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9월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임명 동의안은 의결정족수 147표에 두 표 모자란 145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224일째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공백 상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투표에 임했다. 자유한국당은 김이수 후보자가 이념적으로 '좌편향'이라고 주장해 왔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서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도 자유한국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9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가결 정족수에서 두 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YTN 뉴스 영상 갈무리

국민의당은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표결에 임했는데, 같은 당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반대 의견을 냈다. 표결 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각자 가진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존재감을 내려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평했다.

"김이수는 동성애 옹호자"
국민의당 의원 연락처 올리고
"'김이수 반대' 문자 보내라"

안철수 대표 말처럼 국민의당은 의원 개인 판단에 따라 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표결에 임하기 전까지 그들에게 꾸준하게 대량의 문자를 보낸 이들이 있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개신교인들이다. 이들은 "김이수 후보자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에 찬성하는 등 동성애를 옹호하고 통합진보당 해산을 반대한 좌파 성향"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해 왔다. 차별금지법과 지방자치단체 인권 조례 제정을 저지하면서 세를 과시한 보수 개신교는 이번에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개신교인들이 모이는 카카오톡과 밴드 채팅방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소개하는 행동 지침이 내려졌다. 그동안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홀대받은 호남 지역 개신교인들이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김이수 후보자에 반대하는 행동에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들은 "전남·전북에 계신 목사·장로님들 큰 역할을 해 주셔야 하며 특히 광주에 계신 분들의 힘이 더욱 요청된다"라 말과 함께 국민의당 국회의원 전원에게 문자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임명 동의안을 직권상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9월 초, 이들의 손가락은 더욱 바빠졌다. 국민의당뿐 아니라 바른정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개신교인으로 알려진 사람을 공략해야 한다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온갖 휴대폰 번호가 올라왔다. '김이수 반대'라는 의견을 호남 사람들이 국민의당에 전달해야 효과적이라며 "전라도 개신교인들이 문자를 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직권 상정이 한 차례 연기된 뒤 반동성애 개신교 진영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다. '문자 폭탄'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동성·조배숙·최도자·최명길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 의원들이 '김이수 반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문자 폭탄을 받아야 할 곳은 김이수를 지명한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밝혔다.

반동성애 개신교 세력의 문자 폭탄이 거세진 탓인지, 9월 1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보낸 메시지도 등장했다. 우원식 대표는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과 다르다"며 학교법인 숭일학원 이사장 한기승 목사(광주중앙교회)가 적은 메시지를 첨부했다. 김이수 후보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그의 장인은 보수적으로 알려진 광신대학교 설립자 고 정규오 목사며 광신대 정규남 총장이 김이수 후보자와 동서 사이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였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온 개신교인들은 김이수 후보자가 "동성애 옹호자"라며 임명을 반대했다.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그럼에도 '김이수 반대' 의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온 개신교인들은 "김이수 후보자가 출석하는 새길교회는 목사도 없이 평신도가 돌아가면서 설교한다고 한다. 교회라는 탈을 쓴 새길교회에 다니는 김이수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역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명 동의안 부결에 "할렐루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김이수보다 더 큰 장애"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자 그동안 '김이수 반대'를 외쳐 온 개신교인들은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하나님이 대한민국을 살펴보시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이내 태세를 전환했다. 이들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무산시킨 것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큰 장애"가 또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김이수 후보자보다 더 좌익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활동이 더 중요하다며 결의를 다졌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온 개신교인들은 각종 소셜 미디어 공간에 글을 올려 "김명수 후보자는 동성애 옹호자를 연구하여 합법화에 앞장서는 등 탈락한 김이수보다 더 위험한 인물"이라며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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