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圖書館). 일반적으로 도서관이라 함은 온갖 종류의 도서·문서·기록·출판물과 같은 자료를 모아 두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은 크고 작은 형태로 우리의 삶에 녹아 있고, 우리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도서관을 접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모양의 도서관은 이제 교회 안에서도 익숙한 장소가 되었고, 교회들은 교회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그 공간을 다양한 의미로 사용해 왔다. 그렇지만 보통 교회 도서관의 기능이라 하면 교인들만을 위한 문화 공간인 경우가 많고, 여기에서 조금 더 확장된 모습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중간 지대로서의  장소로 인식한다.

결국 여기에서 보는 도서관은 교회라는 경계 안에 포함되는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이다. 그렇지만, 공간이라는 개념은 결코 제한적인 개념이 아니다. 공간은 이미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는 상태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상황과 목적에 의해서 변형이 가능하다. 도서관 또한 그렇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 도서관으로서의 장소보다 더 확장된 개념의 도서관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 가능성이라는 관념은 구체화되어 실체로 발현될 때 의미가 있다. 그 가능성의 현장을 탐색해 보도록 하겠다.

도서관(道序觀)교회 – 호도애도서관

호도애도서관은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 예장합동)에 속해 있는 도서관이다. 교회 이름이 도서관교회다. 그 한자어의 뜻을 풀어 보면 일반적 도서관(圖書館)의 의미와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 즉 도(道) 하나님의 진리를, 서(序) 천천히 차례를 지키고, 관(觀) 생각하고 바라보며, 교(敎) 본받아 가르치는, 회(會) 신앙 공동체라는 의미이다. 이곳의 관장이자 담임목사인 장대은 목사가 이곳에 처음 부임했을 때 교회 이름은 분당한양교회였다고 한다. 지금의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는 지난 가을에 새롭게 바뀐 이름이다.

장대은 목사는 사실 기독교 대안 학교의 창립 멤버였다. 대안 학교 창립 멤버가 되기 이전 부교역자 7년, 대안 학교 사역 9년, 그리고 현재 지역 교회 사역의 11년 차 과정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책의 가치 속에 분명한 신앙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도서관 사역을 감당해 가고 있다.

호도애도서관 입구. 사진 출처 문화선교연구원

창조의 진리로 십진 분류를 해석한 커리큘럼

이곳 도서관교회의 사역을 간단히 말하자면, 대안적 기독교 교육이다. 장대은 목사는 그것을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과, 관점으로 이루어 간다. 사실 도서관의 정체성은 책이다. 책이야말로 도서관이 도서관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 땅에는 수많은 종류의 책이 있고, 그 책들은 우리의 직업·사상·교육·과학 등 사실 인간의 모든 지식을 다 담고 있다.

십진분류법은 이렇게 다양하고 방대한 책을 문헌정보학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나누어 놓은 분류 방법 중 하나이다. 장대은 목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천지창조의 질서로, 문헌정보학자들이 나누어 놓은 십진 분류의 개념을 바라본다. 그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세상에 모든 책과 지식과 정보를 어느 하나 빠져나갈 수 없는 나름의 치밀한 구성으로 짜 놓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사실 문헌정보학자들이 나누어 놓은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은 지식은 없다는 것이다. 뿌리가 가지·열매·잎으로 연결되어 있듯, 모든 지식은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의 정체성인 책. 그리고 그 책을 분류해 놓은 십진분류법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해 사역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도서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역인 것이다. 장대은 목사는 이렇듯 책과 도서관의 본질적인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자신만의 사역을 만들어 간다.

책. 기독교 또한 책의 종교 – 읽기와 쓰기

장대은 목사는 교역자 시절 교회 교육의 과정에서 당시 교회 안에 문제가 많았던 청소년을 읽기와 쓰기라는 기독교 교육의 방법을 통해 양육하는 과정에서 문제 학생이 놀랍게 변화하는 일을 경험한다. 이 일을 통해 읽기와 쓰기는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선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후 그것을 좀 더 다른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리고 그 해석을 통해 한국교회를 도와보겠다는 비전으로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다.

장대은 목사는 읽기와 쓰기가 그저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경이 책의 형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듯이, 기독교 또한 책의 종교라는 관점에서 하나님께서 책을 통해 우리에게 글로 전달해 주셨던 계시와 말씀에 분명한 교육적인 의미가 있음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롭게 해석한다. 물론 하나님 말씀이 읽기와 쓰기가 전부는 아닐 것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중요한 요소가 있겠지만 장대은 목사는 그 중 읽기와 쓰기에 중요한 요소가 있음을 본 것이고, 그 부분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것이다.

호도애도서관은 그것을 위해 아카데미를 만들고, 아카데미에서는 독서지도사 강좌를 비롯해, 기독교인들을 위한 많은 캠프가 진행된다. 이런 캠프들은 기독교 홈스쿨러들, 주일학교 교육과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가정들에게 큰 대안이 된다고 한다. 호도애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한국교회 홈스쿨러 자녀들을 위한 전문적 커리큘럼을 운용한다. 그것은 주 중뿐이 아니라 주말 학교까지도 이어지며, 기독교적인 의미를 담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은 주말 과정을 위주로 진행한다. 즉 도서관은 교회학교의 현장임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호흡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독서 사역을 하고 읽기 쓰기를 강조해도 도서관에 대한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에도 도서관이 많은데, 도서관에 대한 정체성이 세워지지 않으면 그저 하나의 문고, 하나의 공간, 교회에서 한 집사에게 맡겨 돌릴 수 있는 시스템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는 거에요. 그렇지만 호도애 도서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도애도서관은 대안 학교나 교회학교가 아닌 주 중 교회학교의 핵심적 가치가 될 수 있고, 대안 교회, 대안적 지역 교회임과 동시에 파라처치로서의 역할도 감당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십자가로 이곳이 교회임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붉은 십자가가 아닌, 담쟁이덩굴 그리고 주변과 잘 어울리는 십자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문화선교연구원
이곳의 관장이자 담임목사인 장대은 목사(사진 왼쪽). 사진 출처 문화선교연구원

작은 교회 작은 도서관만이 해낼 수 있는 사역

사실 호도애도서관은 이미 지역사회에서는 유명한 도서관이다. 실례로 도서관 인근 620명가량이 등교하는 초등학교의 학생 중 570명 정도가 개별적으로 도서관 회원으로 등록을 했을 만큼 이곳은 이미 지역사회와 하나가 되어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몇 해 전 경기도 도서관 전수 평가에서는 1400여 개 도서관 중 3위 안에 랭크될 만큼 호도애도서관은 도서관 자체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감당해 나가고 있다.

이제까지의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의 호도애 도서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다. 여기는 교인이 몇 명이나 되는 교회지? 사실 장대은 목사는 2007년 부임한 이후 도서관 사역과 대안적 기독교 교육 아카데미를 통해 인연이 닿아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에 등록하고자 하는 교인들이 많았음에도, 그 어떤 타 교회 교인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는 분당한양교회였던 그 시절부터 쭉, 성도 수 30명 내외의 작은 교회인 것이다.

큰 교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이런 형태의 사역은 작은 규모의 교회에서만 가능하다고 장대은 목사는 말한다. 장대은 목사는 흔히들 인식하는 규모의 교회에서 가능한 사역은, 같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여러 대상에게 적용하는 형태가 적합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 공동체만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많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유연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이곳같이 작은 교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모든 교회가 대형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교회가 작은 대형 교회를 꿈꾸는 것을 봅니다. 그렇지만 교회는 지체이므로 각자에게 맡겨진 분량이 있다고 보는 거예요. 우리는 많은 것을 안하고 작은 것을 통해서 교회와 가정들과 소통하는 일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교인 수는 늘 변함없음에도 주 중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이 교회의 모습을 많은 교회들이 의아해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교회는 주 중에는 늘 북적대고 오히려 주일이 가장 조용한 곳이 된다. 주 중에는 조용하고, 주일만 되면 북적거리는 일반적인 교회 모습과는 또한 대조적이다. 장대은 목사는 참된 안식으로서의 주일이 의미가 깊다고 말한다.

도서관(圖書館)에서 도서관(道序觀)으로

서두에 잠시 언급했듯, 공간은 어떠한 가치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형태로 변한다. 도서관(圖書館)에서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로. 순서와 차례를 지켜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도서관교회(道序觀敎會)의 사역은 그 이름에 모든 것을 담아낸다. 그림과 책으로 채워진 세상의 수많은 도서관(圖書館)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진리를 말하는 도서관(道庶館)이 될 수도 진리의 문이 닫힌 도서관(道書關)이 될 수도 있다. 그 공간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몫이고 사명이다. 그 속에 진리와 신념과 비전을 채운 도서관(道序觀)들이 이 땅에 더욱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이 글은 문화선교연구원 웹진에 게재되었습니다. 문화선교연구원의 허락을 받아 싣습니다(원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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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식 / 문화선교연구원 기획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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