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A는 8월 초 신천지에 고소당했다. 소장에는 '소유권 등 방해 배제 및 인격권 등 침해 금지 가처분'이라고 써 있었다. 신천지에 빠져 가출한 딸을 찾기 위해 A가 과천 신천지 본부 앞에서 시위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신천지는 A와 그의 남편을 포함해 피해자 부모 10명을 고소했다.

신천지는 부모들이 시위 중 신천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고 했다. 부모들이 신천지가 자녀를 감금하고 돈을 빼앗고 있으며 신천지 때문에 자녀가 가출해 행방불명이 됐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또 부모들이 신천지 건물로 들어와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려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올해 6월 시위하는 부모들 상대로 "'자녀를 돌려 달라' 시위는 허위"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부모들이 오히려 신천지 문제를 상담하며 돈을 버는 목사 사주에 따라 자녀들을 납치, 감금 등 개종을 강요한다고 했다. 부모들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자녀들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는 부모들이 신천지 이미지를 훼손하고 자녀들을 압박하기 위해 시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는 고소장을 받고 황당했다. 시위에 한 번도 나가지 않은 남편 B가 고소당한 것도 이상했고, 자신 역시 시위 중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는 다른 피고소인 8명과는 함께 시위한 적도 없다고 했다. 같은 단체도 아니다. 신천지가 주장하는 것처럼 과천 본부 건물 안에 들어간 적도 없다고 말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소리도 제대로 내지 않았으며, 경찰이 쳐 놓은 라인 안에서만 시위했다고 헀다. '딸을 돌려 달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었을 뿐 난동을 부리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부부는 고소장을 읽다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고소장 안에는 딸의 진술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딸은 자신을 "신천지예수교회에서 시위를 하고 계신 A·B의 딸"이라고 소개했다. 딸은 "부모님이 개종 목사 조언을 받고 제가 가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더 이상 거짓말, 허위 사실로 시위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라고 진술했다.

A는 1차 변론 다음 날인 8월 23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를 만나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털어놓았다. 평생 살면서 법원 갈 일 없었는데, 딸이 신천지에 빠져 법정에 서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딸을 생각하면 인터뷰하는 것도 주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아이가 신천지에 빠져 학업을 포기하고 인생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응하게 됐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A는 8월 초 신천지에 고소당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딸 방에서 발견한 신천지 파일
"이만희냐 가족이냐" 물어도 답 없어
"갑자기 소리 지르더니 뛰쳐나가"

대학 다니는 딸이 신천지에 가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2월 알게 됐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우연히 딸이 사용하는 USB를 보게 됐는데, 그 안에 '열매 일기'라는 파일이 들어 있었다. 신천지에서 '열매'는 전도 대상자를 의미한다. 이미 신천지에 빠진 딸아이가 자신의 전도 대상자를 6개월간 만나면서 느낀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써 둔 것이었다.

날짜 옆에는 '하나님을 만나는 여행 O일째'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파일에는 열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수록돼 있었다. 열매의 학교생활은 어떤지, 요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매일 만나고 통화하지 않으면 모를 법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A는 "글을 쓴 거 보면 거의 스토킹 수준이다. 전도하려고 하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써 놔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 문서에서 신천지라는 말을 발견했다.

딸이 신천지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평범한 교회에서 열심히 신앙생활해 왔고, 선교를 다녀와 사람들 앞에서 간증하기도 했다. 걱정할 게 없던 아이였다. 대학을 다니는 딸이 매일 아침 8시에 나가 밤 12시에 집에 들어왔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딸이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당시 대처법을 알지 못했던 가족은 인터넷 검색으로 상담소를 찾았다. 상담을 받기 시작한 지 3개월 뒤, 딸아이에게 "엄마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딸은 처음에는 부인했지만, USB에서 발견한 열매 일기를 언급하자 신천지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말씀이 좋아서 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딸은 신천지에 출석 중이라고 밝힌 뒤 눈에 띄게 태도가 달라졌다. 거짓말이 늘었다. 공휴일인데도 학교 간다고 말하고 외출했다.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밖에만 있더라. 365일 중 밖에 나가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할 말이 있으니 일찍 들어오라고 하는 날에도 밤 11시가 다 되어서 들어왔다."

나중에 딸의 수첩을 보고 안 사실이지만, 아이가 신천지에 바로 사실을 알리고 그 다음 날부터 '핍박자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신천지 피드백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아이를 이해하고 달랠 생각이었지만, 점차 분노가 쌓였다. "이만희를 선택할래, 가족을 선택할래"라고 물어도 답이 없었다. 딸은 가족들 몰래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450만 원가량을 대출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딸의 행동에 화가 난 A는 작년 6월 어느 날, 딸을 야단쳤다. 머리와 몸을 몇 차례 때리고 핸드폰을 빼앗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왠지 그날 밤 딸이 가출할 것 같아, 현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A는 그날 새벽 1시쯤 되어서, 딸이 방 안에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진짜 내 딸이 아니었다. 남편도 깜짝 놀랐다. 딸아이 얼굴이 사람 얼굴이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아이가 온몸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질러 댔다. 가족들이 너무 놀라 아이의 입을 막고 손을 붙잡았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소리를 막기 위해 아이 몸을 이불로 감쌌다. 그때 경찰이 왔다. 누군가 신고를 한 거다. 문을 열자 딸이 바로 뛰쳐나갔다."

A는 그날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맨발로 뛰쳐나간 딸이 경찰에게 엄마가 납치하려고 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딸의 방은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 남편 B가 나중에 빌라 현관 앞쪽에서 '살려 주세요'가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고 했다. 딸아이 글씨였다. A는 "딸이 정말 내 배 아파 낳은 딸인가 싶을 정도로 이상했다. 딸이 이 모든 것을 신천지에서 배우고 각본에 따른 연기를 한 것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했다.

어머니 A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딸 수첩에서 전도 명단 발견
"아이들 구하고 싶은데 방법 없어"
현수막 들고 신천지 본부 앞 시위

다음 날, 딸아이는 남자 둘과 함께 집을 찾아왔다. 초인종을 누르며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나중에는 경찰까지 대동했다. A는 차마 문을 열 수 없었다고 했다. 딸이 짐을 챙겨 다시 가출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한편으로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딸은 이후로 두 달 정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두 달 사이 딸과 엄마 생일이 있었지만, 딸은 전화에도 문자에도 모두 답하지 않았다. 딸은 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소지를 A 부부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A는 딸의 방에서, 딸이 신천지에서 활동하면서 써 놓은 기록, 설교문, 이만희 어록 등을 발견했다. 딸이 전도하려는 사람 명단도 발견했다. 이름, 번호, 인상착의, 종교, 취미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전도에 실패한 사람 이름에는 'X' 표시가 있었다. X 표시에는 다른 가족 이름도 있었다. 허망하고 허탈했다.

딸은 집을 나가 강제개종피해자연대 기자회견에도 참여했다. 성인인 자신이 종교의자유를 가지고 신천지에서 신앙생활 하는데 부모님이 핍박한다는 내용이었다. A는 억울했다. 상담소에서 신앙 교육을 받아 보면 어떻겠느냐고 말한 적은 있지만, 딸을 납치할 생각도 없었고 강압적으로 진행할 마음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신천지에 빠진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족들에게 강제 개종당했다고 주장했다. A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이 신천지에 강제 개종당했다고 생각한다.

"신천지에 간 것은 종교의자유가 아니다. 거짓말에 속아서 들어간 거다. 교리에 세뇌되고 신천지인지 모르고 옆에서 사람들이 잘해 주니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야말로, 아이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어떻게 종교의 자유가 될 수 있나.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교회 다녔다. 그런 아이를 미혹해서 신천지에 오게 한 것이 오히려 강제 개종 아니고 무엇이냐.

그들이 신천지가 진리라고 생각한다면, 왜 신도들에게 인터넷도 하지 못하게 하고 모든 것을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신천지가 부모들에게 종교의자유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묻고 싶다."

A는 신천지 주장에 반박하고 싶은 게 많았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했지만, 오히려 가족이 신천지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는 듯하다고 했다.

A는 딸을 찾고 싶어 지난해 7월부터 신천지피해가족연대(신피연) 사람들과 함께 시위에 나갔다. 과천에서 현수막을 들고 서 있으면 신천지 사람들이 비아냥대는 소리가 들렸다.

"신천지 사람들이 '저 엄마들 돈 받고 알바한다. 멘트 많이 하는 사람은 30만 원, 뒤에 있는 사람은 10만 원 받는다'고 말한다. '알바할 데가 없어서 어디 이런 알바를 하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아이를 신천지에 잃어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그런 비난 속에서도 여기까지 오게 됐다."

A는 신피연 사람들과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에서 시위할 때나,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릴레이 1인 시위할 때도 단 한 가지만을 요구하고 있다. 가출한 아이들을 돌려보내 달라는 것이다.

A는 시위하면서 모든 걸 다 내려놓았다. 아이가 집에만 온다면 기도하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서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 물론 신천지에서 아이들을 돌려보낼 때 "집에서도 신앙을 지켜야 한다", "버텨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던 딸이 아닌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A는 그런 딸이라도 돌아왔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A의 바람처럼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딸은 여전히 부모를 신뢰하지 않는다. 신천지에 빠진 딸은 부모를 대적자라고 말하며 비판한다. A는 "딸이 신천지에서 세뇌된 사실 때문에 집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집에 가면 감금당할까', '폭행당할까' 등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 아직 들어오기 꺼리는 것 같다. 그래도 딸이 집에 돌아와서 이전처럼 평안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는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릴 생각이다.

딸은 가출했고, A는 딸을 찾고 싶어 지난해 7월부터 시위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A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