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미국 복음주의자들이 동성 결혼과 트랜스젠더리즘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8월 29일 발표했다. 트랜스젠더리즘은 성별이 남녀 두 가지로만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슈빌 선언문'(Nashville Statement)이라 명명된 문서는 미국 사회의 동성 결혼 합법화와 젠더 문제를 비판했다. 문서 작성을 주도한 CBMW(The Council on Biblical Manhood and Womanhood·성경적남성성과여성성협의회)는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해 1987년 설립된 단체다.

내슈빌 선언문은 최근 미국과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논의 중인 젠더 이퀄리티(성 평등)와 동성 결혼, 페미니즘 등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작성됐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뿐 아니라 성별 이분법에 들어가지 않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 - 기자 주) 존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있다. 선언문 머리말에서 하나님은 계획을 갖고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는데, 사회가 더 이상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내슈빌 선언문에는 '동성 결혼', '젠더 이퀄리티' 등 미국 및 전 세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성 관념이 성경적이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내슈빌 선언문 홈페이지 갈무리

"21세기 초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역사적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중략) 지금의 시대정신은 더 이상 인간의 삶을 창조하시는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알려 하지 않는다. (중략) 하나님 그의 영광과 선한 목적을 위해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부인한다.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이상 하나님의 아름다운 계획이 아니라 개인이 주도하는 성향의 표현이라고 믿는 일이 흔해졌다."

선언문에는 하나님이 사람을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해 창조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합이기 때문에 같은 성끼리 결합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했다. 태어난 성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트랜스젠더도 성경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 선언문에, 미국 남침례회를 중심으로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인사 153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존 파이퍼, 러셀 무어, 제임스 패커, 웨인 그루뎀, R. C 스프로울, D. A. 카슨, 존 맥아더, 로사리아 버터필드, 프랜시스 챈, 제임스 맥도널드, 토니 퍼킨스 등이다.

선언문에 언급된 항목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제1항

우리는 하나님이 남편과 아내,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의 언약적, 성적, 임신이 가능한 평생의 연합이라는 모습으로 결혼을 계획하셨음 확신한다. 이는 그리스도와 그의 신부 되신 교회와 언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결혼을 동성, 일부다처,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 연애) 등의 관계성을 띠도록 만드셨음을 부인한다. 결혼이 하나님 앞에서 맺어진 언약이 아닌 단지 인간 사이 계약이라는 것도 역시 거부한다.

제4항

우리는 거룩하게 정해진 남녀 간의 차이점이 하나님의 창조 계획을 반영하고 인류의 선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는 이 같은 차이점들이 타락의 결과 혹은 극복해야 할 비극임을 부인한다.

제6항

우리는 육체적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성(sex)의 발달에 문제를 갖고 태어난 이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으며, 다른 모든 이와 동일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어미의 태로부터 된 고자도 있고'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보면, 예수님도 이미 그들의 존재를 알고 계셨다. 다른 모든 이와 함께, 이들도 예수님의 신실한 제자로 환대받으며, 그들이 알고 있는 한에서 자신의 생물학적 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사람의 생물학적 성과 관련한 모호함이 즐겁게 그리스도에게 헌신하며 열매 맺는 삶을 살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부인한다.

제10항

우리는 동성애의 부도덕함과 트랜스젠더리즘을 용인하는 것은 죄이며, 동성애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실함, 증인 됨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임을 확신한다.

우리는 동성애의 부도덕함과 트랜스젠더리즘을 용인하는 것이 신실한 기독교인들이 찬성 혹은 반대해야 하는 도덕적 무관심의 문제라는 것을 부인한다.

그리스도인 연합 선언문은 내슈빌 선언문과 반대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스도인 연합 선언문 홈페이지 갈무리

내슈빌 선언문 반대 개신교인들
"퇴행적 성경 읽기에 근거"
LGBT+ 모습 그대로 환대하자는
'그리스도인 연합' 선언문 발표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던 복음주의자들은 이번 선언문 발표를 환영하고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메건 배리 내슈빌 시장은 "'내슈빌 선언문'은 내슈빌 시와 시민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IVP)·<기독교를 생각한다>(포이에마) 저자 브라이언 맥클라렌도 자신이 왜 내슈빌 선언문을 반대하는지 정리하는 글을 발표했다. 맥클라렌은 이 선언문이 '퇴행적 성경 읽기'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과거 노예제 합리화, 반유대주의, 인종 분리 정책, 여성 억압, 과학기술 거부, 원주민 학대를 일삼을 때 취한 방법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언은 숨겨진 것을 드러나게 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떤 교회가 자신, 친구, 가족, 친척들에게 영적으로 적대적이고 심리적으로 위험한 곳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사회참여 단체 소저너스를 설립하고 <하나님 편에 서라>·<회심>(IVP) 등을 쓴 짐 월리스도 내슈빌 선언문을 비판했다. 월리스는 8월 30일 <소저너스>에 기고한 글에서 "LGBT+ 각 글자의 이니셜은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을 따 만드시고 그 모습대로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내슈빌 선언에 반대하는 개신교인들은 '그리스도인 연합 선언문'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움직이시며,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에 더 가깝도록 이끄시는 분이다. 수십 년간 목사·신학자·개혁가들은 성 정체성과 젠더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쳐 왔으며 LGBT+가 그들의 모습 그대로 이 사회와 교회에서 온전하게 환대받을 수 있을지 연구해 왔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사회가 변화하고 있고 교회는 변화하는 새 시대에 우리의 이웃인 LGBT+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선언문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제프리 콴, 엘리엘 크루즈, 레이첼 헬드 에반스 등 개신교인 1,500여 명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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