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목회자들은 정부가 교회를 대상으로 세무사찰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엄기호 대표회장(한국기독교총연합회)과 정서영 대표회장(한국교회연합)은 9월 14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만나, 교회가 종교인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것은 세무 당국의 교회 사찰 등 종교의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는 '종교인 과세=교회 사찰 가능'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목회자가 실수든 고의든 세금을 내지 않았을 때 세무 당국이 해당 교회에 찾아가 재정 장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교회 재정 투명성과 종교인 납세'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최호윤 회계사는 9월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가 주최한 '종교인 과세와 교회 재정 투명성' 세미나에서 종교인 과세와 교회 세무사찰은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한 직장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고 하자. 개인이 탈세를 하면 개인의 부동산 소득, 재산 등을 확인하는 것이지, 탈세자에게 월급을 준 회사의 재정 상태를 조사하지 않는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목사가 소득세를 안 낸다고 해서 세무 당국이 교회 재정을 조사하지 않는다. 종교인 과세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최 회계사는, 정부가 종교인에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하나를 선택해 세금을 내도록 한 '개정세법'은 목회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성직을 '근로'로 여기지 않는 목회자 중에는, 근로소득이라는 세목 명칭 자체에 불편함을 표하기도 한다. 정부가 이를 감안해 개정세법에서 목회자들이 기타소득으로라도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종교인을 배려한 셈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과세 대상의 소득 구분을 세법에서 정하는 게 아니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파격이다. 정부가 개정세법에서 기타소득을 이야기한 건 종교인들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해석된다. 목회자들이 유예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오히려 배려해 준 것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무엇이 세금 부담이 적은지 고민하지 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세의무를 이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인에게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내도록 한 개정세법은 목회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오경태 회계사(교회협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 위원)도 최호윤 회계사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종교인 과세가 미자립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득이 적은 목회자가 근로소득으로 소득세를 내면 오히려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 회계사는 "한국교회 종교인 중 80% 이상이 중·소형 교회 담임목사, 부목사다. 이들의 월 소득은 250만 원 미만으로 예상된다. 현행 근로소득세를 살펴보면 4인 가족 기준 월 급여 소득 220만 원까지는 근로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이때는 오히려 근로 장려금이나 자녀 장려금을 국세청에서 받을 수 있다. 기타소득으로는 이러한 혜택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과세가 도입되면 헌금이 줄어든다고 우려한다. 오 회계사는 그 이유만으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가 되면 목회자 사례비 외에도 여러 명목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공개된다. 교회 재정이 투명해지면 목회자 소득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생각에 교회 헌금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이 많은 사람은 당연히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태 회계사는 소득이 적은 목회자가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더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신동식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자발적불편운동 본부장)는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오해들이 있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신 목사는 "작은 교회 목회자 입장에서는 소득도 적은데, 거기서 세금까지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목회자들이 납세 문제는 교회를 건강하게 지켜 나가는 방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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