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명구 감독회장) 내 11개 여성 단체 모임 감리교여성연대(여성연대)가 제안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이 10월 입법의회 표결을 거치기도 전에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감리회 여성 구성원들은 교회 내 성폭력을 교단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해 왔다. 반복되는 목회자 성범죄 해결을 개교회에 떠넘기면 남성 중심적이고 목회자에 권력이 집중된 교회 구조상 여성 피해자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목회자 양성 과정에도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연대는 올해 7월 말, 위와 같은 내용을 반영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을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김한구 위원장)에 제출했다. 장로교단의 헌법에 해당하는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2년에 1번씩 개정 가능하다.

절차는 이렇다. 먼저 장개위를 꾸리고 각종 개정안을 접수받는다. 장개위 내부 회의에서 분과위원회별로 개정안을 심사해 입법의회에서 표결에 부칠지 말지 결정한다. 서울과 대전에서 교단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예정돼 있지만, 여기서는 이미 장개위 심사를 마친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이 주를 이룬다.

여성연대가 제안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은 목회자 성범죄를 예방하고 치리, 회복하는 방안까지 포함하고 있다. 여성연대는 △현 선교국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를 상임위원회 혹은 특별위원회로 신설 △목회자 진급·연수 과정에서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 필수 이수 △목회자 성 윤리 강령 제정 △교회 성폭력 특별위원회 설치 및 특별법 제정 △출산과 양육에 관한 보호법 등을 제안했다.

여러 제안 중 눈여겨볼 것은 교회 성폭력 관련 법이다. 여성연대는 교회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교단 차원에서 '교회 성폭력 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교회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개교회에서 수습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다루자는 것이다. 여성연대가 제안한 특별위원회는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조사하는 기구다. 피해자 권익 보호와 회복, 가해자 치리 및 회복까지 관장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문대식 목사 성폭력 사건만 봐도 교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교단 역할은 중요하다. 교회에서 목회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혼자 끙끙 앓거나 가까운 지인에게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다. 목회자와 직접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져 2차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감리회는 문대식 목사가 미성년자 강제 추행으로 재판에 회부돼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물론, 같은 성범죄 혐의로 현재 구속 수감돼 있다는 사실도 언론 보도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교단 차원에서 교회 내 성폭력을 관장하는 기구를 두자는 게 여성연대의 의도였다.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는 지난 전체 회의에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그러나 여성연대의 제안은 또 한 번 제안으로 그칠 위기에 처했다. 장개위가 8월 중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을 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올 10월에 열리는 입법의회에서 개정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하지 못하고 또 다음 총회로 넘겨야 한다.

전체회의에서 왜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이 부결됐는지 장개위 관계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뉴스앤조이>와 통화에서 "양성평등 개정안이 적용되면 거기에 맞게 신학교 커리큘럼도 바꿔야 하는데 지금 당장 하는 건 너무 빠르다. 성폭력 대책위원회 설치도 총회 산하에 분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사무실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채용해야 하지 않나. 그런 준비가 미비하니까 대책을 세워야 해서 기각한 것이다. 앞으로 전체 회의에서 한 차례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연대 최소영 사무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굉장히 필요한 법안이었는데 안타깝다. '교회 성폭력 특별위원회 설치' 건은 작년 행정총회에서 현장 발의했는데 그때도 건의안 심사 단계에서 기각됐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개정안을 발의해서 통과된 경우가 한 번도 없다. 앞으로 열릴 공청회에서 더 어필할 계획이기는 하나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개위는 두 차례 남은 전체 회의에서 그동안 접수한 장정 개정안을 한 번 더 심사한다. 심사를 마치면 9월 12일과 14일 예정된 공청회에서 입법총회에 상정할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양성평등 장정 개정안이 장개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10월 열리는 입법총회에서 현장 발의하는 방안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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