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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어둔 밤에 만나는 하나님

[인터뷰] 일상 영성 강의하는 '신비와저항' 박총 원장

최유리   기사승인 2017.09.16  14: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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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밀월 일기>(복있는사람), <욕쟁이 예수>(살림) 저자이자, 도심 속 수도 공동체 '신비와저항'에 몸담고 있는 박총 원장이 9월 22일부터 7주간 청파교회에서 강의한다. 현대사회를 사는 기독교인이 맞닥뜨리는 난제를 주제로 다룬다. '하나님의 침묵', '외로움·두려움·우울함', 성소수자와 다문화 문제 등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박총 원장은 지난 5년간 기독교인에게 일상 영성, 글쓰기, 연애·결혼을 주제로 꾸준히 강의해 왔다. <뉴스앤조이>는 9월 16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박총 원장을 만나 그가 강의에서 다룰 여러 주제 중 '하나님의 부재와 내면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그는 "이번 강의 내용은 주제가 무거워서인지 관심이 덜하다. 그래도 기독교인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라 강의를 준비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총 원장이 현대사회를 사는 기독교인이 맞닥뜨리는 난제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한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일상 영성을 주제로 꾸준히 강의하고 있다.

2013년 일상 영성 강의를 시작했는데, 그게 올해 시즌5를 맞았다. 이 시간에는 노동, 소비, 자족, 삶의 향유, 사회참여 등 기독교인이 일상에서 고민하는 지점을 다룬다. 이 강의는 다른 강의보다 반응이 좋다. 자신이 듣고 나서 다음 시즌에 지인에게 소개해 주기도 하고, 작년에 못 들었는데 올해 기회가 돼서 듣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상 영성을 강의하면서 중간중간 50주간 하는 작문 수업도 하고, 올해 봄에는 '연애·결혼·섹스·육아'를 주제로 수강생을 만나기도 했다.

- 이번에 열리는 강의 타이틀이 '깊은/짙은'이다. 강의 소개에 "내 안에 짙음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깊음에 다가가며 삶의 불가해성을 참아 내는 여정으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의는 우리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교회 안에서 유독 잘 다뤄지지 않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같은 주제로 지난해 가을 한 번 강의했었고, 올해는 내용을 더 보강했다.

총 7번 강의를 한다. 내면의 문제, 내면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 타자와 사회의 아픔으로 강의를 세 파트로 나눴다. 내면 문제는 '부재하시는 하나님', '외로움·두려움·우울함 3종 세트'다. 내면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내용으로는 '걷기와 순례 영성', '예술과 독서'를 소개하려고 한다. 타자 이야기에서는 '성소수자 신학과 다문화 신학'을 다룬다.

- 강의 파트 중 '외로움·두려움·우울함'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 기독교인은 이 세 가지를 건강하지 못한 감정으로 인식하는데, "세 친구와 불편하지만 필수적인 동거를 위하여"라고 표현했다.

교회 다니는 사람 중에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 죄가 들어와 외로움이 생겼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외로움·두려움·우울함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30대 중후반부터 외로움을 느꼈다. 주변에서는 결혼도 했고 애도 넷이나 있는데 뭐가 외롭느냐고 물었다. 해외에 있을 때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와서도 마찬가지더라. 주변에 좋은 공동체,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여기지만,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게 있다. 실존적으로 겪는 고독이랄까.

프랑스에서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라르슈'라는 공동체를 세운 장 바니에는 "공동체에서 산다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를 신뢰하는 가운데 한밤에 눈물을 흘리며 홀로 걸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체에 들어간다고 외로움이 끝나는 게 아니다. 장 바니에 말처럼 하나님을 신뢰하며 홀로 광야를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외로움은 자신에게 불청객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결국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더라. 우리는 절대 고독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기도 하니까.

두려움 역시 나쁜 게 아니다. 사람들은 '겁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이 두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성이 박탈된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그게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전쟁터다. 군대는 사병들에게 죄책감을 제거하기 위해 상대를 악마로 만든다. 의협심에 불타게 한다. 나치도 그랬고, 지금까지 전쟁을 일으킨 나라들 행태를 보면 그렇다.

북한·이슬람·다문화·성소수자 등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두려움에 완전 사로잡히게 되면 이들이 자신을 해칠 거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권하지 않아도 빨갱이를 퇴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사람마다 기질과 성향에 따라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두려움의 부재나 압도적인 두려움이라는 양극단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딘가에 서 있어야 한다.

- 세 친구 중 우울함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실제로 몇 년간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사람들은 우울증을 영혼의 감기라고 부른다. 흔하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말이다. 흔하다고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 우울증을 겪은 후 하나님이 왜 우리에게 이것을 허락했는가 생각해 보던 때가 있었다. 우울증 앞에서는 인간의 모든 오만이 해체되더라. 기독교인은 "기도하면 낫는다", "햇빛 쬐고 운동하고 사람 만나라"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3년 정도 우울증을 겪었다. 많은 우울증 전문가가 말하지만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 달간 집 밖을 나가지 않은 적도 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과호흡이 올 때도 있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비합리적인 사고지만 "나만 없어지면 모두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부재 상태로 만들고 싶던 때도 있었고.

박총 원장은 신의 부재에서 깊은 임재를 느낀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강의에 '신의 부재의 영성'이라는 파트가 있던데.

우울증을 겪으면서 하나님을 새롭게 봤다. 당시 "한 말씀만 하소서. 그럼 내가 살 수 있나이다"라는 기도만 했던 것 같다. 하나님에게 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를 계속 물었지만, 그 몇 년간 하나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전까지 성령의 일하심을 느껴 왔다. 기도 중 누군가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나중에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당시 중요하거나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고 말하더라. 우울증을 겪기 전에는 내가 찾지 않아도 하나님이 먼저 나를 찾아오시더니, 내가 정작 간절하게 바랄 때는 반응이 없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고 계신다는 확신만 있으면 지금 어려움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답이 없었다. 하나님의 존재를 찾으면 부재로 응답하셨다. 이야기를 걸면 침묵하셨다.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데 등을 돌리셨다. 우울증을 겪는 것도 힘들었지만 당시 하나님의 부재가 정말 힘들었다. 분노가 일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이 너무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어쩌면 부재가 하나님의 가장 깊은 임재의 표현일지 모른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그때부터 하나님의 임재를 다시 고민해 보게 됐다.

- 찬양, 기도 중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면 하나님의 임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박총 원장이 말하는 "부재가 하나님의 가장 깊은 임재의 표현"이라는 점과는 반대되는 내용인데.

우리는 하나님이 임재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주로 기도 중 생각이 떠오르거나 감정이 터치될 때다. 이를 정념적 방식이라고 한다. 많은 기독교인이 이런 방식으로 하나님을 느끼지 못하면 '신앙의 침체' 또는 '성령 충만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목회자나 찬양 인도자 중에는 찬양하면서 회중의 반응이 냉랭하면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간구하자"고 한다. 회중도 기도하면서 뭔가 잘되는 느낌을 받으면 "오늘 기도에 성공했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어느 순간 그런 정념적인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큐티하고 찬양을 불러도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성가들이 쓴 책을 읽는 도중 '이런 문제를 나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라는 위안을 받았다. 십자가의 성 요한, 본회퍼, 마더 테레사 모두 영혼의 어둔 밤을 지나 왔다. 주변에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람이 많지만, 어쩌면 그런 사람일수록 하나님의 다양한 면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결코 정념적인 방식으로만 측정되는 분이 아니다.

- 정념적인 방식으로 하나님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위안을 받은 부분이다. 영혼의 어둔 밤을 지난 이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결국 신앙은 인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체코의 가톨릭 성직자 토마시 할리크는 기독교의 중요 가치인 믿음·소망·사랑을 인내로 설명한다. 사랑은 타자에 대한 인내, 소망은 자아에 대한 인내, 믿음은 하나님에 대한 인내라고 말한다. 그분이 보이지 않더라도 임재하지 않은 것같이 느껴질지라도 오래 참는 것. 대답해 주지 않아 하나님에 대한 분노가 일 때 그분을 용서하는 것 등을 배웠다. 강의 때 이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다.

박총 원장의 강의는 9월 22일 오후 7시 45분 청파교회(용산구 청파동 3가 85번지)에서 시작한다. 강의에 관심 있는 사람은 현장 수강과 음성 수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수강 신청 및 내용 문의는 박총 원장 페이스북 메시지나 이메일(st.chongpark@gmail.com)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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