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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반대에서 교인 추방까지

차원이 달라진 한국교회 혐오와 차별, 연구와 대화 허용해야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9.28  22: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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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학회·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43개 단체는 주요 교단이 내린 동성애 반대 결의에 반발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박요셉] 올해 주요 장로교단 정기총회는 한마디로 '동성애 반대' 총회였다. 교단마다 다양한 동성애 반대 결의가 쏟아져 나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최기학 총회장)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가 집사·권사·장로 등 직분을 맡을 수 없고 신학교에도 입학할 수 없도록 결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역시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의 신대원 입학·임용을 금지했다. 그리고 목사가 동성혼 주례를 거부하고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성소수자 인권을 옹호해 온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3개 교단에 이단성이 있다고 판정받았다.

이러한 교단 결의는 지금까지 동성애 반대 진영이 해 왔던 시위나 성명서 발표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성애 반대 진영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각종 인권조례 제정 반대, 군형법 92조의 6 폐지 반대, 동성혼 합법화 반대 등 법제화 운동을 펼쳐 왔다. 올해 총회 결의는, 교회 안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를 배제·추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여성신학회·한국여신학자협의회를 포함해 43개 기독교 여성·청년 단체는 이러한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9월 28일 성명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이들로서 존재 자체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성소수자를 하나님의 피조물, 예수의 친구, 교회의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같은 날 '한국교회 동성애 혐오를 경계하다'를 주제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박경미 교수(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최형묵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임보라 목사, 윤관 전도사(장로회신학대학교 총학생회)가 발제자로 나왔다. 발제자들은 매년 교계 내 동성애 혐오와 차별이 거세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근절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자유롭게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하게 준비한 간담회였지만, 행사가 열린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은 4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장로교단들의 총회 결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형묵 목사는 과거 반공주의를 내세우던 보수 개신교가 오늘날 날이 잘 드는 반동성애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소수자 연구 헌의안 
2년 전도 올해도 기각
공적 논의 필요

최형묵 목사는 보수 개신교 결집으로 동성애 반대가 매년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는 타자를 정죄하는 방식으로 자신들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반공주의·반동성애·반이슬람은 보수 개신교 3종 세트다. 최 목사는 과거 반공주의를 내세우던 보수 개신교가 오늘날 날이 잘 드는 반동성애라는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만 동성애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최 목사는 교계에서 진보 교단으로 분류되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윤세관 총회장) 역시 동성애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기장은 2년 전 100회 총회에서 '성소수자 목회 지침 마련을 위한 연구 및 연구위원 구성 헌의'를 기각했다. 올해 102회 총회에서도 '성소수자 교인 목회를 위한 연구위원회 구성과 활동 안건'을 부결했다.

최 목사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옹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논의와 연구를 해 보겠다는 건데, 그것마저 허용하지 않는 현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를 보는 시각은 시대마다 달랐다. 단순히 비정상으로 간주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 공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와 연대자를 품는 게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소수자 위해 
공간 내어 주는 게 
교회의 시대적 역할

임보라 목사도 지난 10년 사이 교계 내 반동성애 진영의 영향력이 전보다 강해졌다고 봤다. 그는 반동성애 진영이 2008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강한 결속력을 나타내더니, 급기야는 올해 주요 교단 총회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는 제도를 이끌어 냈다고 했다.

반면, 성소수자 옹호 진영은 약화하고 있다고 임 목사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만 해도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했다. 몇몇 교회와 단체가 성소수자 문제에 관여하길 꺼리고 급기야는 연대를 떠난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보수 교계가 자신들을 '절대선'으로 여기며 성소수자와 그들을 돕는 이들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찍어 내려는 상황에서, 묵묵히 버티고 저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부 단체가 성소수자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연대를 이탈해도, 여전히 성소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했다.

임 목사는 "낯선 이를 위해 기꺼이 공간을 내어 주는 게 오늘날 교회가 가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수많은 성소수자와 연대자를 품어야 한다. 그리고 기독교 여성·청년 단체가 오늘 주최한 간담회처럼 성소수자 이슈를 놓고 서로 대화하고 듣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관 전도사는 신학생들이 수시로 사상 검증을 받는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신학생들, 수시로 사상 검증
교단 결의 비판 성명 
지속적 대화 전략 필요

윤관 전도사는 신학생들이 동성애와 관련해 수시로 사상 검증을 받는다고 했다. 노회에서 목사 고시를 치르거나 사석에서 만날 때, 교단 목사와 장로들이 동성애를 어떻게 보는지 묻는다고 했다. 이때 동성애자를 위해 양심의 목소리를 내야 할지, 교단 어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많은 신학생이 속으로 갈등하고 힘들어한다고 윤 전도사는 말했다.

교단 내에서 사상 검증이 벌어질 때, 신학생들은 자신의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가 어렵다.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윤 전도사는 총회 결의를 보며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신학생으로서 교단 결의에 대응하기가 조심스럽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총학생회는 9월 22일 예장통합 총회 결의 내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들(성소수자)을 배제와 소외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섬김의 대상으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명을 낼 때 여러 논의를 거쳤다. 결국, 학생으로서 요구할 있는 기본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대학생으로서 동성애라는 시대적 과제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학문의 장을 열어 달라는 내용이다."

윤 전도사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동성애를 찬성하는 게 아니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쓸데없는 소모전과 구설을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교단 현실을 보면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원망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입장을 견지하며 저들과 계속해서 대화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경미 교수는 오늘날 주요 교단이 내린 결의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소수자 편견·정죄, 도 넘어
오늘날 예수가 살아 있다면
동성애자 친구 됐을 것

박경미 교수는 성소수자를 향한 한국교회의 편견과 정죄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주요 교단이 내린 결의가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숭배나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위이며,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 인권을 짓밟고 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 반대 진영은 동성애가 창조질서를 거스른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로 인간을 창조했기 때문에 이성애가 창조질서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이에 박 교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하나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지, 남자와 여자로만 창조된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여자와 남자를 창조한 것은 인간이 서로 다름 속에서 깊은 사귐과 하나됨을 이루기 위한 것이며, 다름과 낯섦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이 하나님의 부름이다"고 설명했다.

성경에는 동성애를 비난하고 정죄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동성애 반대 진영도 이를 인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런 구절들이 고대사회 당시의 종교·문화적 편견과 오류를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경은 오히려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하나님 형상에 따라 창조됐다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자를 하나님 자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게 성경의 가르침이다"고 했다.

예수는 유대 사회에서 더러운 죄인으로 낙인찍힌, 세리와 창녀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는 소외당하고 정죄받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것이, 의롭다고 여기는 이들 아흔아홉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보다 하나님께 더 큰 기쁨이 된다고 말했다(눅 15:7).

박 교수는, 이런 말과 행동을 남긴 예수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세리와 창녀처럼 동성애자를 존중하고 사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성소수자가 주류 사회의 편견과 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예수처럼 하나님의 사랑과 심정으로 성소수자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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