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논문 지도 중인 제자와 부적절한 성 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된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ㅅ 교수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형사4부·남현 재판장)은 9월 2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추행 일부 사실은 인정되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건이 발생할 당시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사실을 알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라고 선고했다.

5월 26일 예정됐던 선고는 수차례 연기된 끝에 넉 달이 지나서야 열렸다. 다른 판결과 다르게 선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ㅅ 교수는 변호인 없이 혼자 출석해 선고를 들었다.

재판부는 ㅅ 교수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당시 상황에서 위력이 발생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무상 위력'을 이야기할 때는 폭력·폭행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ㅅ 교수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피해자가 ㅅ 교수에게 보낸 여러 메시지 내용이 근거였다. 첫 성적 접촉이 있었던 2015년 7월, 피해자는 ㅅ 교수에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판사는 이 메시지가 ㅅ 교수의 행위에 대한 완곡한 항의로 읽히는 동시에, ㅅ 교수에 느끼는 감정으로 인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피해자는 이후에도 ㅅ 교수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판사는 오간 메시지를 언급하며, 피해자가 ㅅ 교수를 거절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ㅅ 교수를 이성적으로 느끼고 있고, 거기에서 오는 두려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봤다. 이후에도 피해자가 작성해 ㅅ 교수에게 보낸 여행 기록 등에서 피해자가 ㅅ 교수를 이성(異性)적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 판사는 전했다.

중요하게 작용한 또 다른 증거는 같은 학교 ㅇ 교수와 녹취록이다. 당초 예정된 선고 날짜가 연기된 사이 ㅅ 교수 변호인은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ㅅ 교수를 검찰에 고발한 ㅇ 교수와 ㅅ 교수의 대화 녹취록이다. ㅅ 교수 측은 피해자가 ㅅ 교수를 좋아하는 사실을 ㅇ 교수가 알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일부가 누락된 녹취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녹취록 전체를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추가 제출된 녹취록에서 △피해자가 ㅅ 교수를 사랑했다는 것을 ㅇ 교수가 알고 있었다는 점 △피해자가 ㅅ 교수에게 끌렸다고 말한 점으로도 ㅅ 교수가 위력으로 피해자에게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판사는 ㅅ 교수가 논문을 지도하던 제자와 성적 접촉을 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크지만, ㅅ 교수 행위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볼 때 ㅅ 교수와 피해자 사이에 성적 접촉이 발생했을 당시 위력에 의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ㅅ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를 마친 뒤 ㅅ 교수는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무죄판결을 받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말에 "경황이 없다"며 응답을 거부했다. ㅅ 교수는 계속된 질문에 "이렇게 판결이 나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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