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기독 직장인을 위한 처방전'을 격주로 6차례 연재합니다. 연재 칼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뷰 기사(바로 가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아래는 '직장인 지역 모임'에서 새내기 직장인이 털어놓은 사연이다.

저는 작년에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직장인입니다. 올해로 경력 2년 차이며,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입니다. 이렇게 지금처럼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기독 직장인으로서 맞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일은 크게 힘들지 않고 제 적성에도 잘 맞습니다. 출근 시간이 이른 것이 단점이지만 상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는 거의 대부분 직종이 계약직이라,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대학교에 다닐 때 대학생 선교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교회도 다녔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독 직장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딱히 잘 모르겠습니다. 막연하게 열심히, 성실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계약직 특성상 2년에 1번씩 직장을 옮기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보다는 좋게 좋게 관계를 맺고 기독인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튀지 않게 성실히 돈 받는 만큼 열심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직장에 계속 다닌다면 관계가 중요해 주변을 신경 쓰면서 살겠지만 어차피 2년에 1번씩 옮기는데 자기희생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회색 지대 일들이 있습니다. 그 일은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도 약간의 일을 더할 여력은 있지만, 구태여 제가 그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같은 돈을 받았다면 정확하게 나눠서 해야지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좀 더 할 필요가 있을까요?

주변 교회 선배들은 "너무 헌신적으로 일하면 사람들은 너를 이용한다. 공동의 일이 어느덧 너의 일이 되고 네가 그 일을 하느라고 네 자신을 일을 못하면 사람들은 너를 무능하게 본다. 그러면 너는 고생만하고 쫓겨날 수 있다. 그러니 눈치껏 몸 사리고 너의 에너지를 비축해라"고 합니다.

좋은 사람은 고생만 하고 대가는 없는 직장 생활 속에서 이렇게 이성적인 저의 태도가 기독 직장인으로서 적합한 걸까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서도 기독 직장인다운 면을 발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다른 직장인과 똑같다면 그것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좋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기독 직장인의 정체성

직장 1~2년 차 기독 직장인에게 위와 같은 고민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헌신하자니 일이 끝도 없을 것 같고, 자기 것만 챙기자니 뭔가 하나님께 잘못하는 것 같은 고민 속에서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계속 감정적 혼란에 놓이고는 한다.

교회에서 "직장에서는 주를 섬기듯 성실히 일해야 한다"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 고갈됐을 때 더 일하면 나만 나가떨어질 것 같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태에서 나만 고생할 것이 뻔히 보인다. 그러다 마음에 억울한 감정이 쌓여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자기 자신을 비하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자꾸 방어적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명확하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기준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기독 직장인으로 부르셨으니, 우리가 맡은 일을 제대로 성실하게 했다면, 그것으로 그 부르심에 응답한 것이고 책임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맡은 일을 제대로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나머지 부분은 덕을 세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까 지금 질문을 주신 분의 경우, 자신이 맡은 일을 잘 처리했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기독성이나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대답은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머지 부분은 개인 능력 차이나 직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더 충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주변 배려하면서
일하는 태도 필요

또 하나, 계약직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계약직은, 자유경쟁 시장 특성상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직종의 경우 그 직종 안에서 계속 돌기 때문에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일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간관계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인간관계도 좋으면 금상첨화지만, 일은 잘하지만 인간관계가 좋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진다. 주변 사람에게 간·쓸개까지 빼 주면서 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변을 배려하며 일하는 방식 또한 일할 때 가져야 할 중요한 습관이다. 배려도 훈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끔 나에게 괜찮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한번은 똘똘해 보이는 친구를 추천했는데, 자기 일은 잘했지만 일하는 방식이 이기적이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했다. 사장은 결국 일을 그만둬 달라고 말했다. 일자리는 아는 사람을 통해 구해지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그래서 2년 보고 다시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기보다,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생각하고 일하는 것이 좋다. 칼같이 너무 자기 일만 하지 말고, 떠날 때 아쉬워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공동의 일을 누가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맡은 일 외에 조금 더 일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럴 필요 없어. 네가 비정규직이니까 너를 이용하는 것뿐이야." 이 말도 맞다. 이기적이고 치사한 사람이 많이 있는 게 사실이나,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다. 구조 때문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 조언을 하자면, 맡은 일을 끝낸 후 체력이 된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10~20% 일을 더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싶다.

여기에는 2가지 전제가 있다. 첫 번째는 나에게 일을 더 감당할 체력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가지 전제가 충족된다면, 맡은 일 외에 다른 일도 돕는 것이 좋다.

마음 약한 초년 직장인들은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과도하게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늘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하던 20대 청년이 있었다. 결과물은 자신이 말한 것에 비해 별로 좋지 않았다. 의욕은 앞섰지만 실력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남의 일에 신경 쓰느니 자신의 일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연차가 쌓이면 남의 짐을 덜어 줄 수 있는 입장이 될 수도 있지만, 그전에는 자칫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마음만 앞서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1~2년 차에는 자기 일에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자기가 맡은 일보다 더 많이 일하게 되면 일하는 스킬이 늘어날 수도 있고 능력이 생기고, 단편적으로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일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선배나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체력이 없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 좋다.

여기까지 내용을 보면, '그렇다면 기독성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1~2년 차라면, 기독성을 직장에서 드러내기보다 고민하는 시기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을 보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기에 '제대로 일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독성이 아닐까.

한병선 / 한병선영상만들기 대표, IVF 기독 직장인 모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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