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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반목 넘어 용서·화해 공동체로

우리민족용서와화해연구소 창립 강연회, '용서의 목회 화해의 선교'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10.26  11: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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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한국 현대사는 거칠게 표현하면 분열과 갈등의 역사다. 일제에서 해방된 지 얼마 안 돼 남과 북이 분단됐고, 3년간 300만 명이 죽고 다치는 전쟁을 치렀다. 분단된 나라는 군부독재 시절 다시 한 번 분열했다. 동(영남)과 서(호남)는 원수가 됐다. 분열은 이념과 지역에 이어 세대로 이어졌다. 서로 다른 시대에 나고 자란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가 갈등을 겪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강대인 원장)와 크리스챤아카데미(이근복 원장)는 수십 년간 지속된 갈등을 봉합할 '용서와 화해'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2014년 용서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용서 모임'을 조직했다. 송강호 박사(개척자들), 박성용 대표(비폭력평화물결), 정지석 목사(국경선평화학교) 등 평화 활동가를 매달 초청해, 용서·화해·치유를 주제로 이야기를 들었다.

'용서 모임'은 올해 '우리민족용서와화해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 활동 영역도 넓혔다. 올해 12월부터 매달 용서를 주제로 기도회를 열고, 정기적으로 강연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우리민족용서와화해연구소는 10월 23일,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용서의 목회 화해의 선교'라는 주제로 창립 기념 강연회를 열었다.

오영희 교수(덕성여대),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박성용 대표,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우리 민족의 갈등과 상처를 넘어 용서와 화해로', '용서와 화해의 실제: 개인과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용서와 화해의 신비', '용서와 화해 목회(예전, 설교, 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크리스챤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우리민족용서와화해연구소가 창립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영희 교수는 용서와 화해가 개인과 공동체를 성장시킨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인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 건강하게 만드는
용서와 화해

<상처의 덫에서 용서의 꽃 피우기>(학지사)·<용서를 통한 치유와 성장>(공저, 학지사)을 쓴 오영희 교수는 개인과 공동체에 끼치는 용서와 화해의 순기능을 설명했다. 오 교수는 용서와 화해가 개인이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며, 공동체가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화해에는 조건이 따른다. 오 교수는 "용서는 화해에 이르는 첫 관문이다. 화해는 용서와 달리 여러 조건이 요구된다. 가해자는 진실하게 용서를 구해야 하며,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재발 방지도 약속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피해자는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사람들이 용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를 용서하면, 더 이상 진상 규명이나 정의 실현을 하지 못한다는 오해 때문이다. "용서와 정의 실현은 병행한다. 용서는 상대의 잘못을 증명하는 일이다. 자신을 괴롭힌 친구를 용서했다고 해서, 그 친구가 자신을 계속 괴롭히도록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동춘 교수는 용서와 화해에 앞서 진실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5·18 민주화 운동
30년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 중

참여정부에서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김동춘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용서와 화해보다 진실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용서와 화해를 할 준비가 안 됐다. 5·18 민주화 운동 예를 보자.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누가 발포를 지시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용서는 가해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 교수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이가 수없이 많은데, 잘못을 시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5·18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유사한 점이 많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인데 우리는 아직까지 그 원인을 모른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기에 앞서 희생자 보상을 운운하며 여론을 흐트러뜨렸다. 어느 누구도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종교계는 그저 방관자 역할만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공식 교단은 사건이 발생할 때 그것을 막는 역할을 하지 않았고, 사건을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도 언제나 비켜서 있었다. 그저 양심적인 목사·신부·승려 몇 사람이 관심을 보였을 뿐이다. 화해와 평화를 위한 일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 제도권 교단이 얼마나 실제 대중들의 고통에 무관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다."

박성용 대표는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갈등을 다루는 법을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갈등은 개인·공동체에
점검 필요 알리는 징조

박성용 대표는 '치유로서 정의' 혹은 '성서적 정의'라고 불리는 '회복적 정의' 활동가 겸 훈련가다. 그는 10년 넘게 학교·교육청·기관 등에서 당사자 간 갈등 전환 대화를 진행하거나 멘토·상담 역할 등을 해 왔다.

박 대표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처벌·격리 등으로 처리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누가 옳고 그른지 이분법으로 따져 나누는 방식은 당사자들을 서로 피아로 인식하게 만들고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갈등은 그 자체로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욕구와 필요를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사자 개인 혹은 공동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알리는 징조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당사자 간 충분한 대화로 갈등이 왜 일어났는지 살피고, 해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에 이르는 네 단계를 소개했다. ①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인정한다. ②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 경청한다. ③서로 다른 견해와 관점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④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공동체를 세워 평화를 재건한다.

홍인식 목사는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가 오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1년 넘는 대화로
분쟁 해결한 순천중앙교회

순천중앙교회가 내홍을 해결한 일은, 박성용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오랜 기간의 대화로 문제를 푼 사례다. 홍인식 목사는 순천중앙교회가 분쟁을 해결한 과정을 설명했다.

홍 목사가 순천중앙교회 담임으로 부임했을 때, 교회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이전 교역자가 교인들을 고소·고발했고, 안에서는 교인들이 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교인들은 새로 부임한 홍 목사를 매일같이 찾아갔다. 자신들을 변호하고 반대쪽 교인을 비판했다. 홍 목사는 매일 4~5시간씩 양쪽 교인들과 대화했다. 섣불리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교인들이 하는 말을 꾸준히 들었다.

이어 홍 목사는 설교와 성경 공부 시간을 이용해 하나님이 인간을 어떻게 사랑했는지 교인들을 가르쳤다. 그는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용서와 사랑을 베푼 하나님을 교인들에게 강조했다. 1년이 지나자 교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소송이 모두 취하됐다. 서로 만나면 으르렁거리던 교인들이 1년 넘게 담임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마침내 서로 화해했다. 전 담임목사가 교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도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교회는 분쟁을 종식할 수 있었다.

"갈등을 접할 때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며 섣불리 판단을 내리면 도리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여유롭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신학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교인들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도록 안내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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