 말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문대식 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하라"는 재판장의 말에 마이크 앞에 섰다.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재판장을 향해 위와 같은 말을 이어 갔다.

재판부는 올해 안으로 문 씨에게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목사-교인,
왜 특수 관계인가

문대식 측은 이단이 아닌 정상적인 교회의 목사와 교인 사이를 권력관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신적으로 종속돼 있는 상황도 아니고, 거부하려면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문대식 씨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목사와 교인 사이에는 분명한 권력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런 사이에서 '싫다'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그럴까. 교회 성폭력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정면 반박한다. 채수지 소장(기독교여성상담소)은 "정통 교단에 속한 교회라서 목사와 교인 사이에 특별한 권력관계가 없다는 얘기는 교회 생리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단이 아닌 정통 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채수지 소장은 이단은 교주가 절대 권력을 바탕으로 노골적인 성범죄를 행하는 반면, 정통 교회에서는 교묘하게 성범죄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상담가와 상담 내담자 사이에 발생하는 불균형한 감정 불평등이, 목사와 교인 사이에도 똑같이 발생한다고 했다.

"목사는 교인의 심리적인 취약점을 이용한다. 목사는 아버지의 빈자리가 있거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을 상담하면서 그에게 접근한다. 여기에서 눈에 보이는 노골적인 권력이 아닌 미시 권력이 발생한다. 이렇게 감정이 불평등한 관계에서, 목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접근하지만 실은 자기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교인을 착취하는 것이다."

김애희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문대식 측 주장이 "전형적인 가해자의 방어 수법이자 논리"라며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가 펼치는 한결같은 패턴"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주장은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차지하는 위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했다.

"대부분 교회에서 목사는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한다. 목사가 교인들에게 가부장적 권위를 가지고 순종을 요구한다. 교회 내 권력관계는 비신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준으로 형성돼 왔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과는 조금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평소 담임목사와 교인이라는 친밀하고도 종속적인 관계에 놓였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동등한 관계에서야 - 성폭력 사건에서 이런 경우는 없지만 - 좋고 싫음을 바로바로 표시할 수 있겠지만, 남성 목사와 여성 교인의 관계는 결코 동등하지 않다. '저항' 여부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게다가 문대식 씨 경우, 피해자가 미성년 여성들이다. 문 씨의 수법은 전형적인 '그루밍'(Grooming)이다. 그루밍은 성인 남성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기 전 친해지기 위해 접근하는 것으로,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거나 은폐하는 행위'를 뜻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해외처럼 그루밍 금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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