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성소수자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선교 대회 강사로 초빙됐다가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예장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회원 1,200명가량을 대상으로 매년 선교 대회를 주최한다. 이들은 대회마다 주제에 맞는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다. 요 몇 년간 군 선교, 지역 교회, 이슬람을 주제로 삼았다. 2015년 열린 선교 대회에서는 이혜훈 의원(바른정당)이 '국내 이슬람교의 실태와 선교적 대안'을 강의했다.

올해 10월에 열리는 35회 선교 대회에서는 '성소수자'를 주제로 특강을 준비했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박인자 회장은 8월 30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동성애·동성혼 문제로 굉장히 혼란스럽다. 회원들이 (상황을) 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교회를 목회하는 박진영 목사는 예장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선교 대회 강사로 초빙됐다가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로뎀나무그늘교회 박진영 목사와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초빙
"여러 회원 우려로 성소수자 목회 강의 보류"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8월 21일 홈페이지에 선교 대회 주제와 특강 강사 등 개괄적인 행사 내용을 담은 공지를 올렸다. 특강 강사는 성소수자들이 모여 예배하는 로뎀나무그늘교회 담임 박진영 목사와 반동성애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 이용희 대표(가천대 교수)였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는 '성소수자들과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주제로 박진영 목사에게 강의를 요청했다. 임원회는 성소수자 교회를 담임하는 박 목사 강의가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자료집 제작을 위해 원고와 특강 자료, 간략한 프로필을 보내 달라고 했다. 박 목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느리지만 변화를 느낀다. 전국에서 오시는 교회 여성 지도자들 마음에 콕 박히는 강연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며 강의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강의 제안을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박진영 목사는 강의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원 중 일부가 박 목사 초청을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선교 대회 공지 글에도 박 목사 이름은 빠졌다. 이용희 대표의 강의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박인자 회장과 이윤희 총무에게, 박진영 목사와 이용희 대표를 초청한 이유와 박 목사 강의만 취소한 까닭을 물었다. 박인자 회장은 "강사를 모실 때는 회장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실무자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아 접촉한다. 이용희 대표는 동성애에 대해 아주 전문가라고 해서 불렀다"고 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이윤희 총무는 "이용희 대표는 그동안 여전도회전국연합회에서 기도회 인도를 많이 해 왔다. 최근 우리가 강의를 요청한 적이 없어 부르게 됐다. 동성애·동성혼 헌법 개정 등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관련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적다. 회원들과 함께 강의 듣고 기도하려는 취지에 강의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거룩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목사 강의만 취소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박인자 회장은 "(성소수자) 교회를 운영하고 있어 채택했지만, 나도 정확하게 모르겠다. 실행위원회에서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 중 (박진영 목사를) 확실하게 알아보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실무자가 안다"고 답했다.

이윤희 총무는 "박진영 목사를 전혀 모르지만 목회를 하고 계시니 임원회 결정을 거쳐 초대하게 됐다. 결정 후 여러 사람이 우려했다. 회원들 연세가 많다 보니 다른 주제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진영 목사가 강의가 취소된 후, 그 자리를 대신할 강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관계자는 "9월 초 회의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