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파행한 정기노회에서 선출된 서울동남노회 목사·장로부노회장이 임원 선거가 정당하지 않았다며 임원직을 사퇴했다. 김동흠 전 목사부노회장과 어기식 전 장로부노회장은 11월 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고, 김하나 목사 청빙을 강행하는 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를 비판했다.

김동흠 목사는 10월 24일 서울동남노회 73회 정기회에서 부노회장에 선출된 뒤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노회원들에게 신임을 받아 정당하게 부노회장이 되고 싶었는데, 정기노회가 파행하면서 뜻하지 않은 무리의 표를 받고 당선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쪽의 표를 가지고 부노회장이 된다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줄 수밖에 없다. 이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임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에서 명성교회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김 목사는 서울동남노회 안에 있는 불균형을 지적했다. "노회에서는 명성교회 힘 없이는 어떤 일도 진행할 수 없다. 임원이 되는 것도 총대로 나가는 것도, 명성교회 없이는 불가능하다. 명성교회에 협력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그는 "서울동남노회에는 노회를 장악하고 있는 명성교회와 이를 견제하려는 노회원들 간 갈등이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다. 이번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을 계기로 갈등이 표출됐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 정기회가 파행하면서 몇몇 노회원은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김수원 위원장)'를 조직했다. 김동흠 목사는 노회가 법과 원칙을 수호하는 노회로 정상화할 때까지 비대위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흠 목사는 명성교회가 장악하고 있는 서울동남노회 불균형 구조를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서울동남노회 73회 정기회에서 손을 들고 있는 명성교회 장로들. 뉴스앤조이 박요셉

어기식 장로는 노회가 일개 당회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노회가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모범이 되는 노회로 정상화하기 위해 장로부노회장직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그는 장로부노회장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임원 선거가 진행했을 때는 이미 집에 가는 길이었다. 귀갓길에 동료 노회원 연락을 받고 안 것이다.

"73회 정기회는 최악의 노회였다. 부노회장이 노회장을 승계하도록 법에 성문화되어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오전 9시 개회 예배부터 오후 5시가 넘도록 해결하지 못했다. 어떻게 지교회가 노회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나."

어 장로는 당시 정기회에서 목사부노회장의 노회장 승계가 무산되는 모습에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터무니없는 결의가 통과되는 상황을 보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임원이 됐으니 돌아오라고 하는 동료 노회원에게 "몸과 마음이 상할 대로 상했다. 나는 생각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임원회 모임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어 장로는 "그렇게 조직된 임원회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무슨 주장을 펼치겠는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부노회장직을 사퇴했다"고 말했다.

어 장로는 노회가 하루빨리 정상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서울동남노회를 정말 사랑했다. 교단 안에서 제일 좋은 노회라고 자부하며 생활했다. 이번 일로 부끄럽고 속상하다. 노회가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바르고 모범이 되는 노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고 했다.

어기식 장로는 노회가 일개 당회에게 유린당했다며 명성교회를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비대위는 김하나 목사가 자의로 사임서를 제출한 게 아니라면 사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자의 사임 아닐 경우
김하나 목사 사임은 원천 무효"

비대위는 이날 사퇴한 임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하나 목사가 사임서 제출과 관련한 논란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목사 사임서는 10월 31일 서울동남노회 임원회에서 처리됐다. 법적으로 김하나 목사는 더 이상 새노래명성교회 담임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청빙이나 사임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평소처럼 새노래명성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다.

비대위는 김하나 목사가 자기 의사로 사임서를 제출한 게 맞다면 적어도 교인들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장통합 헌법 35조(목사의 사임 및 사직)에는, 목사가 시무 사임을 원하면 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당회 결의'와 노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새노래명성교회는 당회가 없는 미조직 교회다. 당회 결의를 받을 수 없다. 비대위는 당회 결의를 받을 수 없다면 청빙할 때 제직회 허락을 받았듯이 사임할 때도 제직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사임서가 처리됐는데도 정작 새노래명성교회 제직들에게 아직까지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는 건 비상식적이고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위는 김하나 목사가 자의로 사임서를 제출한 게 아니라면 사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총회 헌법위원회는 2013년 1월 11일 "신분의 우위에 있는 자의 강압에 의한 사임이라면 자의 사임서라도 효력이 없다"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비대위는 "사임서가 처리된 이후에도 김하나 목사가 새노래명성교회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 청빙 및 사임은 명성교회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만일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압력과 회유에 대항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사임은 원천 무효다"고 했다.

이들은 "명성교회는 이제 갑질을 멈추기 바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청빙 및 사임 건은 무질서의 극치다. 더 이상 노회와 총회의 권위를 짓밟지 말고, 한국교회에 정중히 사과하고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일을 철회하길 바란다. 말로만 교회의 자유니 기본권이니 외치지 말고 새노래명성교회 교인들의 기본권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