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한국 개신교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를 공교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신대학교 신학연구소, 신대원 원우회, 신학과 학생회, 신학과 성정의위원회는 10월 24일 한신대 신대원에서 '한신 신학 심포지엄: 퀴어, 신학과 목회'를 열었다.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이영미 교수(한신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김경호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가 패널로 참석했다. 신학생과 목회자 등 100여 명이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최형묵 목사는 지금까지 성소수자 혐오 문제가 공교회 차원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특히 하나님께서 약자 편에 선다고 고백하며 행동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윤세관 총회장) 총회가 성소수자 목회 관련 연구 안건을 부결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기장 총회에서도 성소수자 목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연구하자는 헌의가 부결됐다. 2년 연속 부결되는 모습을 보며 분개했다. 기장도 다른 교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교회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널들은 기장이 성소수자 목회와 관련해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로, 개신교가 성소수자 혐오로 대동단결하는 흐름을 지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최기학 총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전계헌 총회장)은 이번 총회에서 동성애자와 동성애자 옹호자의 신학교 입학 금지 등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임보라 목사는, 두 교단과 같은 결정은 없었지만 기장도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심포지엄 행사 공지가 올라간 한 사이트에 누군가 '한신의 고향 수유 캠퍼스를 이런 행사로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총회에서 교단 어른이라고 말하는 한 목사에게, 성령을 거스르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기장도 성소수자를 보는 시각이 다른 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패널들은 성소수자 혐오가 한국 보수 개신교를 통해 조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교회가 그동안 누군가를 빨갱이로 몰아가며 사람들을 모았지만, 지난해 촛불 혁명으로 빨갱이 프레임이 잘 먹히지 않자 더욱 성소수자 혐오를 심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경호 목사는 "누군가를 함께 혐오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절친한 동지가 된다. 기독교의 혐오는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다. 현재 한국 보수 개신교가 성소수자 혐오로 사람들을 규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국정원장이었던 김승규 장로 주도로 움직인다. 국정원 출신 직원이 실무를 본다. 돈은 보수 개신교가 댄다. 참 불행한 일이다. 한국 개신교는 매일 천국 지옥 타령만 한다. 역사 문제에는 무지하고, 현실 감각이 없다. 열정은 넘친다. 그러니 항상 정치 세력에 이용당한다. 기독교인이 마지막 궁지에 몰려 퇴출 위기에 처한 극우 세력의 마지막 방패가 되고 있다."

'퀴어, 신학과 목회'를 주제로 한신 신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유영

패널들은 성소수자 혐오에 대항하는 공교회 논의를 확장하는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미 교수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한국교회가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성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우리와 함께하는 가까운 존재라는 실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다수의 폭력적 언어에 희생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호 목사는 기장이 성소수자 목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목사가 교회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지금 성소수자 문제를 논의할 필요 없으니 피해 가려고 하는 것 같다. 성소수자를 끌어안으면 교인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머릿수와 재산을 지키는 것은 교회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진리와 공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교회다운 것이고, 교회를 지키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최형묵 목사는 교회협을 통해 공교회 차원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번 기장 총회에서 성소수자 목회 연구 결의가 있으면 교회협에서 공교회 차원에서 공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려 했다고 밝혔다.

"기장이 관련 건의를 부결해서 교회협에서도 공교회 차원의 논의를 이끌어 가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공교회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에서 TF를 만들기로 했다. 다음 달 TF 첫 모임을 연다.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 나가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한다."

최형묵 목사. 뉴스앤조이 유영
임보라 목사. 뉴스앤조이 유영
이영미 교수. 뉴스앤조이 유영
김경호 목사. 뉴스앤조이 유영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