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님은 무슨 뜨개질을 그렇게 하세요?
- 이거? 알면 후회할 텐데.
- 제가 뭐 후회할 게 있나요, 하하.
- 은화 갈 때 따뜻하라고 밑에 깔아 주려는 거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조은화·허다윤 양 부모님을 9월 17일 만났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가 인터뷰 내내 하던 뜨개질은 은화의 관 아래 놓일 담요였다. 후회하지 않을 거라던 말을 후회하고 말았다.

세월호 희생자 은화, 다윤이가 집으로 돌아간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257일 만이다(9월 23일 기준). 9월 23일 오후 2시 30분부터 9월 25일 오전 6시까지,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은화와 다윤이의 '이별식'이 열린다.

아직 목포신항에 미수습자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어 정식 장례식은 열지 않기로 했다. 광장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식을 여는 것도 다른 미수습자 가족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실내를 선택했다.

뜨개질을 하고 있는 은화 엄마 이금희 씨. 은화가 갈 때 따뜻하게 가라고 관에 놓을 담요를 만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은화와 다윤이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로 3년을 보냈다. 2017년 3월, 세월호가 인양된 후 기적적으로 유골을 찾기는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100일 넘는 시간 동안 목포신항 냉동고 안에 있다. 엄마들은 두 딸의 생일만큼은 따뜻한 곳에서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목포신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허다윤 양 생일은 10월 1일, 조은화 양 생일은 10월 7일이다.

다윤 엄마 박은미 씨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아이들이 3년 반이 넘도록 추운 곳에서 혼자 있었다. 생일만큼은 따뜻한 곳에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금희 씨는 "향도 피우지 않을 것이고, 국화도 놓기 싫다. 장례라기보다는 우리 딸들이 가장 예쁜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은미 씨는 "3년 반 동안 많은 국민이 함께해 주셨다.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인양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 주고, 도심 곳곳에서 피켓을 들며 서명 운동을 벌여 주셨다. 그동안 함께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9월 24일 저녁 8시에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위로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해 온 신학생시국연석회의가 기도회를 주관한다.  

박은미 씨는 이별식에서 3년간 함께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다윤 아빠 허흥환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 목포신항까지
바다만 바라보며 지낸 3년 반

세월호 참사 이후 미수습자 은화·다윤이 가족들은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목포신항까지 1,200일이 넘는 시간을 버텨 왔다. 그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에서 멈춰 있었다.

정부가 2015년 말까지 약속한 인양은 몇 달씩 늦어지더니, 2016년에도 결국 인양하지 못했다. "결국 인양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도 많았다. 누구보다 인양을 기다린 가족들은, 인양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서운한 표정 하나 쉽게 내비치지 못했다.

은화·다윤이 가족들은 쉴 틈이 없었다. 인양 작업이 있을 때는 팽목항을 지켰지만, 작업이 없는 날은 전국을 돌았다. "인양이 먼저다", "미수습자가 가족들 곁으로 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피켓 시위, 간담회, 언론 인터뷰 등으로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올해 3월 세월호가 뭍으로 나온 건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은화·다윤 엄마는 많은 사람이 기도해 주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며 국민에게 감사를 돌렸다. 하지만 세월호가 인양된 건 부정적인 여론 속에서도 자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견딘 부모님들 때문이었다. 인양된 세월호로 많은 국민이 위로를 받았다.

은화·다윤이 가족들은 이별식 후 안산으로 돌아가 먼저 병원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은미 씨는 입원이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 치료를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다. 다른 부모님들도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이금희 씨는 "3년 넘게 집을 비웠다. 은화 오빠, 다윤이 언니도 부모가 옆에 있어 줘야 하는데… 이제 부모 노릇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미 씨도 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 이들은 당분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은화 아빠 조남성 씨. 뉴스앤조이 박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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