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김철환 총회장) 학술위원회가 준비한 기념 학술 강좌가 9월 8일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에서 열렸다. '한국교회 개혁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박득훈 목사(새맘교회 은퇴)는 맘몬을 사랑하는 한국교회에 쓴소리를 던지며, 작고 가난한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루터회는 전체 목회자 수가 50명이 되지 않는 작은 교단이지만, 이날 학술 강좌에는 20명 가까운 교단 목회자가 참석했다.

박득훈 목사는 "부자가 되어 약한 자를 돕겠다는 것은 기복주의와 맘몬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박득훈 목사는 먼저 8월 열렸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선규 총회장)의 '미래 전략 수립 포럼' 이야기를 꺼냈다. 예장합동은 '종교개혁, 다시 시작이다'라는 주제로 1,000명 이상에게 설문 조사를 하고 미래학자를 불러 이야기를 듣는 포럼을 열었다. 박 목사는 포럼에서 나왔던 메시지를 보니 한국교회가 처한 기막힌 현실이 보인다고 했다.

한국의 대표적 대형 교회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포럼을 연 것도 그렇고, 각각 발제자와 좌장으로 나선 소강석·오정현 목사가 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걸어온 길과 다를 바 없더라고 박 목사는 지적했다. 그는 "그들의 말은 무게가 있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소강석 목사가 '네오마르크시즘' 같은 인본주의적 논리가 교회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 데 대해, 박 목사는 "(소 목사 말이 맞다고 치더라도) 교회가 하나님을 얼마나 모르고 살아왔으면, 세상에서 마르크스 같은 사람이 더 바른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지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 무조건 인본주의로 몰아가니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기막혀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에 기도 자본, 말씀 자본, 기쁨 자본이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두려워할 것 없다"는 오정현 목사를 보면서도 개탄했다. 박 목사는 "자본이 한국에서 하나님 노릇을 해서, 돈이 신이 되어서 교회를 다 망가뜨리고 대한민국 사회를 아프게 하는 것을 모른다는 말인가"라며, 왜 '기도', '말씀', '기쁨'이라는 좋은 단어에 자본을 갖다 붙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교회 '맘몬 숭배' 거부해야
"사탄도 성경 구절 인용해 유혹"

박득훈 목사는 한국교회가 '돈'으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도 '면죄부'에 대한 신학적 토론, 즉 돈과 관련한 것들에서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박득훈 목사는 "교회가 개혁되려면 돈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봐야 한다. 물질을 대하는 태도를 끊임없이 건드려야 개혁의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맘몬 숭배를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맘몬 숭배는 한국교회에서 '기복신앙'으로 나타난다. 기복신앙은 '내가 부자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는 함정을 판다고 했다.

"기복신앙의 매력은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면 내가 먼저 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복신앙이란 혼자 잘 먹고 잘살자는 게 아니다. 그런 말은 매력이 없다. 기복신앙은 '부자 되어서 가난한 사람 돕고, 성공해서 약자 도우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 권세와 부로 약한 자 돕겠다는 것은 맘몬의 함정이다. 하나님은 그런 식으로 일하시지 않았다.

사도행전에 베드로가 '은과 금은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을 내게 주노니 일어나 걸어라'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은과 금이 없으니 그런 능력이 나오는 것이다. 800억 비자금 모았다는 명성교회가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라면서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하면, 그 능력이 나오겠는가."

박 목사는 "사탄도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하던 사탄이 시편을 인용하며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복신앙을 주창하는 목사들도 '오직 성경’을 외친다는 것이다. 기복신앙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들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교단 전체 목회자 중 절반 가까운, 20명가량의 루터회 목회자가 학술 강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작은 교회는
크고 싶은데 '실패한 교회'?
"힘들고 비효율적이더라도
'작음'의 가치 실현해야"

박득훈 목사는 작은 교회, 가난한 교회, 저항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교회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그 조직을 이끄는 절대 권력이 생기기 마련인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득훈 목사는 "소강석 목사가 교회 성장주의에 빠진 것을 회개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소그룹을 작은 교회가 되도록 처치 플랜팅하겠다고 얘기를 하더라. 불가능하다. 일반적 소그룹보다는 낫겠지만, 큰 교회는 맘몬의 힘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큰 교회를 굴리려면 담임목사 힘이 막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대안으로 작고 가난한 교회들이 연합해 보자고 했다. 그 길이 맞는 길이라고 했다.

"물론 작은 교회들의 연합이 어렵다. 누구보다 제가 잘 안다. 50명 교회 5개가 연합하자고 하면, 250명이 모여야 하는데 100명은 빠진다. 5개 교회가 연합하면 헌금 액수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래도 작은 교회를 해야 한다. 헌금 떨어지고 사람 떨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거 아깝다고 교회 키우면 더 위험하다. 썩게 돼 있다. 효율성이 떨어져도 쪼개야 한다."

또한 박 목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정신은 인간의 탐욕을 '선하다'고 포장한다"고 말했다. '경제 정신', '기업가 정신' 같은 좋은 말로 포장해 소비를 부추기고 성공주의를 퍼뜨려 경제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길이지만,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대안적 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일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루터회 목회자들도 대부분 크지 않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었다. 박 목사는 "크고 싶은데 작으면 실패한 교회일 뿐"이라며, 작은 교회 목회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작음'의 가치를 깨닫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는 작은 교회가 많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사람 취급 못 받는다. 처량하고 마음이 힘들다. 큰 교회 하고 싶어 한다. 당분간 작은 교회는 계속 무시당할 것이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아니, 자기를 실패자로 생각하지 말고 정말 작은 교회야말로 하나님나라의 생명과 정의, 평화를 담아낼 수 있는 멋진 교회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큰 교회 되고자 했던 목회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목회 철학을 세우고 자기를 던져야 한다. 그러면 내가 행복해진다. 내 손이 꽉 차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뭐라고 하는 사람이 불쌍해진다. 무조건 작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러나 작음의 신학적 의미를 깨닫고 느낀다면 그때는 아무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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