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서, 교회 봉사와 헌신에 대한 글을 이어 가고자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왜 한국교회가 과도한 봉사와 헌신을 요구하는지, 왜 교인들이 봉사와 헌신 때문에 교회를 떠나기까지 하는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성찰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한국의 상당수 교회가 규모와 상관없이 성장 중심적 목회관과 교회론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과도한 봉사와 헌신을 요구하는 한국교회 특성은 양적 성장 욕망에서 비롯한다. '교회 부흥'이라는 이름의 성장주의가 더 많은 봉사와 헌신을 불러온다는 말이다. 이것은 중·대형 교회나 개척·미자립 교회 등 규모 문제가 아니다. 부흥과 전도와 선교라는 명목 아래, 작은 교회 큰 교회 할 것 없이 성장 욕망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

여기서 성장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현재 한국교회 콘텍스트에서는 질적 성장 강조 기조마저 양적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떻게 하든지 1명이라도 더 많이 교회에 나오게 하려고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해서 교인을 유치하는 일을 당연시하고 있다. 회사나 기업의 마케팅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일종의 교회 마케팅인 셈이다.

교회의 전도·선교와 교회의 마케팅은 엄연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도와 선교를 할 때는 분명한 복음의 메시지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교회 마케팅에는 정작 복음의 메시지와 하나님의 말씀이 빠져 있다. 좋은 시설, 좋은 이미지와 프로그램 등으로 교회를 홍보하기 바쁘다. 이는 엄밀히 말해서 성경적으로도 전도와 선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교회에 대한 좋은 인상이나 이미지를 심어 준다고 하면서, 정작 그 안에 기독교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없다면 전도와 선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헌신 강요하는 성장 욕망

스스로 교회를 되짚어 봐야 한다. 교회는 전도와 선교, 그리스도의 복음, 하나님의 말씀과 깊이 연관되지 않는 활동에 헌신해 왔다. 교회 부흥과 교회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해 왔지만, 돌아보면 매번 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열성을 내고 있는 연례행사를 보게 된다. 수십 년 이어져 온 한국교회의 끝없는 성장 욕망은 교인과 교역자에게 무리한 봉사와 헌신을 강요했다. 이제는 봉사와 헌신의 과부하를 믿음 좋은 사람의 척도처럼 인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현재 한국교회 상황에서, 교회 구성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그들을 갈아 넣어서 외부의 비신자 내지 신자를 교회로 오게 하는 방법이 성장에 효과적인지. 이것을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해야 한다.

바울서신에 나오는 교회만 해도, 교회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결실로 전도와 선교라는 열매가 맺어졌다. 분명 그 공동체에서도 하나님나라를 위해 희생한 교인이 있었다. 소유와 시간과 열정 그리고 목숨까지도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있었고, 성령을 통해 충만해지고 새롭게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스도를 만난 체험이 깊은 헌신과 희생을 가능하게 했다.

지금 교회 모습은 어떠한가. 교회 일이 교인이 교회에서 양육받고 그리스도를 만나는 과정보다 앞선다. 교회를 조금만 열심히 다니는 것 같으면, 어떻게든 교회 일을 맡겨 볼까 생각하지는 않는가. 교인이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 성령으로 충만해지고 새롭게 변화하는 시간을 채 가시기도 전에 시간과 열정을 하나님과 교회 앞에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가. 순서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됐다.

주님의 교회를 향한 헌신과 봉사는 결코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보다 앞설 수 없다. 그리스도를 통한 실질적이고 외적인 변화로 교회 봉사와 헌신에 대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교회는 일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예배하고 만나기 위해 오는 곳이다. 그런데 교회가 강요하고 강제하는 봉사와 헌신을 힘들어하면, 믿음 없고 신앙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거나 정죄하기 일쑤다. 봉사와 헌신을 개인 신앙 문제로만 치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히려 개인의 신앙과 믿음은 뒤로 한 채 봉사와 헌신부터 강요하는 교회 구조를 우선적으로 비판하고 성찰하며 개혁해야 한다.

교회에 나와서 봉사하고 헌신하는데 왜 오히려 교인의 믿음과 신앙이 떨어지는지, 교회가 성찰해야 한다. 교회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와 직면해야 한다. 누군가의 노동력을 헌신과 봉사라는 이름으로 계속적으로 소비해야만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교회 구조가 바람직한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복음적이지 않은 교회 문화

한국교회에 독특한 패턴이 하나 있다. 교회 봉사를 하면 믿음이 좋아진다는 류의 이야기다. 물론 실제로 신앙이 딱히 없었는데, 교회 봉사를 하다가 생겨난 경우도 있다. 봉사가 신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신앙이 있는 사람들 기준이어야 한다.

또한 교회 봉사를 우선시하고 봉사를 하다 보면 신앙이 좋아지고 믿음이 생긴다는 교회 풍토는 교회가 사람 중심이 아닌 일 중심이라는 사실과 교회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는 전혀 복음적이지 못한 교회 문화다.

하나님의 관심은 그 사람 존재 자체에 있다. 그 사람이 교회에서 무엇을 잘하는가에 관심이 없으실 것이다. 성장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 때문에 그 사람이 교회에서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닐까. 주님의 몸 된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형제와 자매를 그저 교회 일을 담당하는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렇듯 성장 중심적 목회관은 필연적으로 과도한 봉사와 헌신을 요구한다. 교인을 도구화하고 객체화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믿음과 구원 그리고 성화를 통째로 전복하고 있다.

무언가 잘못됐어도 많이 잘못됐다. 이 순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어떻게 하면 교회 내 봉사와 헌신 문제를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을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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