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 '교회 시어머니'라고 치면, 시댁에서 교회 가기를 강요당하는 며느리들의 고민이 숱하게 나옵니다. 여성이 많이 가입해 있는 온라인 카페에는 명절마다 이런 글이 몇 개씩 올라옵니다.

시어머니가 손주 유아세례를 요구하는 경우, 아들이 교회 안 가는 걸 "믿음의 며느리를 들였어야 한다"며 며느리 탓으로 돌리는 경우, 전도를 위해 교인들에게 며느리 전화번호를 뿌린 경우 등등.

전도는 필요한 일이지만, 이런 일들 때문에 오히려 교회에서 더 멀어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다가 시어머니가 하는 말에 며느리가 반대하기도 쉽지 않은 한국 사회 분위기 속에서, 며느리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갑니다.

<뉴스앤조이>는 흩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추석을 맞아, 시어머니의 과도한 전도로 속상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결혼 8년 차 김선영 씨(가명)는 교회 다니는 시어머니 때문에 일주일 내내 두통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 기자 주

"고민하다 답신 드려요. 제 정보가 노출되지는 않겠죠?"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매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며, 명절 즈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개신교를 강요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교회라면 진절머리가 난다는 며느리들. 사례를 찾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선영 씨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익명성에라도 기대어 그 답답함을 털어놓고 싶은 것 같았다.

선영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시어머니는 정작 자기 아들에게는 '교회'의 'ㄱ' 자도 꺼내지 못하면서, 만만한 자신에게만 교회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최근 시어머니가 선영 씨 아들을 교회에 데려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개신교인들이 전도에 열심인 건 선영 씨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경우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시어머니가 적으면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서너 번 집에 찾아와 자기와 아들에게 교회 가기를 강요했다. 시어머니의 전도가 특히 견디기 힘든 것은, 그가 평소 보이는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는 식의 배타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교회 시어머니'를 검색하자, 시어머니에게 교회 가기를 강요당하는 며느리들의 고민 글이 나온다. 네이버 홈페이지 갈무리

아들이 말 안 듣자 며느리에게 강요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
'개신교=편협한 종교'로 각인

선영 씨는 무교다. 학창 시절에 예배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종교와 무관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삶에 개신교가 끼어든 건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시어머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이 때문에 고부 갈등을 염려하기도 했으나, 남편도 결혼 전 시어머니에게 "아내한테 교회 다니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누차 이야기했기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달랐다. 결혼 초반에는 교회에 대해 별말을 하지 않던 시어머니가 점점 수위를 높여 가며 선영 씨를 전도하려 했다. 명절 '가족 예배'가 시작이었다. 시어머니가 주관하는 가족 예배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무조건 참석해야 했다. 시어머니는 억지로 찬송을 부르게 하고 성경을 이야기하며 혼자 열렬히 기도했다. 예배 때 시어머니의 시선은 늘 선영 씨에게 머물렀다.

"어머니는 꼭 며느리인 제 눈을 무섭도록 뚫어지게 쳐다보며 예배를 진행했어요. 남편은 시어머니가 이야기할 때 눈길을 피하고 딴청을 부릴 수 있지만, 전 아니잖아요. 불편하지만 참아야 했죠."

이후 시어머니는 선영 씨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노골적으로 교회에 다녀야 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마음에도 없는 교회 이야기를 듣는 게 곤욕스러웠다. 그러나 더 견디기 힘든 건 시어머니의 태도였다. 시어머니는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불신자는 모두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선영 씨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어김없이 "예수님 안 믿어서 그런 거다", "예수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이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시어머니는 "예수님이 뜻이 있어 시련을 주는 거다"라며 아름답게 포장했다. 선영 씨는 그런 시어머니의 말을 들을 때면 불편하고 불쾌했다.

"시어머니는 타 종교에도 배타적이에요. 우리는 교회 다니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성탄절이라고 부르고, 예수님이라고도 말하잖아요. 그런데 어머니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아서 '부처님 오신 날'을 '부처 온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같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개신교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무속 신앙이 등장하면 엄청난 독설을 퍼부어 같은 자리에 있기 민망하고 불편했고요.

개신교도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근데 시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정말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은 모두 지옥 불에 떨어지고, 하는 일이 다 잘 안 되고, 몸이 아프고… 이건 그냥 맹신이에요. 저에게는 시어머니와 둘이 있는 시간이 정말 지옥 같던데요.

특히 며느리를 만만한 대상으로 보고 며느리에게만 교회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속이 보여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아들은 왜 교회에 못 보낼까요? 당신 스스로 개신교인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면 아들이 알아서 교회에 나갔을 거 같은데 말이죠."

선영 씨는 시어머니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 때문에 교회에 대한 마음을 닫았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손자한테 "아멘" 가르치는 시어머니
시어머니 언짢을까 싫다는 말도 못해
배타적 태도, 개신교에 관심 끄게 해

갈등은 시어머니가 손자에게 교회 가자고 하면서 극에 달했다. 선영 씨가 설득되지 않자, 시어머니는 손자에게 눈을 돌렸다. 시어머니는 손자에게 "아멘"이라는 말부터 가르쳤다. 밥 먹을 때면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아멘"이라고 했다. 선영 씨는 걱정이 됐지만, 시어머니니까 대놓고 "하지 마시라"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를 한 번 교회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교회에 다녀온 아이는 선영 씨에게 "이 세상 모든 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거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 나는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해야 할 말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선영 씨는 당황스럽고 걱정이 됐다. 교회에 1시간 있다 왔을 뿐인데, 어린아이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아직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하나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걱정됐다. 아들이 크면서 스스로 판단해 신앙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사리분별 못하는 아이에게 왜 종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선영 씨는 아이가 교회에 다녀온 후, 그 다음 일요일까지 매일 두통약을 먹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가만히 있어도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 같았다. "대학 입시나 회사 생활에서도 느껴 보지 못한 끔찍한 스트레스"였다. 혹시 아이가 시어머니에게 말할까 봐,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으면서 지금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선영 씨는 시어머니가 계속해서 아들을 교회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전쟁을 각오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어머니가 그 문제로 소란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가정하에 여러 대처법을 고민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특정 종교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해가 되는 부분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까지 정리해 놨다.

시어머니에게는 그런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아이가 어릴 땐 주말마다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고 싶다. 몇 년만 지나도 아이는 친구만 만날 것이다"라는 식의 멘트도 준비해 놨다. 이후 선영 씨는 일요일마다 아이가 교회에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시어머니가 언짢아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가 만난 개신교인이 시어머니만 있는 건 아니다. 친한 지인도 교회에 다닌다. 그러나 교회 다니는 지인과의 만남이 불편하거나 소통이 안 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교회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선영 씨는 교회에 호감도 불만도 없었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시어머니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자, 교회에 대한 마음이 아예 닫혀 버렸다고 했다.

"개신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도 다 부족한 점이 있겠죠.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성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 교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시어머니가 하도 교회 가라고 해서 참다못해 다른 종교 믿기 시작했다는 분도 본 적 있어요. '앞으로 성당이나 절에 다닐 테니 교회 얘기 그만하시라'고요.

물론 개신교를 믿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게 개신교인의 태도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고전 예술 작품 속에 그려진 부처님이나 달마대사 같은 것도 '귀신'이라고 폄하하더라고요. 한국도 옛날엔 불교 국가였는데… 역사와 예술조차 부정하는 그 편협함이 무서워요.

저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시어머니는 '너가 예수님 안 믿어서 그런 거다'라고 독선적으로 말하세요. 만약 시어머니가 '널 위해서 기도하겠다', '교회 다니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고 인자하게 말씀하시면 교회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요. 시어머니 태도로 개신교에 대한 인상이 더 안 좋아졌어요. 교회에 더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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