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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장애인 사역③] '격리 수용'보다는 '함께 살기'

장애와 비장애 경계 허물기

박요셉 기자   기사승인 2017.08.29  1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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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을 돌보고 오갈 데 없는 이들에게 밥과 잠자리를 제공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주요 교단과 대형 교회가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장애인 거주 시설, 보호시설, 종합 복지관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부서나 작은 시설을 운영하는 교회도 많습니다.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 장애인 사역의 현주소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기사에서는 장애인 인권 운동 역사를 소개하며, 장애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뤘습니다. 두 번째 기사에서는 장애인 거주 시설의 문제점과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기독교인을 소개하며, 교회가 장애인 사역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새로운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에 맞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교회, 장애인과 함께 예배하며 이들을 교회 공동체 주요 구성원으로 여기는 교회를 소개합니다. 이들을 통해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장애인 사역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기자 주

[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 문재인 정부가 밝히고 있는 장애인 정책 핵심 목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8월 25일 광화문역 농성장을 찾아 말했다.

"장애인 정책을 수용 시설 중심에서 탈시설·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

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장애인 인권 단체가 5년간 광화문역에서 농성하면서 요구한 것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9월 5일 문화 행사를 열고, 1942일 만에 농성을 중단할 계획이다.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한곳에 수용해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을 우선했다면, 지금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각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사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 사역을 하는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이런 사회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장애인 사역을 그대로 하지 말고 현실에 맞도록 사역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사역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교회도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교계 장애인 사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지역사회 장애인에게
쉼터·놀이터·일터 되는 교회

인천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는 부평구에서 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해 한곳에 수용하는 수용 시설과 달리, 주간 보호시설은 인근에 사는 장애인들이 낮에만 와서 이용할 수 있다. 언어·행동·인지·감각 등 재활 치료를 받거나 음악·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주안장로교회가 있는 부평구에는 장애인 주간 보호시설이 10곳 있다. 지역 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호시설은 보통 1~2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다. 신청자는 많고 시설은 부족하니, 1번 이용하려면 보통 2~3년씩 기다려야 한다.

주안장로교회는 1999년 장애인 예배를 시작했다. 현재는 평균 600여 명이 장애인 예배에 출석한다. 장애인부 교인들은 주간 보호시설이 부족한 지역 상황을 여러 차례 교회에 알렸다. 이에 교회는 2015년 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개관했다.

주안장로교회에서 복지 사역을 담당하는 배성훈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2년 말, 담임목사가 바뀌면서 교회가 사역 방침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전도와 성장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지역 섬김과 나눔을 중요시한다. 지역 현안을 살피던 중 주간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교회가 나섰다"고 했다.

교회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주간 보호시설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이 역시 교인들이 보호시설 부족을 호소한 결과다. 건물주와 지역 주민이 장애인 시설 입주를 반대해 일정이 조금 미뤄지고 있지만, 올해 말에는 새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배정훈 목사는 "교회 교육관 건물에 나래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만들었다. 교회 공간을 쓰기 때문에 주민 반대를 피할 수 있었다. 중증 장애인 보호시설은 편의 시설을 갖춘 건물을 임대해 마련할 계획이다. 건물주들이 장애인 시설을 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주안장로교회에서 배 목사와 함께 복지 사역을 담당하는 이만식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는 "자립 생활 지원 센터나 주간·단기 보호시설 등이 지역마다 부족한 실정이다. 지자체가 설립하려 해도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장애인 혐오 때문에 일종의 님비(NIMBY)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님비 현상에 좋은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 예배당이나 교육관은 평일 낮 시간에는 주로 비어 있다. 이런 공간을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내어 주는 것이다. 주민 반대도 피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새로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주안장로교회 외에도 여러 교회가 지역 내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거나 미술·음악·체육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염광교회(황성은 목사)는 지역 장애인을 위해 토요 문화 교실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주간 보호시설 '피어라희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서울시민교회(권오헌 목사)는 성인 지적장애인과 발달 장애인을 위해 '희망의학교'라는 교육 시설을 열었다.

서울시민교회에서 10년 동안 장애인 사역을 담당했던 김경호 목사(숲교회)는 "장애인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사는 것이 교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복지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모두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교회가 부족한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 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예배당이나 교육관을 내어 주는 교회가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밀알학교·밀알복지재단 등 장애인 사역에 앞장서 온 홍정길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만 가지고 안 된다. 15년을 교육해도 취업이 안 되니까 아무 소용없었다. 일자리가 아니면 복지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애 당사자나 가족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직업 문제다.

김경호 목사는 서울시민교회에서 나와 2017년 2월, 의정부에서 숲교회를 개척하고 재활용 매장 '숲스토리'를 열었다. 기부받은 재활용품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금으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모두 최저임금 수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주는 일반 장애인 사업장과는 대조적이다.

류흥주 목사(너와나의교회)는 장애인들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는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양성된 강사는 주로 초·중·고에서 △장애인 인권 △자살 예방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두 교회가 다른 장애인 사업장과 비교되는 건 비장애인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직업을 고민했다는 점이다. 대다수 장애인 사업장은 카페나 빵집 혹은 단순한 작업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 형태를 취하고 있는 반면, 두 교회는 서비스직에 주력했다.

숲스토리는 비슷한 업종의 장애인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수입이 줄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재활용 매장 '굿윌스토어'를 참고했다. 재활용 매장은 서울에서는 익숙하지만 지방에서는 흔하지 않다.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장애인 직원을 고용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는 장애 당사자가 직접 겪은 차별, 소외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류 목사는 "장애인 사업장 중에는 단순 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많지만, 비장애인과 경쟁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장애' 자체가 강점이 될 만한 직업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통합 예배, 교회 순서에 참여
'돌봄'이 아닌 '세움'의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 단체들도 지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는 저마다 장애인부를 두고 있다. 담당 교역자를 지정하고 장애인 예배를 별도로 연다. 일각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해 따로 예배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사회가 장애인의 '통합'과 '참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교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영역을 통합하고, 장애인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예배가 대표적인 예다. 주안장로교회·명성교회(김삼환 원로목사)는 한 달에 한 번씩 통합 예배를 연다. 나눔교회(양동춘 목사)·둥지교회(신경희 목사)·너와나의교회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예배하는 곳도 있다. 예배 사회나 대표 기도 등를 맡길 때도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다.

명성교회 장애인부 최대열 목사는 "장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 함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통합 예배는 장애·비장애 교인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다. 주안장로교회 배성훈 목사도 "오늘날 사회는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교회도 이런 방향에 맞춰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예배와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사역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많은 교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 수준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회가 장애인 사역을 복지 사역 세트 중 하나로 보고 부수적인 사역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나눔교회 양동춘 목사는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세움'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 선교회가 전무했던 1970년대 후반, 국내 최초 장애인 선교 단체 '베데스다선교회'를 만들었고,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양 목사는 "교회가 장애인을 시혜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신앙 공동체 구성원으로 여기고 교회 일에 동참하게 해야 한다. 장애 유형이나 장애 대상자 나이에 따라 맞춤형 사역이 필요하다. 교회가 명심해야 할 건, 사역이 크든 작든 장애인을 동역자로 보고 함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고 했다.

나눔교회에서 협동목사로 있는 이문희 사무차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여전히 많은 목회자가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장애인을 대한다. 설교나 행동에서 차별과 편견이 드러나,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이도 있다. 한국교회 전반적으로 장애 관련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고 했다.

그는 "사역의 목표는 사람을 길러 내는 것이어야 한다. 장애인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개선되어야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전 교인 수련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통합 예배를 여는 교회가 있다. 사진 제공 둥지교회

교회가 장애인 인권 단체를 직·간접적으로 돕는 것도 장애인 사역 방법 중 하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장애 당사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다. 정부가 장애인 복지와 연관한 법을 제정하고 관련 예산을 확충하며 공공시설마다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한 것은 장애인 인권 단체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결과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류흥주 목사는 "장애인 시민단체 요구로 지하철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자,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해진다. 교회가 이런 관점에서 장애인 사역을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교회가 직접 장애인 인권 단체를 지원하거나 교인들에게 사회 공헌 사업 일환으로 후원하도록 하는 일들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 인권 단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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