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바른길을 버리고 그릇된 길로 갔습니다. 불의의 삯을 사랑한 불의의 아들 발람의 길을 따라갔습니다."
"회개하여라. 만일 회개하지 않으면, 내가 속히 너에게로 가서 내 입에서 나오는 칼을 가지고 그들과 싸우겠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인도자와 회중이 순서지에 있는 글을 교독했다. 교독이 끝나자 인도자는 타종으로 기도회 시작을 알렸다. 한 무리가 회중 사이를 가로질러 강단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맨 앞사람은 십자가를, 그 뒷사람은 율법을 의미하는 두꺼운 책을 들었다. 강단 앞에는 하얀 천이 펼쳐져 있었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입니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장신대 학생들을 주축으로 기독교인 500여 명이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위해 모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명성교회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 직영 신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장신대 총학생회와 신대원 여학우회, 신학과 학우회, 목회연구학과 학우회가 11월 14일 저녁 7시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장신대 학생들을 주축으로 기독교인 5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미스바 광장에서 개최된 기도회에 참석했다. 아차산 능선을 타고 겨울을 알리는 싸늘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왔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이날 기독교인들은 교단 헌법을 어겨 가며 부자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를 비판하고, 총회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목사 위임 예배에서 "위임식은 무효"라고 외쳤다가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폭행을 당한 이훈희 전도사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 범죄했다. 기독교는 돈 장사도 아니고, 주식회사도 아니다. 하나님은 바알과 맘몬에 무릎 꿇지 않은 7,000명을 찾고 있다. 이 부르심에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회장과 교단 관계자에게 요청한다. 피하지 말라. 장로교 헌법에 있는 권징과 치리를 시행하라. 장수는 어디에 있고 우리들만 남아 싸우는가. 싸움터로 나와 교단의 기강을 바로 세워 달라"고 했다.

장신대 총학생회장 윤관 전도사도 "총회에 간곡히 청한다. 헌법을 유린하는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행태를 결코 묵과하지 말아 달라. 법은 법대로 공명정대하게 집행해 주기 바란다. 한국교회 많은 교인과 목회자 그리고 신학생이 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상식적인 그리고 성서적인 판단과 행동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명성교회에는 세습 철회를 요구했다. 윤 전도사는 "하나님나라는 세습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명성교회가 만일 세습의 방식에서 돌이키지 않는다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지게 될 것이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교단 헌법을 정면으로 무시한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동호 목사 "교단 내 교회·노회,
명성교회 치리 헌의해야"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가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소셜미디어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김동호 목사는 만민이 기도하는 교회가 강도의 굴혈이 되었다며 명성교회를 비판했다. 그는 "예수가 그런 교회를 엎으셨듯이 우리도 그런 교회를 엎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을 해야 할 노회가 저들의 상을 엎지 못하고 오히려 보호해 주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세습방지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그는 "세습은 2013년 총회에서 금지됐다. 교인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헌법위원회 의견이 있었지만, 아직 세습방지법은 공식적인 교단법"이라며, 교회와 노회가 법을 어겼는데 총회가 아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성교회를 교단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식 있는 당회가 노회에 헌의해야 한다. 노회들은 불법을 저지른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에 대한 치리를 총회에 헌의해야 한다. 그리고 총회는 이를 가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저들의 상을 엎고 교단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멘"을 외쳤다.

김동호 목사는 명성교회를 교단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설교 후 참가자들은 순서지에 실린 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으며 기도했다.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교회를 섬기는 이를 위해, 교단과 노회를 위해, 하나님의 법과 정의를 위해, 명성교회와 교인들을 위해, 교회의 희망을 위해 기도했다.

마지막으로는 다 같이 파송의 찬양을 불렀다.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부르며 앞으로도 계속 명성교회 세습 반대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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