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기독교총연합회(순기총)가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을 반대하자, 한 시민단체가 순기총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조례안은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홍인식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전남 순천 지역 400여 교회가 순천시의회(임종기 의장)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의회가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제정하려 하자, 교회들이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막아섰다. 조례안은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청소년노동인권조례안은 지난해 12월 순천시가 입법 예고했으나 보수 개신교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유영갑 시의원(민중연합당)이 올해 2월 다시 대표 발의했다. 일하는 청소년이 정당한 임금을 받고,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돕자는 취지다.

보수 개신교의 반발이 무색할 정도로 조례안에는 '동성애' 관련 내용이 없다. 조례안은 청소년이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법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인권 친화적 환경에서 근로할 수 있도록 시책을 마련하고,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유영갑 시의원은 8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소년도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청소년은 사회적 약자이기도 하다. 시가 적극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장 사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광역시를 포함한 지자체 23곳이 조례를 제정했다. 전남 지역에 있는 목포·여수시도 지난해 조례를 제정했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순천시의회는 수개월째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400여 교회로 구성된 순천기독교총연합회(순기총·공학섭 회장)가 앞장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례안은 7월 21일 순천시 문화경제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순기총이 시의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김진영 사무국장은 "(보수 개신교인들이) 의원들에게 '조례안은 성소수자를 옹호한다', '좌파 세력이 추진하고 있다'는 식으로 전화나 문자를 돌리고 있다. 조례와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을 퍼뜨리고 있다. 교회를 다니는 시의원이 많다 보니 압박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기총이 청소년노동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전교조 등 좌파 성향을 지닌 이들이 조례안을 추진하고 있고 △동성애를 옹호하는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순기총 회장 공학섭 목사(대대교회)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사용자를 옹호하기 위해 조례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 조례를 추진하는 시민단체가 미덥지 못하다. 과격한 노동·인권 운동을 해 온 이들에게 (청소년이) 물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소년은 노동권보다 학습권을 우선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영갑 시의원이 발의한 청소년인권조례안은 A4 용지 두 페이지 분량이다. 조례 내용 중에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 목사는 조례안이 동성애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소년노동인권조례는 인권위 권고 사항이다. 인권위는 어떤 단체인가. 노골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한다. 노동 현장에서 성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권센터를 거쳐 인권위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친동성애 성향의 인권위는 동성애 손을 들어 줄 것이다. 이런 이유가 있으니 반대한다. 억지를 쓰는 게 아니다. 인권위와 관련돼 있는 등 조례가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의회는 지역 목사들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기 의장은 "9월 15일 회기 때 조례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조례안을 발의한 유 시의원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공청회도 하고 간담회도 했다. 조례안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아 돌아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순기총은 조례에 '인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나중에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옹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대 논리가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 전혀 이야기가 안 통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순기총의 압박이 외려 반기독교 문화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인식 목사(순천 중앙교회)는 "순기총이 조례안을 반대할 만한 정당성이 없다. 기-승-전-동성애다. 누가 공감하고 이해하겠는가. 이러다 보니 '트집 잡는 교회', '고용주 편드는 교회', '청소년 외면하는 교회'라는 소리를 듣는 거다. 반기독교 정서만 부추기고 있다. 조례를 반대할 거면 제대로 된 논리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시의회 다음 회기는 9월 8일 시작한다. 임종기 의장은 "회기 마지막 날(15일)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품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이 있는데도 '커버'가 안 되니까, 약자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보호받으려는 것 아니겠는가. 의원마다 조례안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보니 표결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