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획재정부가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종교별로 세부 과세 기준안을 만들었다. 9월 18일 발표된 '개신교 세부 과세 기준안'을 보면, 그간 한국교회에 존재하던 다양한 명목의 목회자 사례비는 본봉과 함께 대부분 과세 대상이 된다. 이를 놓고 보수 교계에서는 "종교계를 기만한다"며 격앙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내놓은 '과세' 요건,
△실비 정산 하지 않는 경우
△종교 활동과 관련 없을 경우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부 과세 기준안은 총 5쪽 분량이다. 40여 개 항목에 대한 과세·비과세·제외 예시를 들고 있다. 그만큼 평소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에게 다양한 명목의 사례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 하단 표 참조)

복잡해 보이지만 몇 가지 원칙을 찾을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실제 발생한 비용 기준으로 정산하는 개념인 '실비 정산'이다. 기획재정부는 본봉 '생활비(사례비)'뿐 아니라 목회 활동비, 선교비, 사역 지원비, 건강 관리비, 접대비, 도서비, 연구비, 수양비, 판공비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돈은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받은 돈을 교회 사역 활동에 직접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영수증 제출 등의 방식으로 교회에 증빙한다면 과세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본봉으로 300만 원을 받고 본봉 외 100만 원(목회 활동비 50만 원, 도서비 20만 원, 접대비 30만 원)을 받는 A 목사와 B 목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편의상 과세 대상이면 빨간색,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비과세 대상이면 파란색으로 처리했다.)

A 목사는 본봉 외에 주어진 100만 원을 별다른 지출 증빙 없이 사용했고, B 목사는 본봉 외 100만 원을 교인 심방, 책 구매 등에 썼다는 영수증을 교회에 제출했다. 이럴 경우 A 목사의 과세 대상 소득은 총 400만 원이지만, B 목사의 과세 대상 소득은 300만 원이다.

교회로부터 실비 정산을 받은 돈은 종교인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일 B 목사가 지방 수해를 입은 교회를 위해 50만 원어치 구호물자를 구매해 보낸 후 영수증을 교회에 제출한다면, 이때 B 목사가 교회로부터 영수 처리해 받은 50만 원은 종교인 소득이 아니다. 판공비 등도 모두 같다. 노회·총회 등 지방 출장을 위해 교회로부터 받은 여비·교통비 역시 영수증 제출 방식으로 실비 정산하면 과세되지 않는다.

실비 정산과 함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업무 관련성'이다. 종교 활동을 위해 썼다면 과세 요건에서 제외된다. 차량 유지비의 경우, 먼저 목회자 본인 명의 차량에 대해 월 20만 원 이하의 유지비를 받는다면 비과세, 20만 원 초과는 과세다. 본인 명의 차량이 아닌 배우자나 부모의 명의로 된 차량은, 교회로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과세된다. 이것도 종교 활동 목적을 위해 사용하면서 실비 정산한다면 비과세다.

교회 차를 교회 활동에 이용하면 당연히 과세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 목사는 9월 30일, 교회 차를 이용해 지방에 있는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서 5만 원을 주유했고, 9월 31일에는 지방에 입원한 교인 심방을 위해 교회 차를 운전하면서 7만 원을 주유한 후, 영수증을 청구해 교회로부터 12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때 A 목사의 과세 대상 소득은 5만 원이다. 7만 원은 종교 활동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비도 월 10만 원까지는 과세되지 않으나 초과된 금액은 과세 대상이다. 10만 원까지는 실비 정산이 아니라도 과세되지 않는다. 10만 원을 초과하더라도, 실비 정산을 하며 목회 활동에 관련해서 지출했다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매달 30만 원씩 식비로 받아서 그 돈으로 교인들과 함께 밥을 먹었고, 영수증 처리가 되었다면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닌 셈이다.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은, 목회자가 내야 할 액수를 교회가 낸다면 목회자는 그 액수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가 7만 원 나왔는데 교회가 전액 대신 내 주고 있다면, 7만 원은 목사의 소득으로 보고 종교인 소득에 합산돼 향후 세금에 반영된다.

기재부 안을 보면, 교회 사역을 위해 돈을 사용했다는 게 증빙돼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기준안대로라면 내년부터는 교회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거나, 실비 정산을 명문화하는 방식의 목회자 재정 사용이 필요하다.

목사가 교인이나 다른 교회에서 받는 돈은 어떨까. 크게 심방비, 주례비, 강의료, 부흥회 사례비, 생활 지원비(후원금) 등이 있다.

부흥회 사례비는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다. A 목사가 P교회에서 2박 3일간 부흥회를 하고 300만 원을 받았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①P교회가 A 목사에게 300만 원을 준 경우 ②P교회가 A 목사가 담임하는 L교회에 300만 원을 보내고, L교회가 다시 A 목사에게 이 돈을 준 경우는 과세 대상이다.

①의 경우, A 목사가 P교회에 돈을 되돌려 줬다면, A 목사는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②의 경우, P교회가 보낸 300만 원을 L교회가 자체적으로 쓴다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다른 교회에서 후원해 주는 '선교 헌금'도, 목회자 개인이 받는다면 과세 대상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H교회를 담임하는 S 목사는 서울의 한 대형 교회로부터 100만 원을 매달 후원받는다. 이 돈이 H교회로 들어오고 H교회 사업을 위해 쓰인다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S 목사가 개인 후원 명목으로 직접 100만 원을 후원받는다면, S 목사는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심방비, 주례비, 강의료 등은 모두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인이 목회자에게 직접 사례를 하거나, 목회자를 통해 교회에 지급하는 경우 모두 과세 대상이 아니다. 강의료는 학교에서 원천징수하고 주기 때문에 이미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본다.

"백지상태서 교계 의견 듣겠다더니"
예장대신 "과세 기준안 말도 안 돼"
근로소득세 방식 납부 결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주장하고 있는 보수 교계에서는, 기재부 안에 대해 "종교 활동 과세이자 종교 침해 과세"라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본봉'에 대해서만 종교인 소득 방식으로 과세하고 나머지 항목은 전부 비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장로교총연합회로 구성된 종교인과세대책TF팀 한 관계자는 9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재부가 40여 가지로 세분화한 안을 내놓으면, 교인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목사가 저 많은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고 오해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재부와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안을 내놓으면 들러리 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 교계 단체는 9월 29일,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교회 교단장 초청 종교인 과세 대책 특별 조찬 회의'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갖고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종교계와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하며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형식에만 그치고 과세 강행 입장만 강조되고 있고, 최근 배포한 세부 과세 기준안을 볼 때 백지 상태로 경청하여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은 빈말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기재부가 여전히 종교인들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2년 유예 후 제도 보완 및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종교인들과 국민을 기망하는 졸속 과세 강행은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음을 단호히 경고한다"며,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순수 종교인 소득 과세'가 시행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기재부 안에 반발해 '제3의 길'을 선택한 교단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유충국 총회장)은 9월 교단 정기총회에서 아예 본봉 사례비에 대해서만 근로소득세 방식으로 납세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종교인 소득 방식 과세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면, 차라리 이 제도를 폐기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박득훈 목사 "활동 감출 이유 없어
재정 투명성 위해 불편 감수해야"
최호윤 회계사 "말 그대로 '초안',
합리적 대안 모색해야…무조건 반대 안 돼"

현행 방식의 '다양한' 사례비 명목을 최소화하고, 법인 카드를 한 장 주면 세금과 관련한 문제 생길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목회 활동비가 사례비 명목이었다면, 이를 본봉에 포함하고 세금을 조금 더 내거나, 아니면 목회 활동비를 교회 명의 카드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운동 공동대표)는 9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를 위해 사용하는 돈이 있다면, 미리 사례비 일부처럼 현금으로 받지 말고 그때그때 교회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거나 영수증을 제출한 후 돌려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영수증을 교회에 갖다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카드 지출 기록이 남는다. 교회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그 정도도 못 하겠다면 목회자의 재정 사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목회 활동비가 정말 목회를 위한 활동비인지 개인 월급인지 알 수 없지 않나. 모든 회사가 실비 정산이나 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반 직장인 그리스도인들도 그렇게 하는데, 목회자라고 특별 대우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종교개혁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종교 사찰', '종교 활동 과세'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박 목사는 "자신들의 활동 내역이 다 보이니 염려되는 것이다. 목회 활동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 가서 교인 심방하고 식사한 것 카드 기록 남으면 안 되나. 죄짓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9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안은 말 그대로 '안'일 뿐이다. 교계는 기재부가 안을 내놓지 않으면 준비가 안 되었다고 반대하고, 안을 내놓으면 정부가 답을 정해 놓고 얘기한다고 반대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기재부 안을 토대로 여러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목회 활동비에서 지출되는 항목 중 현금으로 사용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사용처를 기록해 두는 별도 장부를 만드는 등의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안대로 내년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다면, 각 교회에서는 연말 당회·공동의회에서 관련 지출 항목을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항목에 따라 목회자가 내야 할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본봉 300만 원, 목회비 50만 원, 도서비 20만 원을 받으면서도, 별도 영수증 증빙 처리를 하지 않는 목회자는 매달 370만 원에 대한 소득세를 내겠지만, 목회비와 도서비는 결제 후 영수증을 교회에 제출한 목사나, 실비 정산 방식으로 먼저 본인이 결제한 후 교회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목회자는 본봉 300만 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이외에 자녀 교육비, 통신비, 보험료 등의 지급·납부 방식도 새롭게 의논해야 한다. 때문에 각 교회 담임목사와 재정 담당자에 대한 세금 신고와 납부 절차 교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9월 18일 교계에 보낸 과세 기준 초안. (PC버전에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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