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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지식의 문제, 기존 교리 반복은 설득력 없어"

임보라X변영권, 성소수자 지지 목회자가 말하는 현실

이은혜 기자   기사승인 2017.09.05  18: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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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보수 개신교계의 성소수자(LGBT+) 반대는 최근 개헌 논의와 맞물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요 교단 총회장들은 8월 24일 국회를 찾아 "동성애·동성혼 합법화하는 성평등 보장 규정 신설 개헌 절대 반대"라는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헌 논의 이면에 동성애 합법화 의도가 깔려 있다며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전면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한국교회 분위기상 목회자가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편을 들기는 어렵다.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처럼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를 하다가 "이단적 경향이 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변영권 목사(예사랑감리교회)처럼 소셜미디어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고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했다가 소속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소환될 수도 있다.

보수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은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혹시나 교회에서 혐오 발언을 들을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으로 신앙 생활을 하는 이가 많다. 성소수자 혐오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교회에 당장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이 찾아온다면 교회는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평화교회연구소(전남병 소장)는 '우리 교회에 성소수자가 온다면'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임보라 목사와 변영권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예상했던 50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신청해 장소를 옮겨야 했다. 9월 4일 저녁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포럼에는 130여 명이 참석했다.

평화교회연구소는 9월 4일 '우리 교회에 성소수자가 온다면'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의학·과학 결론 무시하는
한국교회 성소수자 혐오

변영권 목사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정보가 이미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의학·법·신학 측면에서 정리해 발표했다. 변 목사는 "예전에는 성소수자에 대해 별 생각 없었다. 그때는 나도 '그거 좀 이상한 것 아니냐. 동성애는 죄다. 그렇지만 예수님처럼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의학이나 법적인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변영권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통용되는 성소수자 관련 정보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반박했다. 그는 "반동성애 운동에 천착하는 보수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은 반지성적인 경향을 띤다. 의학계는 이미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며 치료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 진영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동성애=에이즈' 공식은, HIV 바이러스 감염자와 AIDS 환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변영권 목사는 "현재 20세에 HIV/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을 경우 기대수명이 75세다. 이 질병이 두렵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고 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으로 대변되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움직임도 '혐오'의 문제라고 봤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혐오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들의 행동이 왜 '혐오'인지 설명했다.

"<혐오에서 인류애로>에서 마샤 C. 누스바움은 '투사적 혐오'라는 개념을 말한다. 투사적 혐오는 사회 구성원들 중 몇몇을 '오염원'으로 규정하도록 가르친다. 다시 말해, 투사적 혐오는 사회적 기준에 의해 형성된다. (중략) 투사적 혐오의 대표적인 예는 남성들이 갖는 게이에 대한 혐오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여자를 대하듯 게이가 자신을 대할까봐 두려워한다. (중략) 그러나 투사적 혐오는 문자 그대로 오염이 일어난 것도, 물질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상상적 차원에서 일어날 뿐이다. 따라서 투사적 혐오를 법적 규제와 관련한 논쟁에서 근거로 활용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변영권 목사는 성경에 써 있는 문자를 그대로 읽는 것도 성소수자 이슈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성서는 열린 마음으로 읽고 열린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항상 더 많이 포용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용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성서 해석의 기준은 누군가를 증오하고 차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차별 없는 사랑을 보여 준 예수의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권 목사는 "성서는 열린 마음으로 읽고 열린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혐오 일색 한국교회서
성소수자 환대 공동체는
그들의 숨통 틔우는 곳"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성경을 내세워 동성애자를 정죄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폭력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는 관점이 깔려 있다. 폭력과 사랑을 분간하지 못하면 성폭력도 사랑이 된다. (목회자) 성폭력에 관대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세월 한국교회가 막강한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에 위협을 느끼면서 성소수자,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공동의 적으로 삼아 혐오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 목사는 이런 프레임 속에서 자신을 향한 이단 조사나 동성애 지지 목회자를 교단법으로 치리하려는 시도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이같이 혐오 일색인 한국 교계 현실에서 "환대하는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대하는 공동체로 거듭나는 교회는 오직 성소수자만을 위한 교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공동체는 누구라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나일 수 있게 만드는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교회에도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고 그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다. 이런 질문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교회는 모두에게 안전한 교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 없는 한국교회
되묻는 '퀴어신학' 필요

조에홀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발제가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질문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 몇 가지를 요약해 소개한다.

- 기성 교회는 여전히 답답한 모습이다. 동성애 반대하는 교인들 앞에서 그렇지 않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고민된다.

변영권 / 일단 지식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 나는 지식과 정보를 중시하는 편이다. 특히 학문적인 부분에서 결론이 난 것들을 알고 있으면 좋다.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동성애·성소수자를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교회가 그들을 얘기하는 방법에 늘 의문을 가져야 한다.

- 성경에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해석 흐름이 존재한다.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과 인간의 행동으로서 이상 사회를 만들려는 것에 대한 경고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변영권 /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게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우리를 좋은 의도로 만드시고 정의와 평화를 믿는 세상을 이뤄 가라고 하셨다. 반대로 가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인류는 보편적인 인권과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문제도 그중 한가지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나아질 것을 믿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이런 과정이 신앙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임보라 / 성경을 읽을 때, 성경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성경이 갖고 있는 상호 다른 이야기들이 왜 거기 있을까. 그런 다른 이야기를 교회에서 더 많이 언급해야 성경이 성경다운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다. 강연 자리에서만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여러분이 속한 자리에서 계속해야 한다. 나는 '질문과 의심의 해석학'이라는 말을 한다. 그냥 목사가 하는 설교에서 이상한 의문이 들어도 '에이 목사님이 맞겠지' 하고 넘어가는 시대를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반동성애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찬성·반대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을 이 프레임으로 나누고 정치에도 적극 개입하는 등 굉장히 열심히 활동한다. 어떻게 보는가.

변영권 / 교회는 이미 사회에서 윤리 이슈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동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성서 해석이나 교회 구조, 지도력을 가진 교회 구성원들의 신학적 수준, 의식 구조가 굉장히 낙후해 있다. 기독교가 사회 보편 가치와 부딪히는 양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같았으면 개신교가 사회 보수성을 깨고 그들을 이끄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교회 보수성을 깨는 상황이 아닌가.

차별금지법·동성혼 같은 문제는 보수 개신교의 저항이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 충돌은 있겠지만 결국 더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 씨의 용산구청장 출마는, 개신교인들이 의식의 변화를 겪게 할 큰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다.

- 기존 신학자들이 퀴어신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퀴어신학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가진 자 입장에서 그런 것인가. 퀴어신학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왔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임보라 / 주류 신학이 정말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주류' 혹은 '정통' 신학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신학이 아니라 번영과 성장을 위한 게 대다수 주류 신학이라고 한다면, 주류라는 의미만으로 그것이 옳은 신학이고 건강한 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신학이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민중신학은 이미 끝났다고 하면, 끝나긴 왜 끝났냐고 묻는다. 내가 민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민중 신학자로 살아가고 있다. 퀴어신학은 신학 각 분야, 우리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주류 신학에 도전장을 내는 거다. 그래서 퀴어신학 안에도 여러 결이 있다. 퀴어 비평 입장에서는 흑인 혹은 식민 지배를 경험했던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보는 신학 논의도 겸하고 있다.

퀴어신학은 질문을 하기 때문에 한국교회에 정말 필요하다. 우리는 퀴어신학을 제대로 소개받은 적도 없다. 그래서 <퀴어 성서 주석>을 발간하려는 것이다. 되묻기를 한다는 게 '주류 정통'이라는 분들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다.

-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과 사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변영권 / 창조과학에서도 보듯이, 기존 학교 교육과 교회 교육이 충돌한다.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거나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 혐오는 지식의 문제다. 이렇게 지식이 충돌할 때, 보수 신학은 교리적인 설명을 반복하는 것에서 끝나고, 새로운 질문에 대답할 능력을 상실했다.

기독교·교회·성서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는 결국 지식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목사도 신학생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발견될 때마다 우리의 하나님과 교회는 줄어들 것이다. 사회 가치관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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