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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성차별 바꾸는 제2의 종교개혁 필요

이정배·백소영 "과거 구호 대신 지금 한국교회 개혁 과제 조명해야"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10.15  16: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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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한국교회 개혁 과제로 '자본주의에 잠식된 모습'과 '성차별적 문화'가 꼽혔다. 이정배 교수(전 감신대·현장아카데미)와 백소영 교수(이화여대)는 10월 13일, '종교개혁을 함께 생각한다' 포럼이 열린 경동교회(채수일 목사)에서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는 개신교 입장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불교 입장에서 원효대사 탄생 1,400주년이다.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박정양 상임대표), 한국영성예술협회(손원영 대표), 마지아카데미(김현진 대표)가 개신교·가톨릭·불교 인사들과 함께 종교개혁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최 측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종교 갈등을 넘어 이웃 종교와 평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길을 도모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이정배 교수는 한국교회가 "자본주의에 잠식된 교회"라고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정배 교수는 과거 루터가 외쳤던 구호만 되풀이한다고 해서 제2의 종교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루터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문제점과 치열하게 싸운 사람이다. 시대 문제를 푼 루터가 오늘 우리 시대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늘 우리 시대에 걸맞은 종교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터에게는 타락한 중세 가톨릭과 율법주의 유대교가 있었지만 현재 한국교회는 무엇을 타파해야 할까. 이정배 교수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개신교를 종교개혁 대상으로 봤다. '은총'이라는 단어가 '물질 축복'이라는 뜻으로 변질되고, 예배당 안에만 갇힌 행위 없는 믿음이 난무하며, 성서를 문자주의·근본주의적로만 해석해 화석화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배 교수는 이를 위해서 종교개혁 3대 원리인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말씀'을 새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깊은 고독을 자처하며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믿음 △현실의 부조리에 저항하며 맛보는 하나님의 의로서의 은총 △저항을 가능케 하는 상상력의 보고로서의 성서를 말해야 한다고 했다.

백소영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를 살았던 두 명의 카타리나를 조명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백소영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인데도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서 억압받고 있는 여성의 위치를 설명했다. 분명 500년 전 종교개혁을 통해 중세 가톨릭을 지배한 여성 혐오 시각은 많이 완화됐다. 종교개혁가들은 "남성과 여성을 태초부터 짝으로 부름받은 공동체적 인간임을 천명"했다. 여기에서 '돕는 배필'이라는 개념도 나왔다.

백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실존했던 '카타리나'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인을 비교하며, 여성 입장에서 볼 때 종교개혁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했다. 첫 번째 카타리나(폰 보라)는 수녀였으나 당시 종교개혁가들이 이야기하던 '소명으로서의 결혼'이라는 개념에 고무돼 수녀원을 탈출했다. 그리고 루터의 아내가 됐다.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는 '돕는 베필'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여성으로 알려졌다. 루터와 그를 따르는 개혁 신앙가들이 이해하는 대로, 카타리나는 루터가 종교개혁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루터가 수도원을 고쳐 목사관으로 사용하는 동안 매일 찾아오는 방문객을 수발하는 건 카타리나 몫이었다. 백소영 교수는 "가정을 지키며 남편의 바깥 활동을 내조하는 카타리나는 지금의 '전업주부'라고 불리는 여성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루터는 만인제사장을 이야기했지만 당시 여성은 여기서 말하는 '만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독일 귀족 평신도를 향한 말이었다. 루터는 카타리나가 아름다운 동반자 수준을 넘어서려 할 때마다 제재했다. 억압적이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가부장의 모습이었다. 평등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는 기능적인 위계가 있었다. 이는 현대 핵가족 속에 온건한 가부장제 모습과 잘 맞물린다. 루터의 추종자들은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의 삶을 개신교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인 것처럼 묘사해 왔다."

두 번째 카타리나(쉬츠 젤)는 루터의 아내였던 카타리나와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카타리나 쉬츠 젤은 전직 사제 마티아스 젤과 결혼했다. 그는 목회 활동에서도 동등하게 남편 마티아스와 동역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의 신앙고백을 담아 찬송가집, 성서 해설서를 글로 남겼다.

당시 사회에서 여자가 공적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정해진 경계를 넘는 것이었다. 부부가 거주하던 스트라스부르 시의회의 경고에도 마티아스는 아내 카타리나의 활동을 제재하지 않았다. 말과 글로 주체적인 신앙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백소영 교수는 500년 전 루터가 이상으로 삼았던 아내 카타리나의 모습을 지금 한국교회에서도 그대로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의 소명을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에 두는 설교가 여전히 한국교회 강단에 만연하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여성의 소명이 결혼해서 출산하는 데만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카타리나 중 어떤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기쁜 답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신앙 주체 당사자뿐이다. 이제는 여성들이 직접 소명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경훈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지나치게 성직자 중심주의적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한편, 가톨릭을 대표해 나온 황경훈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지나치게 성직자 중심적이고 권위주의적이라고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개혁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데 반해, 한국 가톨릭교회에는 이런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가톨릭교회가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이고 권위주의적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의사 결정 구조에 평신도가 꼭 참여해야 한다. 한국 가톨릭교회 리더십의 부재는 평신도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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