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교회'와 '여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을 가르칠 수 없다" 등 교회 내 여성의 입을 막아 왔던 성경 구절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하나님의 딸들>(죠이북스)이다.

<하나님의 딸들>은 2009년 '죠이선교회'에서 한 차례 출간됐던 책이다. 8년이 지난 2017년, 사회와 교회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시 출판되었다.

저자 진 에드워즈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세 왕 이야기>(예수전도단) 저자로 알려진 미국 목회자다. 그는 <하나님의 딸들>을 두고 "이것은 책이 아니라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말할 정도로 비장한 태도로 책을 시작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성경 텍스트를 둘러싼 오해와 잘못된 인식을 걷어 내고, 하나님의 딸들이 하나님의 아들들과 동일한 위치에 있음을 말하고자 펜을 들었다.

교회 내 여성 혐오를 잠재울 수 있는 책 한 권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진 에드워즈는 본격적으로 교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서구 사회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해 왔는지 추적한다. 먼저 소크라테스·아리스토텔레스·데모스테네스 등 고대 철학자들의 여성 비하적인 사고와 발언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소크라테스 / 어쨌든 결혼하라.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요,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 남자의 용기는 명령하는 능력에서 나타나고, 여자의 용기는 순종하는 데서 드러난다.
데모스테네스 / 정부(情婦)는 성적 만족을 위해 둔다. 어린 창녀는 육체적 향락을 위해 두고, 아내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둔다.
에픽테토스 / 네 아내의 미모에 탄복하지 말지니… 열네 살부터 여자는 오직 남자와 침대로 가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아무 목표도 없다.

이 시대에 여성은 인간과 짐승 중간에 있는 존재로 취급받았다. 저자는 당시 여성들 삶을 "아무것도 보거나 듣거나 질문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다.

교회는 이런 사고를 그대로 답습했다. 다음은 초대 교부와 종교개혁가들의 발언이다. 

오리게네스 / 여자가 아무리 존경할 만한 이야기를 하거나 거룩한 이야기를 해도 남자는 거기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여자의 입에서 나온 것 중에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 / 여자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다. 오직 남자만이 하나님의 형상이다.
토마스 아퀴나스 / 여자는 불완전하고 형편없는 존재다.
마르틴 루터 / 여자가 현명한 척하는 것보다 더 봐주기 힘든 겉치장은 없다.
장 칼뱅 / 모든 여자는 자신이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태어난다.

저자는 남성들만 발언할 수 있었던 초대 교부 시대를 거쳐 마녀사냥으로 여성을 화형에 처했던 14~17세기, 개혁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여성 혐오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종교개혁 시대까지 전 과정을 보여 준다.

"라틴 교회의 교부인 텔르툴리아누스(주후 155~240년경)는 일반적으로 교회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여성을 혐오한 최초의 그리스도인이다. 테르툴리아누스는 여성을 '악마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당신들(여성) 때문에 우리는 죽음의 형벌을 받는 것이며…당신들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 죽어야 했다'라 말했다." (65쪽)

"마르틴 루터(1483~1546년)는 그 시대의 총아였다. 암흑기의 망토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며 여성이 악하다는 생각은 종교개혁가들의 마음에도 여전히 뿌리박혀 있었다. 루터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개념을 거부하고, 여성을 교회 리더십에서 제외시켰다. 루터는 인간이 타락한 책임을 여성에게 물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여자는 미신과 신비주의에 빠져들 가능성이 남자보다 월등히 높다.'" (78쪽)

주류 남성들이 이끄는 역사 속에서 여성은 혐오 대상이었다. 그러나 진 에드워즈는 이 사실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암흑기에 서광을 비춘 예수에게 주목한다. 저자는 예수를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고, 그가 인간으로 사는 모든 순간에 위험할 정도로 가장 위대한 여성 해방자였다"고 표현한다.

"예수님이 여성 해방에 얼마나 급진적이었는지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스도가 이 땅에 와서 행한 모든 것은 남성들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중략) 예수 그리스도는 이 종교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세상에 들어와 그 세상을 갈기갈기 찢으셨다. 예수님은 억눌린 자를 사랑하며 그들을 해방시키겠다는 자유의 복음을 가져오셨다. 여기에는 여성도 포함된다!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으셨다." (89~91쪽)

예수가 공생애 기간 여성을 대했던 태도, 그가 함께했던 여성들과의 일화를 읽다 보면, 그간 교회 내 여성 혐오로 '갈기갈기' 찢긴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예수가 남성 중심 사회를 '갈기갈기' 찢었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저자는 예수뿐 아니라 사도 바울에 대해서도 다룬다. 사도 바울을 다루는 장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사도 바울이 남성 우월주의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

고린도전서 14장, 에베소서 5장, 디모데전서 2장에 나오는 성경 구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진 에드워즈는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구절들이 번역상 오류가 있었다며, 더 나은 번역을 제시한다. 52쪽을 할애해 성경 구절을 새롭게 해석한다.

"바울은 한 번도 여성들에게 교회 모임에서 잠잠히 있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 만약 여성들이 잠잠히 있기를 원했다면, 바울은 '입을 막다', 혹은 '입을 다물다'(shut down)라는 뜻을 가진 단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 단어는 '피모오'다. 예수님은 더러운 영에게 잠잠하라고 명령할 때에 '피모오'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예수님은 광풍이 이는 바다를 고요하게 하실 때에도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셨다. 이렇게 '피모오'라는 말은 누군가를 잠잠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울이 고린도전서 14장에서 사용한 단어는 그것이 아니었다. 대신 바울이 선택한 단어는 '시가오'라는 헬라어 동사다. '시가오'는 자발적으로 침묵한다는 뜻이다." (166~167쪽)

추천사를 쓴 김호경 교수(서울장신대학교)는 "이 책은 성서 해석의 오류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문제가 된 악명 높은 구절들을 차근차근 분석하며 성공적으로 본연의 의미를 복원시켰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딸들>은 교회에서 억압을 느낀 여성에게는 자유를, 교회 안에서 여성이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가 본문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남성들이 이 책을 읽고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시각을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예수가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에게 책을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여러분이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기존에 갖고 있던 시각을 버리게 될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자신이 서양 문명의 역사에서 여성을 폄하하는 몇몇 남성의 발언을 신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내 손을 잡으라. 남성이 여성을 아주 비천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그 땅으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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