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직선제'를 요구해 온 한신대 학생들이 이사회의 총장 선출에 반발했다. 총장실을 나무 십자가로 봉쇄했다. 사진 제공 한신대 학생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한신대학교 본관(장공관) 2층 총장실 입구에 약 2M 높이의 통나무 십자가가 내걸렸다. 진한 갈색의 십자가 중앙에는 '민중신학회'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9월 12일 한신대 이사회가 총장 선출을 강행하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십자가로 총장실 입구를 봉쇄한 것이다.

이사회가 연규홍 교수(신학부)를 7대 총장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9월 12일 저녁 장공관으로 집결했다. 총장실 주위에 "민주적인 총장을 만날 수 있나요", "나중은 없다 지금 학생 손으로 바꾸자", "과제는 베끼지 말라 하시며 논문은 표절?"이라고 적힌 유인물을 붙이고, 농성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지난해 초부터 "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출해 달라"고 외쳐 왔다. 그간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해 왔는데, 학내 구성원도 참여해 총장을 뽑게 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총장 선출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들 반발에도 이사회는 지난해 3월 31일 강성영 교수(신학부)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에 들어가 강하게 항의했다. 몇몇 이사가 학생들을 감금 혐의로 고소하며, 학내 분쟁은 장기화됐다.

지난해 9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강성영 교수(신학부)에 대한 총장 인준을 거부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총회는 학내 분쟁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이사 총 사퇴'도 결의했다. 이사들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며 물러나지 않았다. 이사들은 총장 선출을 두 차례나 연기한 끝에 올해 9월 12일 총장을 선임했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취지였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이사회가 또다시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출했다"며 규탄했다. 학생들은 "4자협의회(교수협의회·총학생회·직원노조·학교당국)를 통해 학내 구성원이 전부 평등하게 공식 선거권자로 인정될 수 있게 7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선거 규정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사회가 이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연규홍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했다. 총학생회는 "검증도 되지 않은 후보를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뽑았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이사회는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기장 총회에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9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학생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총회 인준을 꼭 통과시켜 학교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1982년 쓴 석사 학위를 지적하고 있는데, 2013년 한신대 학술연구윤리위원회가 '시효 소멸'을 이유로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출했다"며 투쟁을 예고했다. 사진 제공 한신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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