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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성폭력, 총회에 기대할 게 없었다

[인터뷰] 문대식 목사 면직 촉구하는 '교회내성폭력OUT공동행동'

최유리 기자   기사승인 2017.09.07  13: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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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후… 하… 참….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 질문에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것도 여러 번. "저희 교단만 그런 건 아니네요"라는 안타까운 반응도 나왔다. 한 사람은 상황이 답답하다며 기지개를 폈지만 마음까지 개운해지지는 않았다. 주제가 '교회 내 성폭력'이어서 그런 것일까.

<뉴스앤조이>는 문대식 목사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발족해, 교회 내 성폭력을 몰아내자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교회내성폭력OUT공동행동'(공동행동) 기획단원 중 3명을 9월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인근에서 만났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에서 일하는 이은재 씨,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양주희 씨,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동윤진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이 느끼는 상황은 암담했다. 목회자 성범죄는 계속 발생하는데, 가해자를 치리할 교회법이 없었다. 교회 내 성폭력을 막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고 해도 총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대식 목사 사건이 터졌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공동행동까지 만들게 됐다.

공동행동은 첫 활동으로 인터뷰 다음 날인 9월 7일 오후, '그 목사는 성폭력 가해자입니다'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다. 문대식 목사가 소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본부 앞에서 문 목사를 규탄하고 교단이 책임지고 치리하라는 내용을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교회내성폭력OUT공동행동' 기획단원을 만났다. 왼쪽부터 양주희, 이은재, 동윤진 씨. 뉴스앤조이 최유리

- 공동행동이 '교회 내 성폭력 OUT'을 주제로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도 준비 중이다. 각자 어떤 이유로 공동행동에 합류하게 됐는가.

이은재 / 문대식 목사 사건을 기사로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보수 신앙을 가진 청년 중 문 목사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영향력이 컸다. 문 목사가 재판을 한 차례 하고도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뜨악했다. 목회자 성범죄를 제지할 교회법이 없다는 것도 충격이었고.

문 목사가 젊은이 사역을 했으니 이제는 청년들이 그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8월 중순 쯤 개인 소셜미디어에 함께 시위할 사람을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문대식 목사 사건은 단순히 감리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각 교단에서 제2의, 제3의 문대식 사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신학생들이 모여 있는 채팅방에도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뜻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양주희 / 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참여하게 됐다. 교회 내 성폭력이 여성으로서 함께 이야기해야 할 문제로 인식했다. 목회자 성범죄는 먼 나라나 타 교단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교단 역시 지난해 선교사 성범죄 사건이 2건 있었다. 당시 선교사들이 해외에 있다 보니 문제의식이 있어도 한국에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시간이 지나 문대식 목사 사건이 터졌고, 목회자 성범죄는 곧 여성 문제, 교회 문제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동윤진 / 교회 내 성범죄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전병욱 목사 성범죄 사건이었다. 교단에서 그를 치리하지 않고 계속 목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문대식 목사 사건을 접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총회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전병욱 목사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교단에서 잠깐 보여 주기식으로 문 목사를 치리하고 다시 목회하도록 도울 것 같았다. 우리가 지금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동행동이 발표한 성명서를 보고 함께하게 됐다.

이은재 씨는 문대식 목사 성범죄를 기사로 본 후 무언가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교회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년 넘게 교회 안에서 척결해야 하는 문제로 지적되지만 변한 게 많지 않다.

양주희 / 교회 내 성폭력에 관심 갖게 된 건 라이즈업 이동현 사건부터였다. 원인이 뭘까. 우리가 읽는 성경은 가부장제를 옹호한다. 교회 안에서 설교로 가부장제가 재생산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하라, 베필로 서라고 교육하니 힘들다. 최근 선교 단체에서 여성 멤버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을 우연히 듣게 됐다.

"짧은 옷 입지 말라", "화장을 진하게 하지 말라", "단둘이 있지 말라" 등 오히려 피해자를 겁박한다고 했다. 분노를 느꼈다. 몇몇 선교 단체는 여성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가해자를 옹호하는 데 하나님의 정의를 사용하고 있었다. 목사나 신학생들이 여성신학 관점을 공부하고 설교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없다. 이런 문화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이은재 / 성폭력 가해자에게 교회는 너무 좋은 장소인 것 같다. 교회는 성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쉬쉬한다. 사실이 알려지면 피해자는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고, 가해자 목사는 셀프 용서를 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악용해 자신의 죄를 용서한다.

피해자가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니 범죄를 쉬쉬한다. 결국 묻혀 버린다. 전병욱, 이동현, 문대식의 공통점은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들의 범죄를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 존재했지만, 교회 안에서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교단이 나서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동윤진 / 한국교회는 유독 목회자 권력이 크다. 교인은 목사를 주의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목사 허물을 두고 "주의종은 문제가 있어도 하나님이 심판하실 거다. 문제를 들추는 건 우리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결국 제왕적 권력을 가진 목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주희 씨는 총회가 목회자 성범죄를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암울해진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성범죄가 계속 발생하지만, 개교회나 교단이나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성범죄 목사를 다시 설교자로 세우기도 한다. 각자가 속한 교단에 교회 내 성범죄를 처리할 기구가 있는가.

이은재 / 어떤 교단에도 목회자 성범죄를 치리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다고 알고 있다. 감리회는 이번에 장정개정위원회에 여성 이슈를 여러 개 냈는데 모두 부결됐다. 부결한 상태에서 문대식 목사 사건을 접하니 더 화가 났다. 교단 차원에서 이를 제지할 법이 필요하다. 교단에 안건을 올려도 법을 제정하지 않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 남성이니, 자기 역시 이 문제에 걸릴까 봐 만들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

각 교단에는 이단대책위, 동성애대책위 등 여러 대책위가 있다. 그런데 왜 교회 내 성폭력을 막을 대책위는 없을까. 나는 교회를 무너뜨리고 선교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이 교회 내 성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목회자가 성범죄를 저지른 곳은 교회가 분리되는 등 규모가 축소된다. 이는 현직 목사와 교단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누가 교회를 위협하고 있을까. 교회 내 성범죄를 단순히 여성 문제, 목회자 일부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양주희 /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은 지난 총회에서 여성 총대 비율을 높이자고 안건을 냈다. 당시 남성 총대들이 "아니오"를 외쳐 묵살당했다. 감리회에서 오랜 기간 운동을 해 안건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교단 여성 총대들이 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성희 총회장이 발언권을 준다고 했는데도 남성 총대들 반발이 심해 결국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예장통합은 올해로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준 지 21년째지만, 여전히 총대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번 총회에서 여성 총대 비율은 1.1%다. 1,500명 총대 중 17명만이 여성인 셈이다. 예장통합은 총대 할당제가 통과되지 못할 만큼 교단 내 여성 문제 인식이 낮다. 2015년에는 목회자 윤리 강령을 배포했다. 그러나 배포 이후 성범죄 관련 법 제정 및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 않다.

동윤진 /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권오륜 총회장)는 작년 총회에서 성과 관련한 의제를 4개 냈다. 임신 출산한 여성한 사역자에게 복지를 제공하자는 의제는 채택됐지만 3개는 모두 부결됐다. 올해는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안건을 올린 상태다. 우리가 지금 총회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총회에서 무언가를 바꾸기는 힘들 것 같다. 총대도 대부분 중년 남성이고, 그 안에서 여성 총대 비율을 높이는 것마저 거부감을 느끼는데, 목회자 성범죄는 해결하기 더 어렵지 않을까.

- 시위 타이틀이 '그 목사는 성폭력 가해자입니다'이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 같다.

이은재 / 교인들은 목사가 그럴 일 없다고 믿는 것 같다. 교단도 일부 목사 일탈로만 치부하기도 하고. 남성 목사들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좋겠어서 타이틀을 '그 목사는 성폭력 가해자입니다'라고 잡았다. 지금도 드러나지 않았을 뿐 제2의, 제3의 문대식이 존재하고 있으니까.

동윤진 / 위에서 말했지만 교인들은 목사를 주의종으로 여긴다. 이들이 회개하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여긴다. 시위 타이틀을 듣자마자 가해자 목사에게 덮여 있는 권위를 벗기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문구는 없다고 생각했다.

동윤진 씨는 목사가 교회 안에서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서명에 꽤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교회 내 성폭력에 관심 있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니, 사람들이 연서명으로 지지의 뜻을 보낸 것 같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은재 / 9월 5일 밤 10시 기준으로 개인 778명, 단체 96곳, 교회 26곳이 서명했다. 서명을 모아 9월 7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감리회에 문대식 목사 면직, 교단 내 성폭력특별법 제정 등 우리 의사를 전달하려고 한다. 공동행동을 조직했으니 문 목사 사건뿐 아니라 각 교단 안에 있는 성범죄에 관심을 갖고 적극 행동하려고 한다. 서명에 참여한 분들도 지금처럼 불합리한 일에 소리를 내 주길 바란다.

동윤진 / 성명서를 낸 지 일주일 만에 개인 778명이 서명했다는 건, 많은 이가 이 문제에 공감하고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어느 누군가는 '나 하나 서명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개인이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인을 만들어 내는 가해자에게 그 행위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교단에 제어 장치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기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남성 신학생으로서 제안을 하나 하자면, 남성들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성 인지 능력이 생기기만 해도 꽤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잠재적 가해자로 여겨지는 게 싫다고 한다. 그러나 수많은 상황에서 나 혼자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잠재적 가해자로 여겨지는 게 싫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면 된다. 교회를 위해서라도 그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교회 내 성폭력에 침묵하면 교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여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없는 교회라면 누가 그곳에 가겠는가. 사회에는 성 평등 의식이 생겨나고 있는데, 교회가 여기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의식 있는 사람은 교회를 떠나게 될 거다.

양주희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는데, 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소를 잃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손 놓고 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니까', '또 누가 그러겠어'라며 안일하게 대처한다. 지금까지 많은 피해자가 생겨났고, 교회 안에는 여전히 잠재적 피해자가 있다. 교단이 여성을 보호할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공동행동이 하는 서명운동에 함께하고 이를 지지해 주는 마음이 있다면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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