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획재정부가 종교 활동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돈은 모두 과세하겠다며 '개신교 세부 과세 기준안'을 내놨지만, 교계의 반발로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기획재정부와 종교인 과세 시행을 협의 중인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특별위)는 10월 27일, 기재부와 목회자의 순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9월 말, 30개에 이르는 항목에 대한 세부 과세 기준안을 발표했다. 도서비, 통신비, 목회 활동비 등 다양한 형태로 목회자에게 지급되는 돈은 실비정산 성격보다 또 다른 본봉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보수 개신교계는 "책값까지 과세한다면, 사실상 종교 활동 과세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 알려진 '순수 소득'에만 과세하겠다는 뜻은, 본급여와 상여금 등에만 세금을 물리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특별위는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구분 회계' 개념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교회 회계장부에서 '인건비' 항목만 따로 정리해, 목회 활동비 등 목회자에게 업무 수행비 성격으로 지급하는 돈과 구분하겠다는 계획이다. 목회 활동비 등은 엄밀하게 종교 단체의 재정 집행에 해당하니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부 기준안을 폐기한다면,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쪽의 입장이 관철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로 구성된 특별위는 기재부 스스로 과세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받아들인다. 특별위는 이렇게 혼란을 주지 말고 1~2년 더 유예한 후, 그 사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세부안을 확립하자는 입장이다.

특별위 관계자는 11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 기재부가 내놓은 안으로는 국민-교계 간 형평성은 물론이고 종단 내 형평성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 전도사를 과세 대상자로 보고 불교 포교사는 아니라고 보는데, 이런 차이점은 어떻게 맞출 수 있겠느냐"면서, 지금이라도 과세를 유예해서 종교인 과세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세부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위 내부에서는, 개신교계가 납득할 만한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12월 과세 시행을 앞두고 '조세 저항 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9월 15일 '종교인 과세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들은 "종교인 과세와 세무조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각종 수당 전부 급여 과세,
수십 년간 세법 기본 원칙
세무조사 금지는 독소 조항"

반면 세부 기준안 폐기 등 여러 가지 수당을 과세에서 제외하는 것은 일반 근로소득자와 비교했을 때 '특혜'라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무조사 금지를 핵심 기치로 내거는 교계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집중 세무사(살림세무회계)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민간 기업에서는 수십 가지 수당이 있지만 모두 급여로 (과세)했다. 그게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세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이런 얘기하면 목사님들이 억울해하실 수 있다.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간 민간에서는 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뿐이다. (목회자들에게 예외를 둬야 한다면) 일반 근로자들이 분통 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리과세나 구분 회계 이야기가 거론되는 데 대해, 김 세무사는 "결국은 세무조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세무서에 신고한 대로만, 인건비 장부만 믿고 넘어가라는 얘기 아닌가. 국세청이 일반 기업 세무조사를 들어가면 그 사람 급여만 보지 않는다. 전체 장부를 봐야 어떻게 그 사람의 급여가 지급되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의원이 국세청 훈령에까지 '교회 세무조사 금지'를 못 박으려는 것은 독소 조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세법상 '구분 회계'라는 용어가 있지만 종교인 과세 논의에서 쓰일 말은 아니라고 했다. 최 회계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재부 입장은 '장부를 두 개 만들라'는 것이라기보다, 인건비 항목은 더 세분화(구분)해서 관리해 달라는 뜻이다. 항목을 구분해 달라는 뜻에서 '구분 회계(또는 구분 경리)'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용어 자체는 새롭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이번 안도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첫 시행을 앞두고 교계와 정부가 협의 중인 만큼 여러 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도의 연착륙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일련의 논의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가 9월 15일 한기총과 한교연을 찾아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교계는 "과세 연착륙을 위해 2년 더 유예가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계와 정부 간 협의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10월 20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혜훈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종교 단체 종사자들이 부총리 면담 후 화가 나서 나를 찾아온다. 나에게 '(기재부 말을) 하나도 이해 못하겠고 부당하다'고 말한다"고 발언했다.

또 최근 한 언론에서 기획재정부차관과 세제실장 등이 참여하는 종교인 과세 공개 토론회가 11월 8일 열린다고 보도됐으나, 현재 진행 상황은 다소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월 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뭐라고 정확히 안내해 드릴 게 없다. 다음 주 중에 세부 설명 책자와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