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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없는 세월호피해자지원법

세월호 참사 피해자 증언 대회, 지원 범위 및 참여 확대 필요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11.11  18: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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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참사 앞에서 피해자를 구분하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만 피해자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구조 활동을 하다 생계를 잃은 민간 구조사, 하루아침에 동료 혹은 친구를 잃은 사람들, 참사가 일어난 현지에서 1·2차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 단원고 2학년 8반 준형 아빠 장훈 진상규명분과장(416가족협의회)은 "안산시 주민 모두가, 대한민국 전체가 피해자"라고 말한다.

세월호 희생자·생존자·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또 다른 참사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416연대·416가족협의회가 공동 주관하고 김현권·박주민·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황주홍 의원(국민의당), 윤소하 의원(정의당) 등이 공동 주최한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지원법 개정을 위한 증언 대회'가 11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피해자 증언을 하기 위해 민간 잠수사 황병주 씨, 진도 동거차도 소명영 어촌계장, 김덕영 전 단원고 교사가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세월호 가족들과 416연대 회원들, 그리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도 함께했다.

증언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세월호 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정부와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 처지를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들은 미안한 마음으로 참사 3년 반 만에 사람들 앞에 섰다.

세월호 생존자·희생자·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또 다른 참사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 피해자 
민간 잠수사, 동거차도 어민, 단원고 교사

황병주 씨는 27년 경력의 베테랑 산업잠수사다. 하지만 현재 그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수습에 참여한 뒤, 그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고 매일 저녁 수면제를 복용해야 간신히 잠들 수 있는 몸이 됐다.

황 씨는 처음 선내로 진입했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2014년 4월 20일이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학생들은 좁은 선실 안에서 몸을 부둥켜안고 모여 있었다. 당시 아이들이 느꼈을 고통과 두려움이 지금도 황 씨를 괴롭히고 있다. 첫 번째 희생자를 수습하고 바지선에 올라왔을 때, 황 씨는 난생처음 통곡했다고 한다.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와 사람들의 손가락질은 황 씨를 더욱 괴롭게 했다. 황 씨는 "희생자 시신 수습으로 떼돈을 벌지 않았느냐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동료 잠수사의 죽음을 우리 탓으로 몰아 재판을 받는 동안의 억울함을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에게 치료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었다. 민간 잠수사는 자신의 부상이 세월호 수색으로 생긴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황 씨는 "해경이 조사 과정에서 '다른 이유 부상을 당한 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도 사소하게 다뤘다"고 증언했다.

민간 잠수사들은 지금도 2차 피해를 입고 있다. 현업에 복귀한 잠수사는 일을 하다 몸이 나빠지면 '세월호에 다녀온 후유증 아니냐'며 산재 처리를 거절당한다.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잠수사들은 세월호에 다녀왔으니 건강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을 거절당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책임이 우리가 아닌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가 아니라면, 세월호 실종자 수습 과정에서 갖게 된 우리의 고통은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가."

27년 베테랑 산업잠수사였던 황병주 씨는 세월호 수색 작업 이후 후유증 때문에 지금은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동거차도 소명영 어촌계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던 어민 중 한 사람이다. 당시 어민들은 선체에 접근해 생존자들을 구조했다. 뒤늦게 도착한 해경은 어민들이 선체에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소 계장은 모든 인력이 구조에 전념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해경이 왜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동거차도 모든 주민은 생계를 멈추고 구조 활동에 뛰어들어야 했다. 세월호 침몰 해역 인근에 유실 방지 펜스를 설치하고 유실물을 수색하는 작업에 동원됐다.

어느 날, 동거차도 인근 전복과 해삼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역도 평상시보다 발육 상태가 나빴다. 세월호 수색 과정에서 수시로 사용된 조명탄 때문이었다. 소 계장은 조명탄의 납 성분이 해저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3년간 피해를 봤다고 했다.

올해에는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를 목포신항으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선체에 잔존하던 기름이 흘러나왔다.

소 계장은 참석자들에게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올해 여름에는 70~80세 노인들과 서울 광화문으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꾸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 죄송하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현행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으로는 민간 잠수사, 진도 어민, 단원고 재학생, 단원고 교직원들이 입은 피해를 제대로 배상하기 어렵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덕영 교사는 단원고 특수학급 교사로, 세월호 참사 당시 제주도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김 선생은 급히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는 아수라장이었다.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고, 언론사에서 나온 기자들의 카메라가 학교 곳곳에 진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학교에 어떤 상황인지를 물었지만 교사들도 자세한 정황을 알 수 없었다.

김 교사는 "교사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 진도군청 등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어디에서도 학교에 현장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참 뒤에야 목포해경상황실과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학교는 교사들을 시내 병원과 목포신항으로 파견했다. 이들에게 수습된 학생들 신원을 파악하게 했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가 교과 담당으로, 학생들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교생실습을 나온 대학생들도 이 일에 투입됐다.

"신원 확인에 참여했던 일부 교사는 극도의 심적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어디 가서 힘들다고 얘기할 수 없었다. 우리들은 제자를 잃은 죄인이니까. 세월호 관련 행사에서도 단원고 교사라고 차마 밝히지 못하고 조용히 봉사만 했다."

참사 당시 단원고 교직원에게는 최대 2년이라는 특별 휴직이 부여됐다. 하지만 특별 휴직에는 조건이 있었다. 휴직이 끝나면 학교를 옮겨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사는 "현재 단원고에 남아 있는 교사 중 2014년 당시 근무했던 교사가 10%도 안 된다. 학교가 세월호를 지우기 위해 그때 근무했던 이들을 모두 내보냈다"고 말했다.

"우리 교사는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죄책감이 크다. 그동안 학생들 부모님과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함께 아파해야 할 사람인데,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등 돌리게 만들었다."

세월호 수색 작업에 참가했던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일면 김관홍잠수사법)이 지난해 6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생존자·유가족으로 
제한된 피해자 정의

이날 대회에서는 현행 세월호피해자지원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도 다뤄졌다. 김수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법이 정의하는 피해자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생존자와 그 가족 혹은 희생자 가족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에는 '4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인정한 사람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심의위원회가 넓은 범위에서 피해자를 인정한 사례는 전무하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정의에, 민간 잠수사, 자원봉사자, 단원고 재학생, 단원고 교직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실뿐 아니라 전반적 피해를 배상 대상에 넣고, 사망 또는 부상자 경우 의사상자로 간주하며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에 대한 의료 지원 및 심리 치유 지원도 기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피해자 지원이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관련 기구에는 피해자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 고위직 공무원, 학자, 전문가들로만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배제된 기구가 심의하는 결과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사고 진상 규명 및 피해자 지원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는 피해자들을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가 담긴 세월호피해자지원법 개정안(일명 김관홍잠수사법)은 지난해 6월 박주민 의원 등 70여 명 의원이 발의해 1년째 계류 중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이날 대회에서 "법안을 놓고 국회가 아직 논의 중이지만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 몇몇 의원이 선례가 없고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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