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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후보자 논란으로 드러난 '창조과학' 현주소

교회에서는 '주류', 사회에서는 '반지성'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7.08.30  13: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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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0년 전 한국창조과학회 행사에서 "오늘날 자연과학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되었다"고 발언한 것도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박 후보자는 8월 28일 "창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창조 신앙을 믿는 것이며 개인적으로 창조과학을 연구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국창조과학회 이사직도 사퇴했다.

박 후보자 이력을 두고 청와대에서는 "신앙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계 일각에서도 "종교 활동과 공직 수행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입장이 나온다. 한국창조과학회 활동을 공직과 연관 짓는 것은 종교의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기독교 근본주의자 장관'이라는 칭호를 붙이며, 반지성적인 유사 과학 '창조과학'을 신봉한다면, 장관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중기부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 연루 논란은, 그동안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퍼져 한국교회 주류가 된 창조과학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됐다.

'학계 정설' 부정하는 창조과학
주류 과학계는 강하게 비판
"사이비 과학자라기보다 그냥 바보"
"과학적 성취 부정하는 반과학적 태도"

주류 과학계는 창조과학을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창조설'로 부르자는 사람도 있다. 창조과학이 과학계의 정설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창조과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이들은 과학계가 정설로 받아들이는 우주 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6억 년을 부정한다. 성경에 나온 기록을 토대로 지구의 나이는 1만 년 안쪽이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젊은지구론'이다. 공룡과 인류가 같은 시대에 살았다는 것도 창조과학에서 내세우는 주장이다.

창조과학은 인류 문화 곳곳에 성경 기록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주장도 편다. 대표적으로 파자(破字) 논리를 들 수 있다. 바벨탑 사건을 거치면서 인류의 언어가 여러 개로 나뉘었지만, 그 흔적이 한자에 남아 있다는 말이다. 한국창조과학회가 소개하는 대표적 사례를 몇 가지 들면 아래와 같다.

1. 船(배 선): 인류 최초의 거대한 배(舟)인 노아의 방주에는 8명(八)의 사람(口)이 탔음.
2. 造(지을 조): 흙(土)에 생기( ' )를 불어넣으니 사람(口)이 되어 걸어 다님(造). (창 2:7). 
3. 田(밭 전): 네 개의 강(+)이 흐르는 동산(口). 에덴동산 (창 2:10~14).
4. 男(사내 남): 에덴동산(田)에서 쫒겨나 힘쓰고 수고해야(力) 되는 사람.
5. 女(계집 여): 첫 번째(一) 사람(人)의 갈비뼈 하나를 빼내서( ' ) 만든 사람. (창 2:21-22).

창조과학에서는 '홍수지질학', 즉 노아의홍수에 의해 그랜드캐니언 같은 지형이 단번에 형성되었다는 주장도 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지 <기독신문> 2017년 4월 기사를 보면 "진안 마이산 또한 천지창조의 증거"라는 창조과학계의 주장이 실려 있다.

로널드 넘버스가 쓴 <창조론자들>(새물결플러스)에 따르면, 홍수지질학의 기원은 미국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안식교)에 있다. 안식교 창시자 엘렌 화이트에게 영향을 받은 조지 맥크리디 프라이스는 노아의홍수와 현대 지질학을 결합한 '홍수지질학' 개념을 처음 주장했다. 안식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곳이다.

창조과학은 다양한 '창조론' 중 하나다. 한국창조과학회 갈무리

과학계는 창조과학에 매우 비판적이다. 우종학 교수(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는 8월 2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과학자들은 이론에 대해 충분히 검토, 논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창조과학계가 주장하는 것들은 이미 다 끝난 문제다. 더 이상 연구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과학자들은 창조과학에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과학자는 (창조과학을) 웃고 넘길 이야기로 치부한다.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네 꼬마가 베컴에게 와서 축구하자고 하면, 베컴이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진지하게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상욱 교수(부산대)는 8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은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다. 과학의 성과를 종교의 이름으로 무시하는 과학자들의 문제란 말이다. 우리는 박성진 교수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믿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신에 의한 세상의 창조'를 '과학'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 둘은 다르다"고 썼다.

김 교수는 이어 "솔직히 창조과학은 그 자체로 너무 황당한 내용이라 대부분의 과학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창조과학자들을 사이비 과학자라기보다 그냥 바보로 간주한다. 과학자라는 단어도 아깝다"고 비판했다.

정재승 교수(KAIST)도 8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과학적 성취를 부정하는 '반과학적인 태도를 지녔다'는 뜻"이라고 썼다.

창조과학의 본산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과학자들은 이미 창조과학을 믿지 않는다. 미국 퓨리서치(Pew Research)가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소속 과학자들에게 진화론에 대한 의견을 물은 2014년 통계를 보면, 과학자 98%가 '인류 및 생물은 여러 번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 왔다(believe humans and other living things have evolved over time)'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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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500회 이상 창조과학 세미나
대형 교회에서 '창조과학 교육'
'창조적 진화' 강연은 제지하기도

과학계 반응과 달리 창조과학은 한국 개신교계에서만큼은 '주류'다. 1982년 결성된 한국창조과학회를 중심으로 창조과학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교회 순회 세미나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해 나갔다. 한국창조과학회에 따르면, 결성 초기부터 매년 200~300회 세미나를 열었다. 2009년에는 연 500회 이상 세미나가 열렸다. 지금도 연 300회 이상 세미나가 열린다. 매일 창조과학 집회가 최소 한 번은 열린 셈이다.

한국창조과학회를 세운 김영길 교수가 장로로 있는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창조과학 선교'에 앞장서고 있다.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 남서울은혜교회(박완철 목사),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 원천침례교회(김요셉 목사),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 등 여타 대형 교회들도 한국창조과학회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교회에서는 '창조과학 교육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창조과학에 관심 있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 새순교회(마평택 목사),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에서 교육 과정을 마쳤다는 소식을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 내용을 삭제하라는 운동을 위한 시민단체도 결성했다. 2009년 생긴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다.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역임한 김기환 장로가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와 함께 공동으로 결성했다. 교진추는 2012년 교과서에서 시조새 항목을 지워 달라며 공개적인 활동에 나서 세간에 알려졌다.

교회 내에서 '반진화론' 정서가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창조과학'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제지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하나님에 의한 계속적 창조를 이야기하는 '진화적 창조론자' 우종학 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6년 8월, 우 교수를 세미나 강사로 초청한 SFC 서울지부 대표간사가 해임되는 일이 있었다. "SFC가 진화론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 목회자들의 비판 때문이었다. 2016년 11월에는 총신대학교가 우종학 교수 강의를 취소시켰다. 당시 교목실장은 "진화론자 강사 초빙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창조과학 지지세 점차 감소
미국 여론조사, 35년 만에
'창조과학'과 '진화적 창조' 동률

아직 한국교회에서는 창조과학이 통용되는 분위기지만, 미국에서는 지지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 2017년 5월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갤럽이 설문을 시작한 지 35년 만에 처음으로 창조과학과 진화적 창조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8%로 동률을 이뤘다. 창조과학 지지 응답은 35년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미국 갤럽은 '고졸 이하'(48%), '개신교'(50%)에서 창조과학 지지 응답이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매주 교회에 나가는 이들(65%)이 창조과학을 더 많이 믿었다.

퓨리서치가 2014년 조사한 '종교별 진화론 지지도(Belief in evolution by religious tradition)' 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개신교(Evangelical Protestants)'에서는 57%가 '현재 모습대로 창조됐다'고 응답해, 진화적 창조(25%)라고 응답한 이들보다 30%가량 많았다. 이는 여호와의증인(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이다.

반면 '주류 기독교'(Mainline Protestants)에서는 '진화적 창조'(Guided by supreme being) 응답이 31%로 '현재 모습대로 창조'(30%)보다 높았다.

퓨리서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복음주의 기독교' 계층에서 창조과학을 더 많이 믿는다. 퓨리서치 갈무리

한국창조과학회, 논란 해명
"사이비·문자주의 신봉 아냐"

한국창조과학회는 8월 28일 '한국창조과학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안식교에서 출발한 이단이 아니다 △사이비가 아니다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극단적 문자주의를 따르지 않는다 △과학을 부정하거나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왜곡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국창조과학회는 "홍수지질학의 선구자인 프라이스 박사의 학문적 업적만을 인정할 뿐, 안식교의 교리, 종말론과 구원론을 결코 따르지 않으며, 한국창조과학회와 해외의 창조과학 단체들은 순수 기독교 복음주의 초교파 학술 단체"라고 해명했다.

"창조과학은 결코 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진화론과 타협 이론들을 부정할 뿐"이라며, 창조과학은 유사 과학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창세기는 "예수님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신 것이기에 기록된 대로 믿을 뿐이지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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