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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인 조직적 항의에 몸살 앓는 지자체

구미시 '젠더 교육' 취소, 서울시는 '무슬림 기도처 반대' 전화에 업무 지장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10.26  17: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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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반동성애·반이슬람에 앞장서는 보수 개신교인들은 소셜미디어를 반대 운동에 활용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채팅방을 만들어 행동 지령을 내린다. 지령은 다양하다. 반대 댓글, 항의 전화, 입법 저지 의견 게시 등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눈은 각 지방자치단체를 향한다. 이들은 인권조례 제정 시도가 있을 것 같으면 전화·문자·방문·집회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인권·젠더·무슬림 등 몇 가지 금기어를 정해 놓고 이를 쓰는 지자체가 있으면 똑같은 방법으로 항의한다. 이들의 항의에 지자체 실무진은 계획된 사업을 취소하거나, 일상 업무에 지장을 받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구미시 '젠더 감수성' 교육 
"초등생에 젠더 교육이라니"
항의 민원에 취소

구미시 가족지원과는 얼마 전 '2017 찾아가는 젠더 감수성 교실'을 추진했다가 예상치 못한 항의 전화에 시달렸다. 구미시는 지역의 상담소와 함께 11월 6일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건전한 성 평등 의식을 고취하고 젠더 고정관념 타파 △여성 친화 도시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기회 제공 △젠더 폭력에 대한 인식 강화 및 폭력 예방이 목적이었다.

구미시 가족지원과가 기획한 '찾아가는 젠더 감수성 교실' 기획안 일부분.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반동성애 진영은 이 교육안이 '젠더', '성 평등'이라는 단어를 포함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신교인들이 모이는 복수의 채팅방에는 "구미시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젠더 교육을 실시한다. 항의 전화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돌았다. 반동성애 진영은 '젠더'라는 단어를, 태어날 때 성별이 아닌 사회적 성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단어로 인식한다.

교육을 제안한 상담소 관계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던 시각, 구미시청에 있었다. 이 교육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인이 시청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교육안이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상담소 관계자가 민원인에게 내용을 설명하면 좋겠다는 시청의 제안에 따랐다. 가족지원과에서 기다리는 20여 분간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서울·부산에 사는 학부형, 교사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약속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야 민원인이 도착했다. 하지만 민원인은 상담소 관계자의 교육안 설명을 거부했다. 결국 이 관계자는 자신이 작성하고 계획한 교육안을 제대로 설명할 기회도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 일이 발생하고 몇 시간 뒤, 반동성애 채팅방들에는 "구미시가 젠더 교육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상담 기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사이에서 성추행·성희롱 등 각종 성폭력이 일어난다. 이런 일들 때문에 상담 기관을 찾는 학부모가 많다. 음란 동영상을 보기 싫어하는 동성 친구에게 억지로 보여 주고, 이를 본 남학생 4명이 같은 반 여학생을 추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 '찾아가는 젠더 감수성 교실'이었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도 '젠더 폭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여성가족부의 주요 정책 중 '젠더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라는 정책이 있다. 이 정책에서 말하는 '젠더 폭력'은 스토킹, 데이트 폭력, 온라인 폭력이다. 그뿐 아니라 각 지역 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등에서 하는 캠페인에서도 '젠더 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상담 기관 관계자는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다. '젠더'라는 단어가 초등학생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는 있다. '젠더'가 문제가 된다면 단어를 그에 맞게 바꾸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준비한 교육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듣지도 않고 반대하는지 받아들이기 힘들다. 나도 기독교인인데 너무 실망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모두가 잘 사는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기자와 통화에서 말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서울시청 무슬림 기도실 설치' 괴소문

서울시는 또 다른 내용으로 항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복수의 개신교인 채팅방에는 "서울시청이 청사에 무슬림 기도처 설치 제안을 검토하려고 한다. 항의 전화 부탁한다"는 메시지가 돌았다.

반동성애·반이슬람 운동에 앞장서는 개신교인들은 '항의 전화'를 주요 운동 방법으로 택했다.

이들이 남긴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보니, 서울시청에서 외국인·다문화 가정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무슬림 기도처 관련한 항의 전화가 많이 오느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청사에 무슬림 기도처를 설치해 달라는 요청은 7월 26일 열린 '서울시 외국인 주민 대표자 상반기 전체 회의'에서 나온 제안이다. 한국에서 7년째 살고 있는 A는 "서울시청에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을 만들면 마음 편하게 시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지금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제안이 들어온 것뿐이다. 무슬림 기도처 안 짓는데 왜 자꾸 이런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 일상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잠깐 뜸했는데 요즘 다시 전화가 오고 있다. 이런 전화 좀 안 오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인천시에 무슬림 기도처 짓는다는 얘기까지 왜 우리에게 항의하는지 모르겠다. 이 일로 스트레스를 좀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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