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1,000억대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소송이 745일 만에 종결됐다. 의혹을 제기한 유재무 목사(<예장뉴스> 편집인>)와 명성교회 전 교인 윤재석 씨는 7월 13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사와 피고인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으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최근 소송을 제기한 김삼환 목사와 의혹을 제기한 유재무 목사가 직접 만나, 서로 사과하고 더 이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여를 끌어온 재판은 당사자 간 화해로 끝이 났다.

재판에서는 김삼환 목사와 고 박 아무개 재정장로에 대한 명예훼손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명성교회의 800억대 이월 적립금과 박 장로 죽음의 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뉴스앤조이>는 1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살펴봤다.

2014년 6월 명성교회 재정장로의 죽음은, 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한국교회를 떠들썩하게 한 비자금 의혹은, 2014년 6월 명성교회 재정을 관리해 온 박 장로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고인은 가족, 장로들, 김삼환 목사 앞으로 각각 유서 1통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에는 "목사님께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죽음으로 대신합니다(절대 횡령이나 유용은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장로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는 "저의 차 트렁크에 자료가 다 들어 있으니 힘드시겠지만 하나하나 정리해 주세요. 자료가 일부 분실되어서 불편하시겠지만(절대 횡령이나 유용은 하지 않았습니다).*예, 일산 문00 20억, 총회 부지 15억, 새노래 10억 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삼환 목사에게 남긴 유서에는 "죽음으로 불충을 대신합니다. 마지막 떠나면서 횡령이나 유용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때 정리하지 않은 자료 일부를 분실한 탓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라고 썼다.

"절대 횡령이나 유용은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장은 세 유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 장로는 명성교회 이월 적립금을 관리해 온 재정장로였다. 명성교회는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간 약 800억 원을 적립했다. 당해 연도에 사용하지 않고 남은 금액은 교인에게 매년 공개했지만, 그렇게 적립된 총액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박 장로는 김삼환 목사 지시로, 2000년경부터 2014년 1월까지 14년간 이월 적립금을 '혼자'서 관리했다. 이월 적립금 '존재'는 김 목사와 재정장로 5명만 알고 있었다. 정확한 자금의 규모, 자금 운영 내역, 수익금의 규모, 조성 목적, 관리 주체 등은 당회원뿐만 아니라 일반 교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수백억대 규모에도, 관리와 운용 원칙에 대한 내부 규정, 확인이나 감사 절차 등이 전무했다. 법원은, 매년 이월된 자금이 실제 어떤 기준으로 관리·투자되는지, 투자 수익금, 정산 내역 등도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장로는 2014년 2월 수석장로로 보직이 변경됐다. 김삼환 목사는 박 장로에게 이월 적립금 자료를 정리해 후임 재정장로에게 인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 장로는 계속되는 독촉에도 4개월간 보고하지 않았다. 집행 내역을 정리해 당회에 보고하겠다고 한 그날, 박 장로는 "절대 횡령이나 유용은 하지 않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법원은 김삼환 목사의 지시로 박 장로가 이월 적립금을 관리한 것으로 봤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명성교회는 박 장로 사망 이유를 '심장마비'라고 발표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이월 적립금에 대한 회계 조사를 실시했다. 최초 정산 시 이월 적립금 잔고 중 약 8억 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최종 정산 시 4,400만 원 정도 부족한 것으로 정산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김삼환 목사는 2014년 7월 7일 <한국기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장로의 죽음과 관련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개인 통장을 사용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오로지 교회 재정장로(박 장로)에 맡겨 처리해 왔다", "은행 통장을 일일이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약 1억 원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다", "아마 박 장로가 잉여 자금 재정을 개인적인 용도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월 적립금 정산에 대한 압박이 박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정산 보고를 앞두고 이월 적립금 정산 보고가 불가능해지고, 해결할 방법이 없자 이로 인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점도 그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나온다.

재판부는 "80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이월 적립금을 교인에게 공개하지 않은 채 조성해 온 것은 일반적인 교회 재정 운영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는 한편, 명성교회가 의혹이 되는 지점을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2년이 넘는 재판을 거쳐 드러난 사실은, 담임목사와 소수 재정장로만 800억대 이월 적립금 존재를 알았고, 대부분의 교인은 몰랐다는 점이다. 김삼환 목사 지시로 박 장로 혼자 수백억대 적립금을 관리해 왔는데 이렇다 할 관리 규정도 없었다는 것, 그리고 정산 및 보고의 압박이 박 장로가 목숨을 끊은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9월 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3년 전 의혹이 불거진 직후 적립금 사용 내역을 공개로 바꾸었다. 지금도 우리 교회는 예산의 10~15%를 적립하고 있다. 다른 교회들과 달리 빚이 없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비상 상황에 대처하고, 에디오피아 병원, 장학금, 수양관 관리 등 각종 사역을 위해 적립하고 있다. 명성교회 교인들도 이제는 다 아는 내용이다. 사과와 화해로 마무리된 만큼 더는 논란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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