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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은 꿇어도 학교는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인터뷰] 강서장애인부모회 이은자 회장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9.13  17: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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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모욕을 주셔도 저희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야유와 박수가 뒤섞여 쏟아졌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갈채를 보냈지만, 반대 측 주민은 욕설 섞인 말로 항의했다. 9월 5일 열린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2차 주민 토론회 현장이었다. 강서장애인부모회 회장 이은자 씨가 토론자로 나와 발언했다. 그는 자신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강서구에 있는 장애인 학생은 강서구 안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장애'를 먼저 보지 마시고 '학생'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지역 안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주십시오."

토론회는 3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장애인 학생 부모들은 또 무릎을 꿇었다. "저거 또 쇼하는 거야." 거친 말들이 부모들 가슴을 할퀴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장소는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 2013년 11월 특수학교 설립을 행정 예고한 서울시교육청은 주민들 반대로 몇 차례 계획을 재검토하다가 지난해 다시 설립을 본격화했다.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와 서울시의회 심의를 거쳐 지금은 설계도 공모와 업체 선정 등을 앞두고 있다.

강서장애인부모회 회장 이은자 씨는 장애인 학생이 특수학교나 일반 학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공진초 인근 주민들은 특수학교 설립을 거세게 반대한다. 올해 7월 열린 1차 주민 토론회는 반대 주민들이 난입해 파행됐다. 공진초가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 벽에는 "양천구에 안 되는 지적장애 학교 강서구 유치 웬 말인가?", "국립 한방 병원 건립하여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반대 측 주민은 공진초에 한방 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특수학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특수학교가 30개 있는데, 서울시 특수교육 대상자는 1만 2,929명이다(2016년 기준). 대다수 학교가 정원을 초과해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특수학교 중·고등 과정 한 학급당 정원은 각각 6·7명이지만, 평균 학생 수는 한 학급당 각각 7.4·7.5명이다.

장거리 통학도 문제다. 교육청이 특수학교 재학생 4,646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학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인 학생이 전체의 41.8%(1,943명)이고, 1∼2시간인 학생도 3%(13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자 씨 둘째 딸 A 양은 구로구에 있는 정진학교에 다닌다. 강서구에도 교남학교가 있지만 정원이 꽉 차 들어갈 수 없었다. A 양은 매일 2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통학하고 있다.

특수학교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 15년간 서울시에는 1곳의 특수학교만 설립됐다. 2002년 종로구 경운학교가 문을 연 이후 올해 9월에야 효정학교가 세워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특수학교를 포함해 세 곳을 추가 설립할 계획이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9월 12일 이은자 씨를 만났다. 이 씨는 "학교는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기반 시설이다. 사람들이 이익을 따지며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장애인 자녀를 둔 많은 부모가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학교 설립 부지인 공진초등학교 모습. 축구 골대는 녹슬었고, 운동장은 잡초가 무성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9월 5일 2차 토론회에서 반대 측 주민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급기야 엄마들이 나와 반대 측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날 한숨도 못 잤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심한 말로 조롱할 수 있을까. 욕은 먹을 수 있어도 조롱은 못 참겠더라. "장애인 싫다", "떠나라"는 말을 들으며 아이들이 걱정됐다. 아이들도 밖에서 이런 차별을 겪는 것은 아닐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토론회가 끝나고 며칠 뒤, 친정어머니에게 문자를 받았다. 토론회 영상을 보셨던 것 같다. 괜찮으냐고 묻고는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평소 같았으면 전화했을 텐데, 문자를 보낸 것을 보니 왠지 울고 계시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답장을 보냈지만 속으로 많이 힘들었다.

- 그날 이후 많은 사람이 특수학교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 많이 격려해 줬다. 7월 열린 주민 토론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서 토론도 못 하고 끝이 났다. 이번 토론회는 분위기가 달랐다. 기자도 많이 왔고 특수학교 설립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도 참석했다. 우리와 관계없는 분들이 와서 힘을 실어 주는 모습을 보고,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처음 품었다.

많은 시민이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에도 동참했다. 우리들은 처음 그런 서명이 돌고 있는지도 몰랐다. 1,000여 명이었던 서명자가 토론회 이후 8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토론회 이후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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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초 인근 아파트 입구에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강서구에 이사 온 것도 장애아를 받아 주는 학교를 찾기 위해서라고 들었다.

15년 전, 양천구에서 강서구로 이사 왔다. 둘째 딸에게 자폐성발달장애가 있다. 양천구에는 장애아를 받아 주는 어린이집이 없었다. 부천에 있는 어린이집이 받아 준다고 해서 그나마 가까운 강서구로 집을 옮겼다.

초등학교·중학교는 인근에 있는 일반 학교에 보냈다.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반 학교에 다니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때부터 특수학교를 알아봤다. 강서구에 교남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있는데, 정원이 차서 들어갈 수 없었다. 입학할 수 있는 학교 중 제일 가까운 곳이 구로구에 있는 정진학교였다. 10살짜리 아이가 두 시간씩 통학하기에는 너무 멀어 포기했다.

- 아이가 일반 학교에서 어떤 점을 힘들어했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처음에는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아이가 비장애인과 어울리며 사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게 모든 엄마의 마음이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

아이가 말로는 표현을 잘 안 한다. 몸을 살펴보니, 맞아서 생긴 멍이나 꼬집힌 자국이 있더라.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바닥에 던지며 울 때도 많았다. 아침에 등교할 때는 학교 정문에서 엄마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기도 했다. 가기 싫다는 표현이었다. 딸의 친구도 장애아인데, 그 아이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머리를 한 움큼씩 뽑았다고 하더라.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학교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다른 학부모와 반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급식 봉사할 때도 딸 친구들에게 알은척하며 우리 딸 잘 부탁한다는 말도 많이 했다. 그러면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우호적이지 않을까 싶어서.

- 모든 일반 학교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이다. 문제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다는 시스템에 있다. 일반 학교에 갔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특수학교로 옮기고, 특수학교에 있다가 상태가 호전되면 일반 학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자유롭게 학교를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배정해 주는 대로 가야 하는 구조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특수학교를 지원했다가 탈락한 적이 있다. 그때 딸을 비롯해 강서구에 사는 장애아 30명이 다 같이 일반 학교에 강제 배정됐다. 특수학교에 가기 어렵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교육청 관계자는 정원 때문에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

- 그래서 특수교육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게 된 건가.

잘 먹이고 잘 입혀서 자녀가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활동하는 부모들 대다수가 특수학교 설립과 상관없는 분이다. 자녀들이 학령기가 지났다. 우리 딸도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다들 자녀들을 멀리 있는 학교로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선 것이다.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절박하지만 토론회까지 쫓아다닐 여유가 없다.

공진초 옆에는 허준 테마 거리가 있다. 곳곳에서 허준 동상을 볼 수 있다. 일부 주민들은 특수학교 대신 국립 한방 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뉴스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집값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만 저분들은 표면적으로 돈 때문이라고 내세우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이유가 지역 안에 장애인 시설이 이미 많다는 것이다. 특수학교 한 곳, 장애인 복지관이 두 곳이나 있는데, 또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하느냐는 논리다.

그런데 장애인 복지관을 장애인과 그 가족들만 이용하지는 않는다. 복지관 1층 카페나 체육관은 구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토론회에서 마주친 반대 측 주민들 중에는 평소 복지관에서 봤던 이도 있었다. 공진초에 들어설 특수학교도 얼마든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젊은 부모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장애아는 통제가 안 되고 돌발 행동을 하기 때문에, 특수학교가 들어오면 동네에 장애인이 많아지고 자칫 본인이나 자녀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것이다.

한 번도 장애인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갖게 된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밀알학교는 처음에 반대가 심했는데 지금은 학교가 주민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강서구 특수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막상 들어오면 주민들도 달라지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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