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위임식은 무효입니다! 명성교회는 총회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하나님, 명성교회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나님…"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큰소리를 외치던 청년의 입이 틀어막혔다. 명성교회 교인들은 이 아무개 씨(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1학년)의 얼굴을 쥐어뜯고, 두 손을 이용해 무자비하게 입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상의가 찢어지고 목덜미 주변을 긁히는 등 상해를 당했다.

교단법을 무시해 가며 부자 세습을 완료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원로 추대 및 김하나 목사 위임 예식이 열린 11월 12일, 명성교회 2층 복도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위임식이 열리던 명성교회 예루살렘성전 대예배당 2층에서 "위임식은 무효"라고 외치던 이 아무개 씨와 그 장면을 취재하려던 <뉴스앤조이> 기자가 남성 교인들에게 끌려 나왔다.

<뉴스앤조이>는 11월 13일 이 씨와 전화로 인터뷰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명성교회 교인은 아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최기학 총회장) 소속 장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이다. 그는 같은 교단 사람으로서 명성교회가 총회 법을 어기면서까지 부자 세습을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 씨와의 일문일답.

명성교회 교인이 "위임식은 무효"라고 외치는 이 씨의 입을 막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 처음부터 본당에서 외치겠다고 계획하고 간 건가.

원래는 명성교회 앞에서 진행 중인 세습 반대 시위에만 참석해 피케팅 정도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명성교회 교인들이 시위를 방해하고 대치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위임식에 참석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위임식을 시작하기 30분 전, 명성교회 본당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장의자 4~5개마다 하나씩 지정석을 만들어 놨더라. 그 자리에 남선교회를 동원해서 앉혔다. 그들이 차고 있는 명찰에 '현장 보안 요원'이라고 써 있더라. 1층 분위기가 안 좋아서 청년들이 있는 2층으로 옮겼는데, 거기서도 남선교회 회원이 청년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진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 누군가 먼저 '세습 반대'를 외쳤다.

내가 앉았던 자리가 대학청년부 자리였다. 내가 외치기 전에 누군가 일어나서 "교회 사유화를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 외침과 동시에 끌려 나왔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외침과 동시에 '현장 보안 요원' 명찰을 찬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왔다. 남성 교인 네다섯 명이 내 입을 막고 막무가내로 끌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2층 복도에서도 계속 "위임식은 무효"라고 외쳤다. 교인들이 나를 제지하다 안 되니까 나중에는 머리채도 잡고, 아예 입을 틀어막고 들어서 1층으로 끌고 내려왔다.

2층에서 예배당 밖 주차장까지 끌려 나왔다. 여러 명이 나를 둘러싸고 욕하고 조롱하고, "조용히 해"라고 하면서 여러 차례 입을 틀어막았다. 동시에 바닥에 밀쳤다. 그 와중에 그들은 내가 예배를 방해한 증거를 잡겠다며 계속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진을 찍었다. 나를 폭행한 증거가 될 텐데, 자기네 증거라고 그걸 찍고 있다니. 그 상황이 웃겼다.

어제 일로 입술은 터지고, 목에는 할퀸 자국이 여러 군데 남았다. 무릎도 까져서 피가 나고, 등에는 피멍이 들었다.

- 경찰도 출동했다던데.

명성교회 측에서 112에 신고했기 때문에 순찰차가 왔다. 경찰이 오기 전에는 나를 밀치고 넘어뜨리더니, 경찰이 오니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 주위에 빙 둘러서 있기만 했다. 교인들이 경찰과 함께 나를 들어서 호송차에 넣었다. 몇몇 교인도 파출소에 와서 진술서를 쓰고 갔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는 책임자급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파출소 경찰들과 긴밀하게 이야기하더라.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니 강동경찰서로 이송됐다. 변호인 입회하면 진술하겠다고 했는데, 밤이라서 국선변호인이 없었다. 결국 유치장에 갔다. 밤이 되면서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맞은 곳에 통증이 심해 병원 가겠다고 했고,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신원을 밝혀야 했다. 또 유치장에 계속 있는 게 답은 아닌 것 같아 새벽 4시경에 나왔다.

명성교회 교인들이 11월 12일 열린 위임식에서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받기로 서약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명성교회는 교단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이고, 당신은 교단 소속 신대원 1학년이다. 앞으로 일이 걱정되지는 않나.

한국교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명성교회는 세습해서는 안 된다. 김하나 목사는 모든 비난을 자기가 감수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가 비난을 감수하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김하나 목사가 교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명성교회 내부에서도 힘들어하고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뭐가 옳은 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간곡히 요청하는 마음에서 직접 외치게 된 것이다.

사실 교단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너무 조용해서 마음이 힘들었다. 피케팅한다고 해도 사람도 잘 모이지 않는다. 교단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세습하고 있는 건데, 총회는 침묵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잘못됐다고 말하며 분노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교회 문제라서 그런지, 아니면 개인 성향 때문인지 거기서 그친다. 필요하다면 과격한 방법을 써서라도 뭐가 옳은지 어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잘 안되는 것 같다. 이런 비판은 나에게도 해당된다. 나도 그동안 계속 욕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그렇게 외쳤던 것 같다.

-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글을 읽은 학교 친구들이 "미안하다. 앞으로라도 함께하자"며 연락해 오고 있다. 내일(14일) 학교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기도회를 여니까 그런 데라도 동참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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