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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표현이 난무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부가 나서 규제·교육해야"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10.17  17: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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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 사회에 '혐오 표현'이 위험 수위를 넘나든다. 인터넷 뉴스·게시글 댓글에는 여성 혐오 표현이 초 단위로 올라온다. TV·영화 등 영상미디어에서도 이주민 집단을 희화화하거나, '범죄 집단'으로 매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언론에서는 초등학교 남학생들도 '니 애미', '꼴페미', '김치녀' 등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교실에서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온 국민이 혐오 표현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와 이들을 향한 혐오 표현. 한국 사회 혐오 표현 실태를 규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김진환 원장)은 10월 16일 서울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혐오 표현의 실태와 대응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0월 16일 '혐오 표현의 실태와 대응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회적 약자 겨냥하는 혐오 표현

내가 직접 겪지 않고 듣지 못했다고 해서 혐오 표현이 없는 게 아니다. 혐오 표현 실태를 고발하는 토론자들은 각자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에서 마주하는 혐오 표현의 실태를 소개했다. 한국 사회는 '혐오 표현 천국'이라 불릴 만했다.

정욜 대표(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는 "성소수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혐오 표현은 '선동' 수준이다. 반동성애 운동을 하는 개신교인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하지 않는다. 약사·변호사·의사·교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문가임을 앞세워 혐오를 선동한다. 성소수자들은 보수 정당과 결탁한 일부 개신교인이 자신들의 존재를 짓밟는 현실을 살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띵동이 인터뷰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매일 접하는 혐오 발언으로 무력감·자괴감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성소수자는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이 '동성애자는 더럽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내 존재가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조영관 사무국장(이주민센터 친구)은 한국 사회 '조선족 혐오'가 다른 외국인 혐오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고 소개했다. 내 옆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게 조선족 혐오의 특징이다. 조 국장은 "영화 '청년 경찰'에서도 조선족을 범죄 집단으로 묘사한다. 그들(조선족)이 사는 대림동 일대가 범죄 현장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표현의자유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해 손해배상 등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혐오 표현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2017년 2월 감리회신학대학교 채플 시간에 발생한 여성 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학생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마주치는 여성 혐오는 심각한 수준이다. 심미섭 활동가(페미당당)는 '낙태죄 폐지' 시위 현장과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성 혐오를 소개하며 "혐오 세력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제 일일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도 피해자에게는 막막함과 피곤함, 무력감이 느껴지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 혐오 표현 규제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인권 교육으로

토론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혐오 표현 수위가 도를 넘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유럽·호주·캐나다처럼 혐오 표현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라고 했다.

추지현 연구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1차적으로는 차별금지법 법제화를 통해 혐오 표현을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형사처벌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피해자들에게 힘든 절차인 점을 감안하면, 민사·행정적 제재를 통한 개입을 확대하더라도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혐오 표현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교육해야 한다.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역시 정부 기구가 주도적으로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알리고 규제하며 교육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모든 위반이 처벌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혐오 표현을 법으로 규제한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을 관용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확신을 시민사회에 안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정부 기구가 주도적으로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알리고 규제하며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또 "형사처벌을 하려면 동시에 혐오 표현이 왜 문제인지 연구하고 교육하며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혐오 표현 금지가 반차별 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함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혐오 표현 규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건 가까운 나라 일본의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재일 조선인을 향한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사회 모임'의 각종 혐오 표현이 극에 달하자, 결국 일본 정부는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 규제법'을 신설했다.

정진성 교수(서울대 사회학과·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는 "국가가 혐오 표현을 반대한다는 선언의 주체가 되는 게 중요하다.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는 표현의자유는 있을 수 없다. 처벌과 동시에 이 같은 혐오 표현을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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