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 시장과 기술의 사생아

일상 속 위험 사회의 도래와 대안 모색

희년함께   기사승인 2017.09.12  15:37:44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살충제 계란에 이어 발암물질 생리대까지 일상 속 깊숙이 '위험 사회'가 도래했습니다. 문명사회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위험 사회'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윤의 극대화 ≒ 착취의 극대화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는 모두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작동 원리와 프로세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경쟁과 이윤 극대화입니다.

시장을 구성하는 한 축인 생산자는 최대한 수익을 많이 남기는 것(이윤 극대화)이 목적입니다. 생산자는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생산원가를 절감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쏟습니다. 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최신기술이 개발됩니다. 생산자는 단위면적당 최대의 이익을 내는 공장식 축산, 항생제·살충제·호르몬제 등 기술 발전의 결과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 비용을 낮춥니다.

시장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인 소비자는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내어놓는 생산자를 선택합니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상품을 사면서 소비의 만족도를 극대화합니다. 이렇게 시장은 이윤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생산의 효율을 높이고, 소비의 만족도를 극대화하여 모두의 효용감을 최대화합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시장 시스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는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시스템은 사실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습니다. 경쟁과 이윤 극대화 원리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켰던 시장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시장에 참가하지 못하는 다른 생명들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민낯을 볼 수 있습니다. 감정과 고통이 있는 생명이지만 기계처럼 다루어지며 학대와 착취를 당하는 다른 동물들의 삶 위에 시장 시스템이 서 있습니다.

사진 출처 카라

기술, 시장의 시녀

생명은 생명답게 대우받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극대화되고 면역력이 약화됩니다. 하지만 생명을 생명답게 대우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가 높아집니다.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소 잔인하더라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을 기계처럼 대하는 방식을 바꿀 수 없습니다. 사회의 통제를 벗어나 '무한한 이윤 추구'가 지고의 가치가 된 시장은 생명을 생명답게 대하기보다는 기계처럼 대하면서도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는 기술을 발전시킵니다.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단위면적당 최대한 많은 동물을 집어넣는 공장식 축산 기술을 개발합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에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이 면역력이 떨어지면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항생제·살충제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합니다. 호르몬제가 개발되어 정상 속도 이상 빠르게 성장하여 수익을 높여 줍니다. 이처럼 기술 발전은 시장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장에 참가하지 못하는 다른 생명을 더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발암물질 생리대 역시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최신 기술을 활용하다 불거진 문제입니다. 기업들은 흡수력이 좋은 화학물질을 개발하면 적극적으로 생리대, 기저귀에 도입합니다. 유해성 여부와 부작용은 최소한으로 검사하고 신속하게 상품으로 출시합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유혹해 최대한의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긴가민가하는 회사들도 한 회사가 사용하기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뒤따릅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작하면 일단 달려야 합니다.

기술 발전은 문명사회를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문제는 생명과 관련된 기술 발전의 결과물들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도입되어야 하지만 생산자들은 부작용까지 꼼꼼하게 검토할 여력이 없습니다. 치열한 경쟁 시장 속에서 부작용까지 검토하면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급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모두가 나눠 지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본 원리이기 때문에 기술 발전의 부작용은 늘 늦게 발견되고, 사람들은 희생되고, 정부는 뒤늦게 세금을 들여 수습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어 뭔가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와 같은 문제들은 더 많이 나타날 것입니다.

한살림을 위한 변명

'이윤 극대화'가 지고의 선이자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린 자본주의를 거스르며, 돈보다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시장 시스템에서 구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한살림, 아이쿱, 두레생협 등 생활협동조합이 대표적이며 소비, 생산, 금융 등 곳곳에서 사람과 환경과 이윤을 함께 생각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한국 사회 각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ad41

살충제 계란 파동 와중에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에서도 DDT가 검출되었다는 뉴스에, 생활협동조합에 대한 배신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살림 계란의 DDT 검출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기술을 남용하는 것이 매우 위험함을 반증하는 사례입니다. 정부의 조사 결과 해당 농장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언젠가 사용되었던 DDT가 토양에 잔류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편하게 풀을 제거하는 농약으로 쓰이다 이후 가공할 독성이 발견되어 사용 금지가 내려졌지만, 반감기가 15~30년인 DDT의 독성이 여전히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생명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착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술의 위험성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한살림 계란의 DDT 검출은 친환경이든 아니든 다 똑같다는 냉소로 귀결될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부작용의 여파가 길고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다소 느리고 이윤이 좀 적더라도 생명을 생명답게 대하는 농장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 우리에게 안전하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물려주는 길입니다.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살충제 계란과 발암물질 생리대 사건은 순간적인 공포와 소비 침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윤 극대화를 위해 더 많이, 더 싸게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게 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무엇을 위한 이윤 극대화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구의 가용 자원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왜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는지 물어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경제사학자 아버지와 철학자 아들, 스키델스키 부자가 쓴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삶, 즉 모든 사람이 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 또는 바람직한 삶'의 조건으로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라는 일곱 가지 기본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좋은 삶의 조건인 일곱 가지 기본재를 모두가 향유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일곱 가지 기본재를 훼손하는 경제성장과 기술 발전이라면 멈춰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스키델스키 부자가 제시한 일곱 가지 기본재를 모든 문명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맹목적인 무한 경제성장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바라는 좋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준점으로 삼아 각 사회에 맞는 좋은 삶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 스키델스키 부자의 제안입니다.

기술 발전은 좋은 삶을 이루어가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맹목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 발전을 남용한다면 기술 발전은 도리어 인류를 멸망시키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된, 돈에 종속된 문명의 말로가 한결같이 멸망이었음을 인류의 역사는 증언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핵무기, 유전자 조작, 생명공학, AI 등 기술 발전의 속도와 결과물들이 오늘날 인류의 도덕과 윤리 의식 수준에서 다루기에는, 마치 어린 아이가 권총을 쥔 것 같은 매우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단순히 한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는 과거의 수준과 달리 사피엔스 종 자체가 멸망하거나 생태계 내에서 사피엔스 종의 위치가 바뀔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와 같습니다.

오늘날 인류의 긴급한 과제는 더 많은 경제성장, 더 빠른 기술 발전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입니다. 인류의 손에 들려 있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덕과 윤리, 사유를 더욱 다듬어야 할 시기입니다. 하나님과 동등한 수준에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돈의 신, 맘몬에 대한 경계에 경계를 당부하고 있는 성서와 기술에 지배당하는 인간 사회를 우려한 기독교 사상가 자끄 엘륄의 성찰을 깊이 곱씹어야 할 때입니다.

이성영 / 희년함께 학술기획팀장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