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USB, 안경, 모자, 차 키, 물병, 마우스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모두 몰카가 될 수 있다. 동작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 야간 촬영, 라이브 방송 등 기능도 다양하다. 고급 몰카는 길거리, 모텔, 지하철 화장실 등 어느 곳에나 설치 가능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기도 하고, 여자 친구를 찍기도 한다.

소라넷의 범죄행위를 알리는 등 디지털 성범죄 퇴치 운동을 하는 DSO(Digital Sexual crime Out)가 10월 10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몰카 사례를 언급했다. 첫 강연을 맡은 손경이 강사(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상황을 설명했다.

손경이 강사는 직접 몰카 제품을 참가자에게 보여 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그가 상담한 사례 중, 한 여성이 남자 친구 핸드폰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찍은 성관계 동영상을 발견한 경우가 있었다. 남성들은 길거리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찍거나, 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장면, 스타킹을 갈아 신거나 생리대를 버리는 모습 등을 촬영해 사이트에 올리기도 한다. 여성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다른 사진에 합성하는 등 편집해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손 강사는 "이때 남성들은 사진, 동영상과 함께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올린다"고 지적했다.

DSO 하예나 대표는, 몰카가 올라오는 사이트에서 클릭 수가 높은 인기 키워드는 '어리다'와 '강간'이라고 했다. 하 대표가 가져온 자료에는, 몰카 제목에 '어린 여친', '꼬마 걸레' 등 선정적 표현이 난무했다.

몰카 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에는 여성 혐오 표현이 많다. 여성을 음식에 비유해 골뱅이·고등어·영계라고 표현한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골뱅이는 술에 만취한 여성, 고등어나 영계는 어린 여성을 뜻한다. 또 제목에서 여성을 가슴 사이즈, 나이로 분류하는 등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통용된다.

하 대표는 클릭 수가 사이트 광고 수익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운영자가 사람들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자극적인 문구를 다는 이유다.

DSO는 몰카 영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예나 대표는 몰카 영상이 올라오는 사이트에 여성 혐오 표현이 많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하예나 대표는 "사이트 운영자들이 몰카 영상을 '국산 야동'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 놓는데, 몰카 영상은 야동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성기가 나오는 음란물 제작이 불가하다. 국산 야동이라고 불리는 몰카 영상에 나오는 여성은 배우가 아니고 피해자다. '국산 야동'이라는 말 자체가 영상에 나오는 여성을 피해자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국산 야동'이라는 말은, 영상을 보는 행동이 범죄에 가담한 것이라는 인식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 대표는 몰카 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것 자체가 가해행위라고 설명했다. DSO는 가해 유형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몰카를 촬영하는 '제작형 가해', 영상을 유출하는 '유포형 가해', 영상에 댓글을 다는 '참여형 가해', 직접 영상을 소비하는 '시청형 가해'다.

하예나 대표는 "몰카 영상을 보는 건 가해행위다. 소비에 동참하는 것이므로 피해자를 착취하는 데 가담하는 것이다. 소비가 없으면 공급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남성들은 영상을 보지도 공유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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