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에 할랄 단지 추진 움직임은 없다. 한국 주요 장로교단들의 총회가 한창일 때 아래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전계헌 총회장, 이하 예장합동)가 상설 기구인 이슬람대책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예장합동 이슬람대책위원장 권순직 목사는 21일 오전 위원회 보고에서 '우리사 회에 이슬람에 의한 폐해가 포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총회 차원의 이슬람 대책을 마련하고 이슬람 전문위원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장합동 충청노회 정진모 목사는 진행 발언에서 '익산에서 추진되던 이슬람 할랄 산업 단지가 익산시기독교연합회 등 전북 지역 교계의 적극적인 대처로 취소된 후 현재는 충남 부여에 할랄 단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총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 CBS 노컷뉴스, 2017년 9월 21일 자 보도 중

부여 할랄 도축장 건설 현장. 이곳은 부여군 구룡면 동방리 681-3으로 2011년 2월 도축장이 설립, 운영되었던 곳이다. 부여 할랄 도축장 반대 단체와 교단 관계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 확인을 해 본다. 부여 할랄 도축장 사업은 이미 무산됐다.

할랄 도축장 설치 반대 성명 다시 읽기

부여할랄도축장반대범시민연대가 7월 18일 발표한 부여 할랄 도축장 설치 반대 성명서를 살피면서, 팩트 체크를 해 볼까 한다.

1. 할랄 도축은 이슬람 의식에 따라 잔인하게 도축하는 국제적 동물 복지 위반 행위이며 우리나라의 복지적 동물 도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사실 확인

우리나라의 복지적 동물 도축 규정을 정부가 무효화하려고 시도하거나 그런 집행이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에서 도축장을 운영하려면 한국의 동물보호법 규정 안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현재도 국내에서 동물 복지 규정을 위반해 잔인한 도축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적발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에는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맞춰 할랄 도축장이나 도계장을 허가하고 감시, 감독을 하면 될 일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동물의 도살방법) ①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3.8.13.>
② 「축산물위생관리법」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電殺法)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반드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도살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매몰을 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3.3.23., 2013.8.13.>
③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외에도 동물을 불가피하게 죽여야 하는 경우에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야 한다. <개정 2013.8.13.>

2. 할랄 육류는 종교적 도축 방식[다비야 Ḏabīḥah(ذَبِيْحَة)]에 의한 것일 뿐, 건강·안전 식품과는 전혀 무관한 데도 살아 있는 상태의 동물의 목동맥을 단칼에 잘라서 IS 테러 집단의 인간 참수를 연상케 하는 잔인한 도축 방식으로 대부분의 나라는 할랄 도축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사실 확인

할랄 도축이 이슬람 의식에 따라 이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산 채로 '잔인하게 도축하는' 하나의 방식으로만 할랄 도축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통계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럽 국가에서 허용된 할랄 도축장에서는 80~90%가 도축 전 기절 방식을 따른다. 일반적인 국제적 동물 복지 방식에 의거해, 도축하고 있다는 말이다. "동물의 목동맥을 단칼에 잘라서 IS 테러 집단의 인간 참수를 연상케 하는 잔인한"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상상이다.

대부분 나라가 할랄 도축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무슬림 다수 국가는 물론, 유럽 같은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할랄 도축장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도축 전 기절 방식을 취하지 않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나라들이 있을 뿐이다.

영국이나 유럽 국가 등 할랄 도축을 인정하는 국가에서도 도축 전 기절 방식을 일반적으로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동물을 기절시키지 않고 이뤄지는 할랄 도축이나 유대교의 코셔 도축(쉐히타 shehitah)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네덜란드·덴마크·뉴질랜드·스위스 등 유럽 국가는 기절 방식의 도축을 규정하고 있다.

아주 제한적으로, 내수용에 한해 도축 전 기절 방식을 유예하는 경우가 있다. 호주의 경우, 기절 방식이 아닌 도축도 허용하는 곳이 전체 300여 도축장 중 할랄 도축장 8곳뿐이다. 이는 할랄 도축이 도축 전 기절 방식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영국의 경우(영국 식품기준청 2012년 통계)에는 총 396곳의 도축장과 73곳의 도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할랄 도축장은 55곳, 할랄 도계장은 29곳이다. 한편, 유대교 방식의 도축 및 도계장 11곳에서 기절 방식으로 동물을 잡는 비율은 1% 안팎이다. 이는 유럽 국가에서 할랄 도축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객관적 사실도 보여 주는 지표다.

3. 우리나라도 FTA 체결 등으로 국제 무역 규정 및 국제수역사무국(OIE) 등에서 권고하고 있는 복지적 동물도축 규정을 수용, 기절시킨 상태에서 도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도 할랄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잔인한 다비야 도축 전용 시설 설치를 재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확인

이 주장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단정하고 확신하는 오류가 보인다. 잔인한 다비야 도축 방식이라는 표현에는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요소가 있다. 이는 할랄 도축이 악하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는 주장이다.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하려면, 한국의 동물보호법 규정에 부합하는 조건으로 할랄 도축장을 허용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안이다. 극소수의 할랄 도축장에서 기절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이 또한 점차 기절 방식으로 도축 규정을 바꿔 나가고 있다.

4. 다비야 도축은 도축장 방향을 메카로 향하게 하고 무슬림 도축인이 "비스말라(알라의 이름으로)"를 외치는 의식을 거행하고 도축하는 방식으로 도축할 때마다 확성기를 통해 이슬람 의식이 전파될 것이다.

사실 확인

할랄 방식의 다비야 도축을 할 때, 도축장 방향을 메카로 향하게 한다는 규정은 없다. 도축할 때마다 확성기를 통해 이슬람 의식이 전파되는 경우도 없다. 이슬람 왕정 국가에서도 벌어지지 않는 일이다.

5. 호주산 소고기 가격의 3배가 넘는 한우를 도축해 이슬람 국가로 수출한다는 허황된 발상은 국민 혈세인 정부 보조금(55억 원)을 취득하려는 기업과 결탁하는 부정부패 행위이다.

사실 확인

이 부분은 정당한 의혹제기다. 한국의 할랄 산업은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에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일 뿐이다. 조금 더 자세히 짚어 보자.

그러나 그동안 계속 사업 부진을 겪고, 휴업을 반복하고, 폐업 신고까지 된 업체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설립한 ㅌ 업체에 올해 5월 중순 지위 승계가 이뤄졌다. 그 달에 할랄 도축장 설치 신청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 2년간 난항을 겪어 온 할랄 도축장 선정 작업 과정 중 다소 무리하게 사업자를 선정하는 인상을 보여 준 것이다.

지난 2년간 잡혀 있는 예산도 집행하지 못해 예산 불용 처리 상태에 있던 것을 타개하려던 관계 당국의 졸속 행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할랄 산업 육성을 위해 5개 사업에 9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할랄 인증 도축·가공 시설 건립'(50억 원)과 '할랄 인증 도계장 건립'(5억원)은 현행 동물보호법과의 충돌로 시작조차 못했다. 그 예산은 집행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집행된 예산은 24억 5,000만 원이다. 할랄 인증 활성화 지원금으로 20억이 집행됐고, 할랄식품종합지원센터 운영으로 4억 5,000만 원이 집행됐다. 사실 이 부분도 의심스럽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듯 해 보이는 성과 부풀리기와 현실 왜곡이 가득한 사업인 탓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할랄 인증이 필요 없는 수산물까지 할랄 인증 비용을 투입했다.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자. 8억 7,000만여 원의 재원을 엉뚱한 일에 소모했다. 국내 수산 식품 할랄 인증 지원 명목으로, 2015년 34건 3억 9,200만 원, 2016년 17건 1억 8,255만 원 등 2015년부터 2016년 9월까지 51건의 수산 식품 할랄 인증에 5억 7,000만 원을 지원했다.

할랄 시장 전략 품목 개발 지원 명목으로, 2건 2억 9,600만 원 등까지 포함해 모두 8억 7,055만 9,393원을 지원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수산 식품 할랄 인증 지원 51건 중에서 33건, 약 65%를 차지한 것이 수산 식품 '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김은 오래전부터 무슬림 국가로 수출하는 수산 식품 중에서도 효자 상품이다. 게다가 수산물은 별도 할랄 '인증'이 필요 없는 품목이다. 그런데도 할랄 인증을 받느라 애쓴 것이다.

게다가 도축 경험도 일천한 사업자가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과 행정 능력을 요구하는 할랄 도축 사업에 뛰어든 일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이처럼, 부여 할랄 도축장 건설 계획은 전형적인 거품 행정, 대책 없는 보여 주기 정책, 졸속 행정의 대표 사례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준비나 기획은 없었다. 다행스럽게 올해도 할랄 도축장 사업이 무산되어 졸속 행정으로 국고가 낭비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부여 할랄 도축장은 물론, 익산 할랄 단지나 다른 곳에서 추진하려던 할랄 산업은 모두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대통령 관심 사업 추진이었을 뿐이다. 이슬람 세력의 한국 이슬람화 시도라는 말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6. 할랄 인증은 우리 기업과 국민들을 이슬람 율법의 노예로 만들 수 있고 할랄 인증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은 특정 종교를 비호하는 종교 편향 정책이며, 할랄 인증 자금의 일부가 테러 자금으로 유입된다.

사실 확인

할랄 도축장이 들어서도 유입되는 무슬림 인력은 거의 없다. 무슬림 도축사와 감독자 등 3~4명에 불과하다. 할랄 인증이 기업과 국민을 이슬람 율법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은 심한 논리 비약이다.

특정 국가의 식약청 기준 표준 인증을 받는 것에 대한 어떤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할랄 인증의 경우만 비용이 지원한다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국정 농단의 부산물로 봐야 한다. 이를 두고 특정 종교 비호, 종교 편향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할랄 인증 자금의 일부가 테러 자금으로 유입된다는 말도 억측이다. 이슬람 국가에서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IS 같은 괴물 테러 집단과 전쟁을 하고 있다. 할랄 인증 기관은 각국 정부가 인가한, 정부가 통제하는 기관이다. 할랄 인증 자금이 테러 자금으로 유입된다는 주장은 과도한 추정일 뿐이다.

부여 할랄 도축장 설치 사업 무산

부여 할랄 도축장 설치 사업은 이미 무효화한 것으로 보인다. 8월 23일 열린 제353회 국회(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할랄 도축장 설치 사업에 공모를 했으나, 해당 지자체에서 반납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당초 한국의 주요 교단이나 보수 기독교계는 할랄 산업을 한국 이슬람화 전략의 하나로 지목해 왔다. 이런 주장은 할랄 산업의 실체에 대한 무지 혹은 무시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정 농단에서도 드러났듯이, 차은택-최순실-박근혜로 이어지는 사익이 담긴 프로젝트로 추진된 것일 뿐이다. 한국 이슬람화를 추진한다고 하는 실체도 없는 세력의 전략이 아니다.

나는 차은택 작품으로 시작한 할랄 산업 육성을 반대했다. 필자는 차은택-최순실-박근혜라는 연결 고리로 추진된 두바이 프로젝트 자체도 반대했다. '너나 가라 중동'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표 거품 사업 중 하나였다. 2015년 3월 19일, 박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열흘쯤 된 날,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 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들으라고 던진 말이었다.

대통령 관심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자체와 기업을 설득해 그 사업을 확산시켜야 했던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은 이제까지 이런 혼란을 일으키는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 할랄 산업 증진은 출발점부터가 엉망이었다. 할랄 단지 조성, 할랄 도축 산업 지원이라는 실체도 없는 거품 행정을 두고, 과도한 억측과 상상력을 동원한 위험·공포·혐오가 표출된 한국교회의 지나침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앞서 인용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의 위와 같은 결정은, 이보다 앞서 벌어진 위와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7월 18일 발표된 성명서 내용 가운데는 위와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 이 주장 가운데 일부 일리가 있고, 타당한 내용도 있다. 근거 없음, 근거 부족함, 억측이 뒤엉켜 있다.

자료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박완주 의원 재구성

한국에 강력한 반이슬람 정서가 퍼진 계기가 몇 차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일명 '이슬람 금융'으로 일컬어지는 수쿠크 법 제정 관련한 논란이다. 다른 하나는 할랄 단지 조성 관련한 것이다. 이 두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이슬람 입장에 있는 이들이 이슬람 국가나 어떤 특정 조직이 한국을 이슬람화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전혀 달랐다. 정권 혹은 통치자의 사적 이해관계가 깔린 졸속 정책이었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이슬람 경계론을 펴는 것 이상으로, 근거를 가지고 정부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그곳의 기독교인은 물론이고 선교사들조차 할랄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한국교회에서 언급하는 그 이슬람은 어떤 이슬람일까. 대비해야 한다는 그 이슬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오래전 표현을 빌리자면, 기독교판 평화의 댐 건설 운동이 꾸준히 확대되고 강화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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